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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Aug 06. 2020

세네갈 사람들에게는 양파가 김치입니다.

세네갈 농촌에 한국의 기술을 심다.

세네갈을 방문했었습니다. 농업전문가로서 여러 나라를 다녔지만 아프리카는 처음이었죠. 어떤 느낌일까 많이 궁금했습니다. 결론은... 사람 사는 곳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였습니다.


 <어린 왕자>라는 작품을 쓴 생떽쥐베리가 머물던 생루이, 파리-다카르 랠리, 바오바브나무, 노예들이 마지막으로 아프리카를 떠났던 고레섬.... 이런 정도가 제가 세네갈에 대한 지식의 전부였습니다. 물론 아프리카 농업에 대해서는 자료로만 봐왔었죠.


기장을 심기 위해 밭은 가는 가족들


세네갈도 우기와 건기가 분명한 지역입니다. 해안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항상 물이 부족합니다. 그러다 보니 작물은 대개 가뭄에 강한 기장과 수수가 주로 재배됩니다. 물론 옥수수와 카사바도 많이 재배되죠. 세네갈 사람들의 주식으로 사용되는 곡물(탄수화물)입니다. 채소는 양파가 주를 이룹니다. 양파 요리는 우리나라의 김치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 외에도 가지, 고추, 양배추 등 여러 채소들이 재배되는데 물이 없다 보니 관개시설이 있어야 농사가 가능합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찍어서 사진이 흐릿합니다.
전기나 디젤 펌프를 사용하여 밭에 관개를 한다.


새로운 해외공적개발원조사업(ODA)을 기획할 때는 수도(다카르)의 도매시장부터 작물을 생산을 하는 농촌마을 농가들에 이르기까지 농산물이 어떤 단계를 거쳐 오는지 분석합니다. 이를 가치사슬 분석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시장을 방문하고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시장에서 파는 농산물은 어디서 어떻게 들여오는지를 파악합니다. 물론 이런 짧은 조사로 흐름을 파악하는 건 아닙니다. 사전에 관련되는 자료를 읽고 와서 현장에서 확인하거나, 새로운 흐름이 있는가를 분석하는 것이죠.


다카르 인근 시장의 양파 도매상


짧은 출장기간 동안 만날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농업 현장은 지나가는 풍경을 보면서 이해하기도 합니다. 지형과 마을 배치, 토양의 색깔, 관개시설, 농작물 종류 등을 살펴보면서 어느 정도의 농업기술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분석합니다. 그러다 보니 긴 이동시간 동안 항상 깨어 있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농업을 이해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죠. 신기하게도 예상이 크게 빗나간 적은 없습니다.


지나가면서 찍은 세네갈의 농촌 풍경. 바오바브나무 주변에 채소농장에서 농민들이 일을 하고 있다.


농촌 마을에서 마을 주민들을 만나면 이것저것 해달라는 요구를 많이 합니다. 그중에는 전기모터가 반드시 들어 있습니다. 태양광으로 작동하는 전기펌프 말입니다. 이해가 가죠. 경유를 구입하는 것도 아까운 거겠죠.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하면 엄청난 돈이 필요합니다.


다카르 외곽의 시장


다수의 주민들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다른 접근방법이 필요합니다. 저는 채소시장의 가치사슬에 주목했습니다. 현장을 둘러보니 타는 듯한 더운 날씨에 양파가 모두 망에 담겨 길가에 쌓여 있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양파의 저장성이 떨어집니다. 농민들은 상품성이 떨어지기 전에 중간상인들에게 팔아야 합니다. 좋은 가격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일까요?


양파를 좀 더 일찍 또는 좀 더 늦게 생산하는 게 한 가지 방법일 테고요, 또 다른 하나는 양파를 창고에 저장해서 값이 좋을 때 판매하는 거겠죠. 전자는 품종개량과 물관리 기술이 결합해야 가능합니다. 이건 난이도가 높고 시간이 필요합니다. 후자는 보관창고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동네를 둘러봐도 창고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도로변에서 망고를 팔고 있는 주민들


농가소득을 높이는 방법은 마을 단위로 양파보관용 창고를 제공하면 가장 효과적이겠죠. 땡볕을 피할 수만 있어도 보관성이 높아질 것이고, 또 온도까지 떨어뜨릴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죠. 그렇지만 전기 역시 값비싼 자재이니 패시브 방식의 창고가 최선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버려지는 농산물을 줄일 수 있고, 홍수 출하를 막을 수 있어서 농가의 가격 협상력도 높아집니다. 물론 좀 더 들어가면 지역단위 집하장, 수도까지의 물류망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겠지만 사업비의 한계가 있으니 적당히 멈춰야 합니다.


세네갈 사람들의 주식인 쩨부젠. 양파볶음이 주요 반찬이다.


물론 창고가 있으면 양파만 저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망고나 기장도 보관할 수 있겠죠. 다카르에서 대서양을 따라 생루이로 가는 해안가 니예스(NIAES) 지역에 사는 가난한 농민들이 도약하는 데 작은 디딤돌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사업도 단순하니 실행도 어렵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은 동의하시나요?


다행스럽게도 제가 제안한 사업은 지금 KOICA에서 ODA 사업으로 세네갈에서 추진 중에 있다고 합니다. 저도 그 결과가 무척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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