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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May 13. 2016

투기꾼

나무를 심을 수 없으면 농업을 할 수 없다.

농업 기관에 근무하고 있고, 해외 농업에 대한 경험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주변에서 이런 질문을 가끔 받는다. "OO기업이 남미에 10만 ha의 땅을 확보하고 유기농산물을 재배한다던데 투자해도 될까?" 또는 "미얀마에서 땅을 1만 헥타르 주겠다는데, 해외농업투자가 돈이 될까?" 내 대답은 한결같다.

 참~ 의미 없다.

그러면 대개는 "너무 부정적인 시각 아니냐"라는 핀잔이 따라온다.  내가 이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농업투자를 하는 건지 부동산 투기를 하자는 건지 헷갈린다. 또 농업이 얼마나 많은 자본과 시간 투자가 필요한지를 간과한다. 아마도 "할 일 없으면 땅이나 파지"라며 농업을 할 일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직업으로 치부해서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 듯하다.


이렇게 농업을 가볍게 생각하던 사람들이 은퇴할 때가 되어 귀농을 준비하면서 농업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는다.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우리 부모님들이 얼마나 대단한 분들이었는지를 몸으로 느낀다. 육체적으로 힘들 뿐만 아니라 농업을 통해 돈을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또 얼마나 많은 자본과 기술이 필요한지를 깨닫고 좌절한다. 호기 있게 농촌에 집부터 근사하게 지은 귀농인은 몇 년을 견디지 못하고 농촌을 떠난다. 열에 여덟 아홉은 귀농에 실패하고 도시로 다시 돌아간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데 하물며 해외에서 농업을 한다는 건... 생각보다 더 힘들다.  이건 내 의견만은 아니다. (사)농촌개발연구원 정기환 원장은  캄보디아에 있는 25곳의 해외농업개발 현장을 두루 다녀보고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한 곳을 빼고나면 농업투자를 한다는 사람들이 모두 부동산 투기를 하고 있다,라고. 캄보디아는 농업투자를 하고자 하는 외국인에게 50 헥타르의 땅을 70년간 무상으로 임대하고 있다. 투자규모에 따라 1만 헥타르의 땅을 주기도 한다. 좁은 땅에 대한 한이 많아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캄보디아로 갔다. 몬돌키리 고원의 무성한 풀을 보면서 희망에 부풀어 떠난 사람들이다. 오히려 이렇게 되묻는다.


오래전부터 해외농업개발을 시작한다는 뉴스는 많이 보았겠지만, 성공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는가?


시작은 거창했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낸 곳은 거의 없다. 캄보디아에서 1만 헥타르의 고무농장을 시작했던 사업가는 2천 헥타르를 개발할즈음에서 투자금이 바닥나고 나머지 땅을 사람들에게 분양했다. 한국의 재산을 모두 처분하고 사료작물을 생산하던 사업가는 태국 농식품 대기업인 CP와의 경쟁에서 밀려난 후 소식이 없다.


땅은 어디에서나 분란을 만든다. 특히 후진국은 토지대장 정리가 되어 있지 않아 불하받은 땅에 살고 있는 주민들과의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누군가 점유하고 있는데 그냥 국가 소유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고 있지 않으면 더 문제다. 도로는 누가 만드나.



해외농업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땅이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한다. 그러니 어느 나라에서 땅을 얼마 확보했다고 접근하는 사람들의 말은 그리 신뢰할게 못된다. 고위직 누구와 친분이 있다는 이야기도 흘려듣는 게 좋다. 캄보디아에는 한 부처의 차관만 많게는 12명이나 된다. 그러니 되는 일 보다는 안 되는 일이 더 많다. 해외에서 일확천금을 노리고 들어오는 사람들에게서 이권을 쳉 기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땅을 공짜로 주는 곳에서 뭔가를 하려면 도장 값이 땅 값만큼 들어간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럼 해외농업투자는 수익성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매우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미래산업이다. 짐 로저스가 괜히 농업을 미래 성장산업이라고 했겠는가. 단, 긴 호흡으로 접근할 때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게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못하는 분야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해외농업개발 성공사례가 없느냐라고 반박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정기환 원장의 말을 그대로 옮기는 것으로 갈음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투기를 했지 투자를 한 게 아니다. 나무를 심는 데 투자할 수 없는 사람은 농업에 투자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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