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코타운 Jan 23. 2017

허락? 저지른 후 용서를 구했다!

나의 드론 입문기(2)

오늘 하루도 스카이 픽셀(skypixel)의 이미지와 동영상을 보며 시작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깨닫는다. 24인치 모니터 속이 내가 살아가는 세계이지만, 그때만큼은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며 드론이 보는 세상을 함께 느낀다. 언젠가는 나도 저곳에 저 자리에 머물 수 있기를 꿈꾼다.


일은 저질러졌다. 내 속 하이드가 속삭인다. "허락은 구할 수 없을지 몰라도, 용서는 가능할 거야!"


드론으로 처음 찍어본 고향 마을

다시 도진 장비병!


나의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국민 드론이라는 영예로운 호칭을 얻은 'Syma X-5HW'는 미끼였다(* 나의 드론 입문기(1) 참고). 미지의 세계가 나를 끌어당겼다. 그와 함께 나의 험난한 여정도 시작되었다.


첫 번째 장애물은, 예능에 뜻을 둔 사춘기 딸을 둔 엄마와 같은 마음으로, 남편을 꾸짖는 마누라의 '팩트 폭격'이다. 결혼 이후 내가 저질러 온 수많은 죄상(?)들을 낱낱이 회고케 한다. 닌텐도 큐브, 위(Wii), PS2, PS4로 이어지는 게임기, 낚시 장비, 등산장비, 카메라, 오디오..... 나의 궁색한 삶이 그저 우연이 아님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들지 않는 어른에게 브레이크가 있을 수는 없는 법, 이제 다음 단계로 점프할 때가 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존재의 이유를 찾아가는 나의 뜨거운 열정에도 불구하고, 끝 모를 지름신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는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다. 몇 백이 넘어가는 전문가용 카메라 드론까지 갈 것이라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렇지만 재앙은 피하고 싶었다. 처음 날린 드론(치어슨 CX-20)처럼 민망한 추락도 겁이 났지만, 가내(家內)정치의 파국은 막아야만 했다. 그래서 한방에 가는 것은 포기하고 징검다리 드론으로 눈을 돌렸다.


샤오미 미 드론, 만듬새가 탄탄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무거워서 또 놀랐다.



어떤 드론을 선택할 것인가?


탐색이 시작되었다. 사실 난 이쪽이 더 맞는 듯하다. 장비를 분석하고, 고르고, 모으고, 그리고 잊어버리는 것. 도심에서 SUV를 타고 다니며 야생을 꿈꾸는 사람처럼, 나는 모니터에 나타나는 드론의 사양(spec)을 보며 하늘을 나는 꿈을 꾼다. 국내외 리뷰를 살펴보고 뉴스를 찾아본다.  정보는 충분치 않았다. 내용도 깊지 않았다. 이 바닥이 아직 성숙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한 듯 생각되었다.


1. 가격


떙처리로 나온 3DR Solo가 가장 먼저 후보군에 올랐다. 수 주를  3DR Solo에 대해 조사하고 아마존(Amazon)의 사용자 리뷰를 훑어보았다. 초기의 비싼 출시 가격에 비해 땡처리 수준의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었지만, 회사가 사업을 접으면서 장비와 앱(app) 업데이트에서 문제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드론에 고프로 카메라를 포함하면 역시나 700달러에 이르는 높은 가격이 부담이었다. 입문기 드론으로 나쁘진 않겠지만 마누라의 눈총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DJI의 '팬텀 3 스탠더드'는 거의 반값으로 떨어져. 50만 원 대면 구매가 가능했다. 대세의 DJI, 나쁘지 않은 선택은 분명할 터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그렇지만 이미 '팬텀 4' 시리즈가 나온 마당에 흘러간 물로 방아를 돌리는 것은 아닌지 뒷맛이 게운치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샤오미에서 출시한 '미 드론(Mi Drone)'도 후보군에 올랐다. 2016년 5월에 처음 출시되었고,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버그를 잡은 제품이 그해 말에 정식 출시되었다.  제품 완성도는 10여 년의 역사가 있는 DJI보다 떨어지지만 성능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었다. 40~60만 원 수준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유닉(Yuneec)과 오텔(Autel) 사의 제품도 심각하게 고려했지만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고급 기종으로 가기 전에 징검다리 역할을 할 드론이 필요했다.


