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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May 13. 2016

중국을 바라보는 두개의 시선

라오스에 살면 시골 구석구석까지 중국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다. 끝도 없이 펼쳐진 고무 농장과 카사바, 중국 국영기업 소유의 광산과 중국이 건설 중인 도로, 교량, 수력발전용 댐 등 여기가 중국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라오스 북쪽 지방에서 운행 중인 대형 트럭들은 대부분 중국 번호판이고, 유원지에 주차된 대부분의 외제차 역시 중국 번호판이다.


반면에 한국은 아주 큰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의미가 크지 않다. 라오스를 바라보는 관점 역시 낭만적이다. 라오스를 다녀간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라오스가 너무 좋아요"라고 말한다. 방문하는 사람들 역시 비즈니스보다는 봉사활동이 목적인 경우가 더 많다. 대부분은 선교사들이 오랫동안 닦아 놓은 지역에 있는 학교를 방문해서 지붕을 고치고 화장실을 만든다. 틈틈이 태권도도 가르치고 미술과 음악도 가르친다.


중국과 한국 사람들 모두 속물스럽지만 중국은 더 길게 보고 투자할 줄안다. 이 세상이 다 자기들 것 마냥 생각하는 배포가 두렵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중국을 잘 아는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중국인들은 무엇이든지 하면 세계 제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 대국 기질은 정말 어느 나라도 흉내내기 어려운 중국인들만의 장점이다. 이것이 가장 무섭고 우리가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다.

아프리카 출신의 경제학자인 담비사 모요는 중국을 긍정적으로 보았고 유럽 출신 기자인 후안 파블로 등은 부정적으로 봤다. 이 두 가지는 관점은 여전히 논쟁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중국의 힘이 더 크게 느껴진다. 스페인의 기자들이 본 것처럼 환경과 사회에 대한 무관심을 수시로 목격한다.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는 계곡을 막아 나무를 집단으로 수장시켰고,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중국을 바라보는 두가지 시선 - <중국뿐인 세상>과 <죽은 원조>


그렇지만 암담한 현실을 바꿔나가고 있는 것 역시 중국이다. 라오스 사람들이 그나마 상품화할 수 있는 고무나무라도 재배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중국 기업 덕분이다. 중국에서 비엔티안까지 철도를 건설 중에 있고, 캄보디아와 국경을 접한 참파삭에서는 육지와 강 중간의 섬을 연결하는 거대한 다리를 건설 중에 있다. 라오스 정부는 상상도 못할 규모이다. 중국은 선한 마음보다는 이익을 앞세운다. 그런데 이 이익이라는 것이 불모의 땅에서 경제를 지속적으로 돌아가게 하고 있다.


반면에 서구와 한국 사람들은 또 다른 시각으로 라오스를 본다. 교육에 투자하고 의약품을 지원한다.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지원은 언제나 턱없이 부족하고 원조를 받는 마을에 포함되는 것은 그나마 운이 좋은 축에 든다. 이런 선의의 노력은 때로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한다. "원조의 덫"을 만들어 내기만 할 뿐 실질적인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있지는 못하다고. 라오스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가장이 돈을 벌어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그 원인에 대한 처방보다는 진통제만 주고 있고, 이는 결국 선의의 운동가들만 양산할 뿐이다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라오스에 오는 중국인들은 기회를 찾고, 한국인들은 여유를 찾는다. 중국인들은 서로가 끌어주며 주변을 장악을 해나가고, 한국인들은 서로를 못 미더워 피하려 한다. 중국인들은 바닥을 기면서 실리를 쳉겨가는 경향이 강하다면, 한국인들은 위에서 내려다보며 훈수를 두려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인들 특유의 조급함과 대비되는 중국인들의 여유와 과감하게 내지르는 배포, 이게 라오스에서 만일까. 라오스에서 중국은 두렵고 우리는 초라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애써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보는 중국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강력했다. 스페인의 기자들이 본 것처럼 환경과 사회에 대한 무관심을 수시로 목격하지만, 암담한 현실을 바꿔나가고 있는 것 역시 중국이다. 몇 년 후에 방문한 라오스는 더 중국스러워져 있을 것이다.

라오스의 경제는 봉사활동을 온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씨보다는 중국인들의 탐욕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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