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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Apr 22. 2019

가정용 바이오가스 보급사

우리나라에도 예전에 바이오가스가 연료로 사용된 적이 있었습니다. 어릴 적에 학교 선생님들이 가축이나 사람 분뇨에서 가스가 나오고 그것이 밥을 짓는 데 연료로 사용된다는 얘기를 듣고는, 혹시나 가스나 밥에서 냄새가 나지 않을지 궁금해하며 물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하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필자가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한 곳이 어릴 때 들었던 그 농촌형 바이오가스와 관련이 있는 부서였습니다. 한때는 열자원과라고 불리면서 한 개의 과로서 존재했던 적도 있었지만, 필자가 입사한 90년대 초에는 폐자원실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조직은 줄어들어 있었습니다. 예전에 바이오가스 업무를 담당했던 몇 사람만 남아 그 명맥을 잇고 있었죠. 공식적인 연구실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폐자원실을 열자원실로 불렀습니다.



인도에서 다시 만난 바이오가스


근래 들어 우리나라에서 예전에 했던 것과 같은 농가형 바이오가스 스토브 보급 사업이 인도와 중국에서 대규모로 추진된다는 소식을 들으며 농가형 바이오가스에 대해 다시 한번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교토협약 이후 온실가스 감축 사업으로 추진된 CDM 프로젝트의 농촌형 사업모델이었습니다.


바이오가스는 가축분뇨나 인분뇨를 부숙 시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보급됐습니다. 농가에서 사용하는 연료인 목재의 사용을 대체하여 산림녹화에 도움을 주고, 농민들이 땔감을 구하는데 들이는 시간을 절약하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개도국에서는 대부분 여자들이 나무를 구하는 역할을 하니 여성의 힘든 노동을 줄여주는 역할도 합니다.


이것뿐만 아닙니다. 여성들의 호흡기 질환을 낮추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나무를 땔감으로 쓰면 연기(미세먼지, 탄화수소)를 흡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참 고마운 존재라 할 수 있겠죠.


인도에서 보급되고 있는 농가형 바이오가스 관련 사진(이미지는 관련 프로젝트 사이트에서 가져옴)


현재 인도와 중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농촌형 바이오가스 사업도 우리나라에서 행해졌던 사업과 유사한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농가소득 증대와 농촌 일자리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는 게 좀 다르다면 다르다고 할 수 있겠죠. 또한 이러한 투자가 원조기관들의 지원과 CDM 사업을 통해 추진된다는 것도 우리나라가 했던 사업과는 다른 특징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농가용 바이오가스 스토브의 보급


우리나라에서 가정용 바이오가스를 처음 도입한 것은 1960년대 말부터 입니다. 1969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바이오가스 스토브는 1975년까지 29,000 여기가 보급되어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 당시의 바이오가스 발효조는 굉장히 단순한 형태를 뗬는데, 시멘트 벽돌로 분뇨를 담는 탱크를 만들고 표면을 비닐로 덮는 것이 시설의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겨울에는 짚단을 쌓는 등 보온을 위해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부엌까지 끌어들이는 호스와 그리고 부엌에 가스스토브만 놓으면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연료가 공급이 되었습니다.


