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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Apr 09. 2017

보이차의 고장, 쿤밍의 차 시장

삶의 여유가 묻어나는 중국 윈난성 여행

중국과 중국 문화를 얘기할 때 차를 빼놓고는 뭔가 허전하다. 중국 사람들은 한마디로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러 국가 사람들이 차를 마시지만 중국 사람들에게 차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음료이자 문화이고 산업이고, 또한 삶 그 자체이다.


중국에 도착해서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만약 느끼지 못했다면 중국을 이해한다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 쿤밍의 차 시장, 가게의 수가 얼마인지 헤아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중국에서는 차 문화의 깊이만큼이나 다양한 차가 생산된다. 우롱차를 비롯하여 여러 차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보이차가 가장 유명하다. 보이차의 유래는 윈난에서 생산된 차를 황제에게 진상을 했다는 뻔한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윈난의 고원지대에서 생산된 차를 황제가 있는 수도까지 이송을 했는 데, 그와중에 비와 더위에 떠서 그대로 버려두었는데 황제가 마셔보고는 그 맛에 감탄했고, 그래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뭐든 황제 정도가 좋다고 해야 평민들도 좋아하는 모양이다. 요즈음도 유명 연예인이 광고해야 유명한 제품이 되는 것처럼.


손님을 기다리는 다양한 보이차들
차 시장에는 다양한 차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차는 첫물은 버리고 두 번째부터 마신다. 차를 우려낼 때는 3번째가 가장 맛이 있다고 하는데, 많게는 7차까지 우려낸다. 일본의 차 문화는 무사도와 같은 절제된 미가 있고, 한국의 차 문화는 사대부가의 격조가 느껴진다. 반면에 중국의 차 문화는 그저 일상처럼 느껴졌다. 격식이 없는 듯하지만 편안하다. 우아한 차 테이블에 앉아서 찻물을 넘치도록 다기에 따르고는 테이블에 쏟아 버린다. 그리고는 다시 물을 따르고 과감하게 손님의 찻잔에 물을 붓는다. 넘치지 않아도 좋고 넘쳐도 개의치 않는다.


상점의 주인이 손님들에게 차를 서비스하고 있다.


차를 말안장에 얹어서 이동을 할 때는 양쪽으로 균형이 잘 맞아야 한다. 보이차는 대개 납작한 원반추 모양으로 다지는 데 한 개의 무개는 357g이다. 이렇게 차 다진 것을 7개 모아서 대나무 잎으로 만든 포장지로 묶음을 한다. 이것을 말안장 양쪽에 실어 무게 중심을 잡은 후 길게는 한두 달 동안 목적지까지 이동한다. 험난한 차마고도를 지나서... 


이 과정에서 비를 맞고 더운 열기에 찻잎이 뜨면서 서서히 발효가 일어난다. 그래서 보이차를 우려내면 일반적인 찻물의 녹색이 아니라 홍차처럼 진한 갈색을 띈다. 맛도 녹차에 비해 한결 부드럽다. 좋은 보이차는 오래될수록 그 값어치가 더 올라간다. 발효를 통해서 그 맛이 더 깊어지기 때문이다.


한 묶음에는 7개의 차가 쌓여 있다.
전형적인 원추모양의 보이차


보이차는 또한 한 나라의 운명을 바꾼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곤명과 리장에서 만들어진 차는 차마고도를 통해 토번국의 라사로 옮겨졌다. 유목생활을 하는 티베트 사람들에게 차는 중요한 비타민의 공급원으로 반드시 먹어야만 하는 필수식품이었다. 


중국 마방들은 윈난의 차를 라사에서 말로 바꿔온다. 그런데 값이 싸던 보이차는 서역에서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따라서 교역에 필요한 말의 수요도 늘어 났다. 결국 말이 넘쳐나던 국가에서 차와 교환할 말이 부족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강성하던 토번국의 국운이 기울면서 오늘날 티베트의 운명을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보이차는 오늘날 광대한 중국에게 서역의 광활한 땅을 가져단 준 일등공신이다.


나는 윈난의 보이차보다는 윈난산 커피를 더 좋아한다. 하지만 주인장이 건네는 차 한 잔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을 정도의 삶의 여유는 가지고 싶었다. 보이차와 함께하는 중국인들의 소탈함과 여유가 부러웠다.


* 이 글은 2013년 3 차마고도 트래킹 중 방문한 쿤밍의 차시장을 방문한 이야기입니다. 티스토리에서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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