2. 카메라 성능 : 1080P or 4K


그다음으로 고려할 것이 카메라이다. 드론으로 하고 싶은 게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살던 고향을 하늘에서 멋지게 찍고 싶었다. 산속에 둘러싸여 재를 넘어 바깥 세상으로 이어진 하나의 길만 존재하는 곳, 그곳을  새의 눈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그토록 벗어나길 꿈꿨지만, 이젠 다시 돌아가야만 하는 그곳, 내겐 언제나 노스탤지어로 남은 곳이다.


사진은 좀 찍는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영상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었다.


대부분 아마추어용 드론 카메라는 1/2.3 인치 크기의 CMOS 센서가 사용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똑딱이라 불리는 디카의 센서와 같은 크기이다. 소니 ExmorR 12MP 센서가 많이 쓰이는 듯했다. 전문가형 카메라 드론에는 1 인치 이상의 CMOS 센서와 큰 구경의 렌즈가 사용된다. 드론으로 찍는 사진의 해상도는 1200백만 화소로 거의 비슷했다. 그러니 영상의 해상도로 사양이 결정된다. 1080P와 4K 해상도가 내가 고려하는 제품이었다. 어느 쪽이든 문제는 없어 보였다. 4K가 대세이긴 하지만 그에 맞추어 컴퓨터 편집 장비도 같이 따라줘야 하니 당분간은 1080P가 주로 사용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짐벌(Gimbal)에 부착된 샤오미의 1080P 해상도의 카메라


난 좀 더 캐주얼한 것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어차피 꽂히면 아마추어용 4K가 아니라 전문가급 4K로 갈지도 모르는 일, 아직은 드론 그 자체에 더 집중하고 싶었다.


3. 그 외 고려사항


드론의 조종 거리, 앱의 편리성, GPS 구성, 바람에 대한 안정성, 장애물 회피 기능, 자동제어 기능 등이 그다음으로 고려할 요소이다. 그런데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라온 드론이라면 대부분 비슷한 성능을 가지고 있으니 크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있으면 편리한 기능들이지만 처음부터 모두 다 있을 필요는 없었다. 지식의 공유에는 남다른 능력을 가진 대국의 기업들인 만큼 서로 간의 차이는 크지 않거나 금방 따라 잡힐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완성도에서 좀 차이를 나타 낼뿐이었다.


조종 거리는 DJI의 완승이다. 팬텀 4 프로 이후의 기종은 7 km까지 지원한다. 다른 드론들이 1~2 km인 것에 비하면 발군이다. 드론계의 맏형다운 성능이다. 또한 제품군의 다양성 측면에서 입문자용에서 전문가용까지 고루 갖추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지사가 나와있어 AS가 가능하다는 것도 무시 못할 요소이다.


이대로 DJI '팬텀 3 스탠다드'로 기우는 듯했다. 엔트리급인 팬텀 3은 다른 경쟁제품에 비해 차이점은 거의 없었지만 합리적인 선택임에 들림 없었다. 그런데 세상 이치가 어디 그런가? 언더 더 독(under the dog) 심리가 발동했다. 또 하나의 팬텀 유저가 되는 건 어쩐지 매력적이지 않게 느껴졌다.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그냥 하자!


일단 내질렀다. 마누라에게 허락을 구하는 게 어찌 가능하겠는가. 며칠 동안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던 상품을 결재했다. 마누라의 잔소리를 생각하면 오금이 저려왔다. 불가능한 허락보단 차라리 용서를 구하기로 작정했다. 어차피 꽃길을 걸을 인생도 아니지 않은가?


허락을 구하는 것보다 용서를 구하는 게 더 쉽다.


샤오미의 미드론(Mi drone)이 최종 간택을 받았다. DJI를 택하는 것은 너무 합리적이어서 께름칙하였다. 아마존에서 고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미국 오텔(Autel)사의 X-Premium이 마지막까지 갈등하게 만들었지만 750달러에 이르는 가격이 부담이었다. 아직 실력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기본은 할 것 같은 샤오미,  한 두대가 떨어져도 가슴이 덜 시릴 것 같은 가격에 끌려 를 최종 선택을 했다.


