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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Nov 16. 2017

농업과 농촌의 차이?

구글에서 <농촌진흥청>으로 검색하면 806,000개의 검색 결과가 나옵니다*.  반면에 <농업진흥청>으로 검색하면 68,500개의 검색 결과가 뜹니다.  두 검색어 중 약 8%가 "농업진흥청"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정부부처 중 만들어진 이래로 이름이 바뀌지 않은 단 두 개의 부처, 국방부와 결을 같이 하는 농촌진흥청임에도 불구함에도 말이죠. 


그래서 이런 추론을 해봤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농업과 농촌 사이를 헷갈려 하는 건 아닐까?라고 말입니다. 이런 경향은 언론사라고 예외는 아니죠. 방송과 신문에서 심심찮게 농업진흥청이라는 단어를 마주칩니다. 


아인쉬타인은 "내게 1시간을 주고 세계를 구하라고 한다면, 나는 55분을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는데 할애할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사실 전 최근까지 이 말의 의미를 잘 알지 못했습니다. 문제의 정의를 내리는데 시간의 92%를 사용하겠다는 데, 정의(definition)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일까,라고 생각했었죠.


그러다가 구글 검색결과를 보고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수많은 논쟁은 농업과 농촌, 이 두 개념을 헷갈려 해서 생겨난 문제는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농림생산액 GDP는 45조 원 대에서 정체되어 있고,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4.6%에서 2010년에는 2.6%로 감소했습니다. 부가가치 비중 역시 2%로 고착화되는 모양새입니다. 농가인구는 2012년 3백만 명 이하로 떨어졌고, 65세 이상 농가인구의  비율은 2000년 21.7%에서 2013년에는 37.3%로 증가해 일본(36.1%)을 추월했습니다. 반면 20~49세의 젊은 농가인구 비율은 2000년 32.3%에서 2013년 21.1%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농과대학으로 들어가 보면 어떨까요? 모든 지표들이 농업과 농촌의 위기를 말합니다.


만약 우리에게 농업을 다시 살릴 수 있는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아인쉬타인이었다면 55분 동안 "문제를 정의"하는데 분명 사용했을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얼마의 시간을 문제를 정의하는 데 사용했습니까? 제대로된 문제 정의에 앞서 앞다투어서 이런저런 대책부터 시도한 것은 아닐까,라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사실 우리 농업인들은 문제를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다들 그렇게 믿고 있죠. 우르과이라운드(UR)가 타결될 때는 경작규모 확대와 농업기계화를 통해 생산비를 낮추기 위한 정책이 주를 이루었고, WTO가 시작되자와 신토불이를 중심으로 우리 농산물 차별화 방향으로 움직였죠. 친환경농업과 유기농업이 등장하는 배경이 됩니다. 식품안전과 여러 인증제도 등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의 농업의 모습이 만들어 졌습니다. 그 후 FTA 시대가 시작되면서 6차 산업이라는 화두가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가격과 차별화에 더해서 소비자와 유대감을 만들어 내는 방향으로 진화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는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그랬다면 왜 우리 농업은 계속 축소 지향적으로 변해갈까? 아니면 그런 노력이나마 있었기에 이 정도라도 하고 있는 걸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합니다. 


농업(agriculture)과 농촌(Rural), 영어로 쓰면 그 차이를 금방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말로 쓰면 농업과 농촌을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합니다. 열의 하나는 그렇다는 말이죠. 이건 농업이 주력 산업이었던 시절의 유산입니다. 전 국민의 80% 이상이 농민이었고, GDP의 대부분을 농업이 차지하던 시절의 개념이 그대로 남은 것이라고 봐야겠죠. 농업정책이 농촌정책이었고, 농촌정책이 복지정책이던 시절 말입니다.


그렇지만 이제 농업과 농촌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난 40년 간 급속하게 일어난 일들이죠. 그렇지만 우리의 사고는 여전히 그 시절에 머물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상상도 해봤습니다. 우리는 농업과 농촌의 차이를 제대로 정의 내리고 있는 걸까요? 엉뚱한 질문이긴 하지만 뭣이 더 중할까요? 아인쉬타인처럼 문제의 정의에 대해 다시 고민해 보는 건 어떨까요?


* 검색결과는 검색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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