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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May 13. 2016

켕거루가 살지 않는 오스트리아

가끔 상상해본다. 오토바이를 타고 라오스를 한번 돌아보면 어떨까. 상상에 머문다. 그렇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누군가는 항상 있다. 


방비엥을 지나 루앙 프라방으로 향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을 때쯤 우리는 풍경을 조망하기 좋은 산 중턱에 차를 멈추었다. 그때 날렵하게 생긴 붉은색 혼다 한대가 우리 옆에 섰다. 유럽에서 온 커플이 오토바이에서 내린 후 같이 간 성현이에게 사진을 찍어 줄 것을 부탁했다. 나는 가볍게 인사를 나누며 어디서 왔는지를 물었다. 남자는 유쾌하게 대답했다. 

오스트리아, 켕거루는 살지 않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오스트레일리아와 오스트리아를 헷갈려 해서인 듯했다. 나의 자만심은 이렇게 말했다. "이 친구야, 나도 영국에서 2년간 굴러 먹은 정통 영어야. 왜 이러셔!" 물론 속으로만이다. 



그는 이어서 자신들이 거쳐온 길을 이야기했다. 비엔티안에서 북서쪽으로 코끼리 축제가 열리는 사야부리,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퐁살리, 란쌍 왕국의 수도였던 루앙 프라방, 그리고 다시 비엔티안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설명했다. 한 달간이나 계속된 오토바이 여행에도 불구하고 이 커플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았다. 



짐도 참 단출하다. 오토바이에 매달은 가방과 여자가 메고 있는 30리터 정도의 배낭이 전부이다. 이런 정도의 짐으로 그 긴 시간 동안 여행이 가능할까. 일주일도 되지 않는 짧은 여행을 떠나면서 마치 그 나라에 살 것처럼 커다란 여행가방을 꾸렸던 내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라오스의 길에서 참 많은 외국인들을 만난다. 그들은 이 커플들처럼 대개 한 달 정도의 휴가를 내고 찾아온 이들이다. 나도 휴가가 20일이 넘으니 이론적으로는 이들처럼 한 달간의 휴가도 가능하다. 물론 우리나라 직장에서 그 정도의 배짱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는 참 열심히 일한다. 올해도 연말이면 다 쓰지 못한 휴가를 아쉬워할 것이다. 


이 커플은 그날 방비엥에 머물렀을 것이다. 맑은 물이 흐르는 강변 방갈로에서 비어 라오를 마시며 길거리에서 만난 영국식 영어를 쓰는 유쾌한 한국인을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많이 피곤할 텐데 미소가 참 좋았다. 


우리에겐 없는 것이고, 낯선 사람들에게 더더욱 기대하기 힘든 것이어서 더 눈에 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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