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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May 12. 2018

차를 멈추기가 그리 어려웠을까!

2018년 5월 11일, 빛이 좋았던 농촌의 기록

차를 타고 지나가다 멋진 풍경에 차를 세우고 싶었던 경험들 있으시죠?


그렇지만 좋은 풍경을 보더라도 차를 멈추고 카메라를 들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위험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까 눈치도 보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한가한 시골길에서는 차를 멈추고 이런 풍경을 찍는 행운도 누립니다. 고속도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죠.


차를 세우고 농로로 들어가서 찍은 하늘을 담은 저수지


프로 사진작가들이야 더 멋진 작품을 만들 겠지만, 이 풍경은 유명한 사진 작가도 담지 못할 저만의 풍경입니다. 제가 그때 그 자리에 차를 세웠기 때문에 찍을 수 있었던 풍경입니다. 그러니 농촌으로 갈 때는 차를 너무 빨리 달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좁은 길이라 위험하기도 하지만  멋진 장면을 놓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왜! 사진이 빛의 예술인지를 보여주는 나뭇잎 사이로 은은히 비춰내리는 빛


사진은 빛의 예술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사실 빛이 처음이자 끝이라 할 수 있겠죠. "빛이 있어 사진이 있었다"라고 사진학 개론서에 쓰여 있습니다(?). 그러니 같은 풍경이라도 빛에 따라 전혀 다른 사진이 됩니다. 그 빛은 습도와 먼지, 구름, 태양의 고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합니다. 좋은 풍경 사진은 그저 운이 좋았다고 밖에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시간, 내가 거기 있었다.

이런 풍경을 보면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차를 멈췄습니다.


제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 시작한 것도 지나가는 풍경이 너무 안타까워서였습니다. 업무 때문에 농촌으로 갈 일이 많은 데 갈 때마다 풍경이 바뀌는 겁니다. 익숙하던 것들이 너무 빨리 사라져 버렸고, 그 기억은 너무 쉽게 휘발되어 버렸습니다. 시간을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사진은 시간을 미분하는 장치이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진을 다시 적분한다고 해서 예전의 그 시절이 다시 돌아오진 않겠지만, 그 시절을 다시 떠올릴 수는 있지 않을까. 사진 속에 고정된 그 시간 말입니다. 그때부터 예술의 'ㅇ'도 모르는 제가 카메라를 들고 차를 멈추는 이유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배경도 날릴 줄 아는 잔기술도 생겼습니다. 물론 무거운 카메라 덕분입니다만 이젠 찍으면 어떤 느낌이 나올지 감이 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진짜로 미분하고 싶은 시간은 농촌이 시시각각 바뀌어가는 모습입니다. 곧~ 사라질 풍경들이죠.


완주의 양파밭과 되재성당


그렇지만 농촌 풍경을 아름답게 찍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눈으로 보는 풍경과 사진 프레임 속에 들어온 풍경이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 번 시행착오를 하다 보니 어떻게 프레이밍 해야 좋을지 경험으로 조금씩 깨우쳐갈 뿐입니다.


사진은 빛의 예술입니다. 빛이 풍경을 만듭니다.


카메라를 조수석에 얹고 다니다 보면 이런 행운도 마주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농촌의 풍경이죠. 이 계절엔 늦게 순이 돋아난 감나무의 엷은 황색이 양파의 찐한 녹색과 어우러져 색다른 느낌을 만들어 냅니다. 아마도 이 날이 지나면 전혀 다른 풍경이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이 사진은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창문을 열고 찍은 사진입니다. 제가 중국 윈난을 여행할 때 봤던 풍경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감나무의 색감을 디지털 메모리에 고정하기 위해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양파밭과 잎이 돋아난 감나무


농촌을 달릴 때는 좀~ 천천히 다녀 주세요. 늙으신 어르신들이 불안하지 않게, 느린 농기계가 위험하지 않게, 또 이런 멋진 농촌 풍경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속도를 줄이면 그 어떤 사진작가도 담지 못한 풍경을 내 가슴속에 담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괜찮다면 차를 세우고 핸드폰 카메라에라도 멋진 풍경을 담아 친구들과 공유해보는 건 어떨까요... 아름다운 우리 농촌을 만들어 가는 데 보탬을 주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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