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를 둘러보면 낚시가게가 보일지도 모릅니다.
한 때 낚시를 열심히 다녔습니다. 적막한 저수지에서 찌를 세우고 멍하니 언제 찾아올지 모를 붕어의 입질을 기다렸죠. 사람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낚시가 지겹지 않나?" 그러면 전 이렇게 대답하곤 했습니다.
"일상은 더 지겨워. 그에 비하면 낚시는 엄청 신나는 거지."
지겹고, 재밌고, 신난다라는 인식이 제게는 상대적인 개념처럼 느껴졌습니다.
냄새를 예를 들면 되겠네요. 향기이든 악취이든 처음에는 인식을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무뎌집니다. 존재 자체를 망각하게 됩니다. 적당한 소음 역시 마찬가지죠. 마음 속 잡음을 가려줍니다. 커피숍에서 노트북을 열고 작업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겠죠.
요즘은 낚시를 다니지 않습니다. 경차 한 대 값은 족히 들어간 낚시 장비들을 그냥 과감히 지인들에게 나눠 줘버렸죠. 그러지 않고는 그 마력에서 빠져나오기 어렵겠다 싶었습니다. 주말마다 거지꼴을 하고 물가에서 밤을 세우는 게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또 인생의 전환점이 필요하기도 했죠. 그때는 그랬습니다.
낚시장비를 처분한 후에는 더 이상 낚시를 갈 수가 없었습니다. 가끔 주변 낚시터에서 손맛 좀 볼까라는 생각이 들땐 아쉬움도 남았지만, 흘러간 물로 풍차를 돌릴수는 없는 법이죠. 그런 후에는 시각이 이렇게 바뀌었죠.
"땡볕에서 건지지도 못할 세월 낚는다고 고생이 많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히 깨달은 건 있습니다. 낚시를 다니기 전에는 우리 주변에 낚시가게가 얼마나 많은지 몰랐습니다. 정말 가는 곳마다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한번 둘러보세요. 요즈음도 낚시가게만 보입니다.
낚시가게를 바라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어디서 갑자기 낚시가게가 나타난거야? 설마 예전부터 있었던 것일까? 비로소 이해하게 됩니다.
"관심이 없으면 존재도 없다."
낚시 다니며, 그냥 세월만 낚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한가진 깨달았으니 말입니다. 대학(大學)에 나오는 심오한 철학을 낚시를 하면서 몸소 체득했네요.
"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 마음이 거기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 "한효주"씨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 <감시자들>에 “부주의맹시(不注意盲視)”라는 말이 나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 그외 것은 잘 안보이는 법이죠. 존재하지만 인식되지 않습니다. 광고를 하는 이유도 결국 존재를 인식하게 만들기 위함이겠죠.
괜한 오지랖인지 몰라도 낚시가게를 볼 때마다 이런 걱정도 합니다.
저 많은 낚시가게는 어떻게 장사가 잘 될까?
제 걱정과는 달리 낚시가게는 화려하게 번창하지도 않지만 또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먼지가 쌓여갈지언정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킵니다. 가끔 들르면 커피믹스 한 잔을 같이 할 여유를 나눠 줍니다.
위의 풍경을 보세요. 낚시꾼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루어꾼, 원투꾼, 찌낚시꾼.... 지금도 물가를 보면 눈은 자동으로 낚시꾼의 위치를 스캔(scan)합니다. 어디에 자리를 잡고 있을지 포인트를 찾습니다. 대개는 그 자리에 반드시 꾼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습관이란 게 참 무섭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