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중 호수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모든 게 아름다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무들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이내 곧 비명으로 바뀌었다.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물결에 비친 나무의 모양만큼이나 꼬인 세상이다.
나무들, 한때는 울창했었다. 베트남 전이 끝나고 라오스가 처음 세워졌을 때 거대한 나무들이 먼저 잘려 나갔다. 세상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사람들은 청소년들을 러시아로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으로 보냈다. 나무들이 그들의 학비가 되었다. 이후에도 큰 나무들은 계속 베어졌다. 팔 수 있는 것이라곤 나무와 땅속의 광물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또 한쪽에서는 산이 불태워진다. 벼를 심기 위해서다. "탁, 타~악" 나무들이 타는 소리가 비명처럼 느껴졌다. 한가족의 생계가 검게 타버린 산과 나무들에 달려 있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는 거대한 나무들의 물속에 잠겨 있었다. 넋이 나간 듯 이 풍경을 바라봤다. 한참 동안 할 말을 잊고 쳐다만 봤다. 한두 시간을 달려도 이 아름다운 풍경(?)은 끝이나 질 않았다.
고산 습지가 생겨나고 전기를 팔아 돈을 벌 수 있으니 좋아해야 할까. 산의 계곡을 막아 거대한 나무들의 무덤을 만든 중국을 탓해야 할까, 가난을 탓해야 할까. 어떤 이론도 이 거대한 죽음 앞에서 그럴싸한 설명을 내놓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우리는 쉽게 이야기한다.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막상 현장에서는 그런 주장을 하기가 쉽지 않다. 가장은 가족들을 위해서 열심히 나무를 자르고 불태운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농사일을 거든다. 하늘이 도와준다면 한가족이 겨우 먹을 수 있을 만큼의 벼를 수확할 것이다.
농업전문가로서 나의 무능함이 이처럼 가슴 아팠던 적은 없었다. 내가 이 나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 나무를 불태우는 그 가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우리는 모두가 열심히 일하지만 해결책에서는 너무 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