샤오미의 첫 번째 드론, 불안한 감이 없진 않았다. 아직 4K 버전은 출시 전이었고, 1080P 드론의 가격은 43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관부가세와 배송비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좀 과격하게 다루면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배짱을 부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몇 백만 원이 넘어가는 드론으로는 감히 하기 어려운 시도들 말이다.


난 허락 대신 용서를 택했다. 역시 책 좀 읽은 보람이 생겨났다. 아는 게 힘인 법이다. 자~ 이제 다시 컴퓨터에 앉아 배터리와 추가 부품을 주문할 때다. 20만 원 정도가 또 새어나갔다. 비디오 에디팅을 위한 소프트웨어도 추가로 구매했다. 드론이 당분간 나의 용채를 싹 갉아먹을 기세다.


꿈을 가진 자, 그대 주머니가 빈곤할 지니.....

박스는 작고 아담했지만, 그 속에 든 내용물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드론 개봉기


기다리는 날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4-5일 만에 중국에서 집으로 배송되었다. 깔끔하다. 먼저 박스를 풀고 이상 유무를 체크했다. 뭐 잘 돌아간다. 남들처럼 나도 개봉기를 써볼까...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확실히 이 분야는 내가 개척할 분야는 아니니 간단히 패스(pass)할 예정이다.


일단 만듦새가 마음에 들었다. 본체의 플라스틱은 얇았지만 단단함이 느껴졌다. 저가 드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차이를 느끼게 만들었다.  거대한(?) 프로펠러가 놀라웠다. 이렇게 클 필요가 있을까는 생각도 들었다. 그 이유는 드론을 다 조립한 후 들어 본 후에야 알 수 있었다. 배터리와 짐벌 카메라가 모두 조립된 드론은 묵직했다.


먼저 드론과 조종기 배터리를 충전했다. 그런데 제대로 작동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안타깝게도(?) 샤오미도 DJI처럼 비행제한구역 안에서는 이륙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앱이 설정되어있다. 비행장의 관제 공역에 들어가는 수원시 대부분은 비행금지 구역에 포함된다. 그러니 <스마트폰-조종기-드론>이 연결되어도 날릴 수가 없다.


한 가지 방법이 있었다. GPS 신호가 잡히지 않는 실내에서는 VPU 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 VPU 모드에서는 지역에 상관없이 드론을 띄울 수 있다. 이 방법으로 세팅을 마치자 "Could take off"라는 메시지가 떴다. 조종기 핸들을 잡아당겨 시동을 걸었다. 방안 가득 커다란 소음이 들렸다. 바람 소리가 정말 컸다. 프로펠러가 만드는 바람에 옷가지들이 휘날렸다.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윈쪽 조종 스틱을 천천히 밀어 올리자 좁은 방안에는 굉음과 함께 드론이 날아올랐다. 심장이 함께 요동쳤다.


장난감 드론을 날릴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드론은 안정적인 호버링을 보여주었다. 실내에서는 초음파 센서로 고도를 감지해서 일정한 높이를 유지했다.  장난감 드론으로 열심히 연습한 덕분일까, 드론은 클수록 날리기 쉽다는 말이 와닿았다. 이 녀석, 물건이라는 느낌이 왔다.


방안에서 날려 본 샤오미 미(Mi) 드론



후기


용서를 구하는 일은 잘 되었을까? 쉽지는 않았다. 반성과 용서에 관대한 문화권에 살고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당분간은 샤오미의 드론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것이다. 드론을 날릴 수 있는 시골 마을을 찾아갈 것이고, 지상과 하늘에서 사람들의 모습과 풍경을 담을 것이다.


어른들의 장난감? 뭐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도 알아두면 좋겠다. 대부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그런 장난 같이 시작한 일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너무 진지해지지 말자. 여유를 가지자. 우린 노력하지 않아도 나이 들어간다. 시도하지 않으면 청춘은 쉬이 시들어 간다. 한동안은 가슴 떨리는 일을 찾을 수 있어서 행복할 것 같았다.


무슨 창의적인 생각이 떠 올랐는지, 무슨 대단한 사진과 영상을 찍을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새로운 여행은 시작되었다. 여유와 행복이 함께  하기를.... 꿈꾼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른들의 장난감? 이건 가슴 설레는 비행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