농촌에 보급된 초기 바이오가스 시설


가스의 발생량을 높이기 위해 볏짚 등 그 당시에는 흔했던 유기물을 첨가하여  발효조의 효율을 높이려는 다양한 시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설 운영을 어렵게 하는 몇 가지 요인이 존재했는 데, 그중 하나는 황화수소(H2S)의 발생으로 인해 스토브와 밸브가 쉽게 녹이 슬고 부식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건 조금 더 심각했는데, 우리나라의 추운 겨울철을 나는 것이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메탄가스를 생산하는 혐기성 미생물의 활동이 위축되거나 아예 사멸하여 가스의 양이 줄어들거나 전혀 발생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봄이 되어 가스시설을 다시 가동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분뇨들을 모두 퍼내고 새로운 분뇨로 채우고 하는 과정을 해야만 하는 데 이게 쉽게 되는 일이 아닙니다. 이런 한계 때문에 농촌형 바이오가스 설비의 보급과 활용은 위축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한 바이오가스 설비들이 1980년대에 다시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모두 2,400 여기가 보급되는 데 그쳤고, 설비가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기술적인 문제점들은 해결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 당시에 겪었던 문제는 요즘 최신 시설에서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결국 에너지 위기가 지나가고 석유 가격이 싸지면서 바이오가스 보급 정책은 흐지부지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연구기관에서 바이오가스 연구를 일정기간 계속 수행합니다. 한번 생기는 쉬이 사라지는 법은 없으니 말입니다. 1985년부터는 배치(batch) 방식을 개선한 연속 흐름(Continuous flow) 방식의 메탄 반응조를 개발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농촌에서도 값이 싸진 기름보일러가 땔감이었던 나무를 서서히 대체하면서 농가형 바이오가스 스토브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낮은 경제성과 추운 겨울을 극복하지 못했고,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바이오가스 연구의 시작


1990년대 초반부터 실험실 수준에서 진행되던 혐기소화 연구는 1990년대 후반에 처음으로 일 15톤 처리규모의 파일롯 플랜트를 건설하는데 까지 발전하게 됩니다. 이 연구는 민간 기업과 공동으로 진행된 게 특징입니다. 미국과 독일에서 사용되던 공법을 벤치마킹한 후 실증 규모의 파일럿 플랜트를 건설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때부터는 필자도 옆에서 이과정을 모두 지켜보게 됩니다. (이연구를 담당했던 연구자는 최근 농진청을 정년퇴직했습니다.)

성환의 축산과학원 시험장 부지에 설치되었던 소규모 바이오가스 시설


1990년대 후반부터는 가정용 연료의 공급의 목적은 모두 사라지고, 가축분뇨의 처리와 에너지 생산이라는 목적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중규모 이상의 가축분뇨 처리 플랜트 도입이 추진되었습니다. 지금처럼 대규모 플랜트는 아직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농가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하던 시절이었으니 말입니다. 


독일에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던 농장형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벤치마킹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연구가 추진됩니다. 황석중 박사님이 여러 기관분들을 모시고 독일 농장을 많이 둘러보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이 연구를 시발로 바이오에너지 자원개발을 목적으로 여러 부처에서 바이오가스 발전에 뛰어들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다양한 국가의 외국기술들이 도입되면서 여러 공법을 적용한 혐기 발효조들이 건설됩니다. 우리나라는 순식간에 외국 기술의 각축장이 됩니다. 이와 함께 바이오가스 발전도 함께 추진되면서 국내에서 경유 혼소형 바이오가스 발전기가 개발되는 등 발전기 부문에서도 일정한 연구성과가 나타났습니다.


<2000년대 초 이천에 건설된 UASB 방식의 바이오가스 발전설비>


그렇지만 가축분뇨를 활용한 바이오가스 발전이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높았습니다. 그중 가장 큰 장벽은 낮은 경제성과 혐기 소화액의 처리 문제였습니다. 또한 규모의 경제와 운영 노하우의 축적도 농촌에서는 해결하기 힘든 과제로 인식됐습니다. 작은 규모에서는 뛰어난 운영자를 구할 수가 없었고, 큰 규모라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영할 기술은 부족했다는 평가였습니다. 크고 작은 실패가 누적되면서 축산 분야의 바이오가스 발전은 독일에서와는 달리 빠르게 확장되진 못하고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1980년대 이전의 가축분뇨처리는 연료의 생산이라는 관점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연료 문제보다는 축산의 증가와 함께 대두된 농촌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등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2000년대가 되면서 환경기초시설에 대한 투자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나자, 가축분뇨를 활용한 바이오에너지의 개발이 우선적인 관심 사항으로 변해갑니다. 


최근 가축분뇨는 기후변화 대응과 농업 미세먼지 원인물질이라는 관점에서 또다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바라보는 관점은 달라지고, 우리의 관심도 늘었다 줄었다 하지만 혐기성 미생물이 하는 역할은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바이오가스가 활발하게 만들어져서 에너지 문제 해결과 농촌환경오염 감소에 약간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고 다시 희망을 품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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