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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Mar 25. 2019

겨울 동안 뿌리채소를 보관하는 방법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일까? 아마도 작물을 재배하는 것보다는 겨울 동안 그 작물을 어떻게 보관할까, 라는 고민일 것이다. 여름 동안 고생스럽게 키운 작물이 겨울을 나기도 전에 다 상해버린다면 뙤약볕에서 고생한 보람이 실망으로 바뀌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직업 농사꾼이 아닌 사람들은 주변 지인들과 나누어 먹음으로써 보관 문제를 회피한다. 그래서야 농사꾼이라 할 수 있을까. 잎채소는 보관이 어렵지만 뿌리채소는 약간만 주의를 기울이면 겨울 동안 보관할 수 있다.


자! 그 방법을 살펴보자.


뿌리채소를 보관할 수 있는 최적 조건


뿌리채소는 주변 조건이 적당하면 몇 달 정도는 싱싱하게 보관할 수 있다.  0-4 ℃, 95% 습도가 뿌리채소를 보관하는 최적의 조건이다. 이는 냉장고의 최적화된 세팅이기도 하다. 이 보다 더 추우면 작물이 얼어 버리고, 이 보다 온도가 더 높으면 싹이 터서 금방 물러 터진다.


서늘한 온도와 약간은 촉촉한 습도


또 습도가 낮아지면 쭈글쭈글 해져 볼품이 없어질 뿐 아니라 탱탱한 식감도 사라진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피가 큰 채소를 모두 채울 수 있는 냉장고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니 뿌리채소를 어떻게 보관하면 좋을지 그 최적 조건을 이해하는 것은 농사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래서 수확 후 관리기술을 제2의 농사라고도 한다.


* 사진출처 : pixabay.com


뿌리채소를 보관하려면 일단 온도 변화를 최소화해야 한다.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단열재를 이용하는 게 가장 좋다. 단 며칠이라면 신문지로 감싸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지만 가을에 수확 후 겨울을 나기까지 싱싱하게 보관하려면 좀 더 확실한 단열 및 보습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단 주변을 둘러보면서 내가 이용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살펴보자.


단독주택에 지하실이 있는 경우


단독 주택에 살면서 지하실을 가지고 있는 가정은 일단 유리하다. 겨울 동안 얼지 않을 정도의 서늘한 온도가 유지되고, 습도도 충분히 높은 환경을 만드는 게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지하실 구석진 곳에 스티로폼, 담요 등 단열재를 이용해서 작은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 뿌리채소를 보관한다. 지하실에 창문이 있을 경우에는 문을 열거나 닫음으로써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바닥에 물을 뿌려주고 간단한 선풍기 정도만으로 바람을 불어 수분을 증발시켜 습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지하실에 온습도계를 설치하고 자주 관찰하면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습득해 나가는 게 좋다. 명심하자. 잘 보관하는 것은 농사를 잘 짓는 만큼이나 중요하다. 공간이 허락한다면 선반을 만들고 넓게 뿌리채소 종류별로 펼쳐 놓아 필요할 때 손쉽게 꺼낼 수 있도록 하는 건 어떨까. 우리나라 가정에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Peatmoss(피트모스)


지하실(또는 서늘한 장소)에 보관하더라도 나무상자, 종이박스, 아이스박스를 이용해서 충분히 단열이 될 수 있도록 하면 가을을 지나 겨울을 나기가 더 수월하다.  이때 박스 내부는 단열재로 충분히 감싸야한다. 내부 단열재는 두꺼울수록 좋다. 이런 용도로 가장 선호되는 것은 피트모스(peat moss)이다. 농자재 가게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다. 단열성능도 우수할 뿐 아니라 수분도 자체적으로 조절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작물의 수분이 너무 높을 때는 흡수하고 또 말라가면 흡수한 수분을 다시 내어 놓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잘 단열이 된 상자에 피트모스를 깔고 작물을 넣고, 다시 피트모스를 덮는 방식으로 층층이 쌓는 것이다.  이때 상자의 뚜껑은 덮지 말고 피트모스로만 덮어서 뿌리작물이 숨을 쉴 수 있도록 하면 썩는 것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렇게 보관하면서 필요한 만큼 꺼내 먹으면 가을부터 겨울을 지나 다음 해 봄까지도 충분히 싱싱한 뿌리채소를 먹을 수 있다. 상자에서 뿌리채소를 꺼낼 때마다 혹시라도 상한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 발견하면 즉시 제거한다.


아파트에서는..


지하실이나 서늘한 장소를 찾을 수 없는 아파트라면 문제가 좀 심각하다.  아파트 환경은 대개 건조하고 온도 또한 높기 때문이다. 이때는 뚜껑이 없는 아이스박스와 충분한 양의 피트모스를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겨울을 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중 일부는 김치냉장고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편이 될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땅을 파고 묻었다.


주변에 약간의 땅이라도 있는 곳이라면 구덩이를 파고 땅속에 보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이 해오던 방식이기도 하다. 토양이 온도 변화와 수분 변화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얼마나 깊이 팔지는 주변의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따뜻한 곳일수록 조금 더 깊게 판다. 땅에 묻을 때는 짚을 두껍게 깔아 준다. 필자도 예전에 이렇게 해보았는데 겨울날 아침에 구덩이에 손을 넣어 무(radish)를 꺼내는 것이 여간 힘이든 게 아니었다. 그러니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상자 안에 피토모스를 깔고 뿌리채소를 넣고 다시 피트모스를 덮는 방법으로 층층이 쌓은 후, 상자별로 땅에 묻고 필요할 때마다  상자를 하나씩 파내어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공간이 충분하다면 이 방법도 권장할 만하다. 땅에 묻을 때는 플라스틱 박스를 이용하고 상자 위는 철망으로 덥어서 쥐가 침입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한다.


뿌리채소 보관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


첫째, 수확은 아침에 하라. 토양 표면은 낮동안 건조해지고 밤이 되면 이슬이 내려 촉촉해지는 특징이 있다. 그러니 아침에 수확을 하면 뿌리의 잔털을 최대한 보존하여 보관성을 높일 수 있다.  

둘째, 잎은 뿌리의 바로 윗부분, 즉 잎이 시작되는 부분 바로 위를 잘라준다. 뿌리의 흙은 가볍게 털어주고 세척은 하지 않는다.

셋째, 수확을 할 때 뿌리의 상태를 살펴보고 상처가 났거나 병이 든 것은 보관에서 제거한다. 상처 난 것이 있으면 빠르게 상할 뿐 아니라 주변의 작물도 상하게 한다.


* How to Store Root Crops for Winter라는 글을 바탕으로 저자의 견해를 더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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