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코타운 May 22. 2019

우주적 이동에 관한 영화적 상상력

워프부터 포자드라이브까지

우주는 넓다. 넓어도 너무 넓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도 4.2광년이나 떨어져있다.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보다 27만배나 더 멀다. 현실적으로 그 먼 거리를 이동한다는 건 현재 과학으로는 불가능하다. <Lost in Space> 등 여러 영화와 시리즈에서는 우주적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그나마 현실적 대안처럼 보이는 냉동수면이 등장한다. 그렇지만 이정도 기술로 다이내믹한 스토리를 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순간이동 광선 또는 텔레포팅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는 전송(텔레포팅 또는 트랜스포팅)이라는 방법을 쓴다. 스타트렉(Star Trek)에서는 "순간이동 광선"을 사용하여 사람이나 물건을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순식간에 이동시킨다. 스타트랙 디스커버리(Stra Trek Discovery 시리즈)에서는 핵폭탄도 순간이동시켜 클링온의 우주선을 파괴하는 장면도 나온다.


스타트렉에서 트랜스포팅 하는 장면. 서서히 형체가 나타난다.


이게 과학적으로 가능할까? 물론 불가능하다. 파울리의 베타원리를 이용하여 정보의 전달까지는 어떻게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물질을 이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개념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어쨌든 영화적 설정에서 순간이동 광선은 비교적 단거리 이동에 사용된다. 스토리에 상상력 돋는 설정을 넣을 수 있게됐다. 영웅의 등장없이도 땅으로 수직 낙하하는 주인공을 건져올릴 수 있게됐다. 그렇지만 이기술은 우주선처럼 큰 물체를 이동시키는 건 가능하지 않다.


광활한 우주를 탐험하고 다니는 상상을 위해서는 새로운 이동 방법이 필요했다. 비록 그게 상상에 불과할지라도, 더 빠른 속도가 필요했다.



워프(WARP)


지금의 과학기술을 생각하면 우주선은 가장 빠른 비행체이지만, 우주의 거리를 고려할 때 우주선의 속도는 너무 느리다. 태양계를 벗어나는데도 수 십년이 걸린다. 현실 세계에서는 빛의 속도에 근접하지도 못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라서 광속으로 달리는 것도 불가능할 뿐 아니라 광속을 초과하는 건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우주의 광대한 크기가 상상력을 제한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초광속 이동 기술인 워프(warp)이다. 영화에서는 공간을 왜곡시켜(종이처럼 접어서) 짧은 시간에 먼 거리를 이동하거나, 시공간을 왜곡하거나 웜홀을 이용하여 초광속 이동을 하는 것으로 설정한다. 모두 특수상대성이론이 한계로 설정한 빛의 속도 범위를 지키면서 광속 이동을 가능하게 했다. 상상력일지라도 이론이 정립된 과학을 벗어나면 개연성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워프는 영화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하이퍼스페이스(hyperspace), 하이퍼드라이브(hyperdrive) 등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그렇지만 콘셉트는 유사하다. 빛의 속도를 뛰어넘는 공간 이동이다.


스타트렉에서 엔터프라이즈호가 워프 기동을 하고 있다.


워프를 처음 본 건 우주전함 V(전함 야마토)에서였다. 파동 엔진을 가동하면서 워프하면 수 광년의 공간을 점프하는 것 같았다. 스타트렉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워프를 사용된다. 워프없이는 이야기 전개가 불가능하다. 이동할 수 있는 우주가 다양해지면서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외계인도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워프가 가능해지면서 비로소 SF에서도 수 백 광년의 거리를 뛰어넘어 다른 은하계로 갈 수 있는 상상 속의 길이 열렸다. 그렇지만 우주는 워프하기에도 여전히 광대했다.



포탈(Portal)


이미 설명했 듯이 워프를 이용하여 광속을 초월해서 이동하기에도 우주는 너무 넓다. 우리 은하계만도 건너가도 수 십만 광년이 걸린다. 이래서는 안드로메다까지 갈 수는 없다. 또 수억 광년 떨어진 거리를 워프로 간다는 건 SF 일지라도 비현실적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새로운 이동 수단이 필요했다.


이번에는 거리의 제한뿐만 아니라 차원 및 시간 사이의 이동도 가능하게 하는 확장된 개념이 등장한다.  포탈(Portal)이다.


사실 포탈은 아주 오래된 개념이다. 수많은 SF물에서 어떤 특정한 공간을 통과하면 다른 세계로 통하는 설정이 나온다. 이건 모두 포탈의 개념을 차용한 것이다. 그중 <Stargate 시리즈>가 가장 유명하다.


포탈은 아주 멀리 떨어진 지역이라도 게이트를 통과함으로써 순간적으로 건너 갈 수 있다. 상상력의 제약이 전혀 없다. 뿐만 아니라 다른 차원 또는 다른 시간대의 세계로 연결할 수도 있다. 포탈이 있어서 물리적 거리와 시간의 흐름을 무시하고 다양한 이야기의 구성이 가능해졌다.


Stargate’s Return의 한 장면


그렇지만 포탈도 제한은 있다. 반드시 출발하는 곳과 목적지에 같은 기능을 하는 게이트가 필요하다. 또한 게이트를 작동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고 또 좌표를 입력하기 위한 장치도 필요하다. 스타게이트에서는 고대의 우주인이 이 포탈을 만든 것으로 나온다. 지구인들이 우연히 유적에서 이 포탈을 발견하고 활성화시킴으로써 여행이 시작된다.


넷플릿스의 아웃렌더에서 돌 유적이 주인공을 과거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일부 사람들은 영국의 스톤헨지 유적이 포탈이라고 믿기도 한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고대유적이 포탈 기능을 해서 과거로 또는 미래로 시간여행을 하는 것으로 설정하기도 한다. 넷플릭스의 Outlanders 시리즈처럼.



포자드라이브


화려한 그래픽으로 새롭게 선보인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시리즈에서는 새로운 이동 수단이 등장한다. "포자드라이브"이다. 이름부터 좀 이상하다. 포자드라이브라니. 곰팡이의 그 포자이다. 우주를 이동하기 위해 사용하던 워프라는 개념만으로 부족했던 모양이다.


포자드라이브는 포탈처럼 순간적으로 우주의 어느 곳으로든 이동하지만 포탈이 가지는 게이트가 양쪽에 있어야만 한다는 제약마저 없애 버렸다.


우주적 공간이동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상상력이다. 이 개념은 어디서 차용했을까?


스타트렉 디스커버리에서는 포자드라이브가 등장한다. 포집한 포자를 풀어 놓으면 상상하는 곳으로 순간 이동을 한다.


놀랍게도 미생물 생태학에서 차용했다. 땅에는 곰팡이도 있고 세균도 있다. 그런데 세균은 크기가 너무 작아서 다른 곳으로 이동이나 확산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자연에서는 그보단 더 빠르게 세균이 확산되는 걸 관찰했다.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과학자들은 그게 곰팡이가 있을 때 그런 현상이 관찰된다는 걸 밝견했다.


곰팡이 균사가 세균이 이동할 수 있는 고속도로 역할을 한 것이다. 스타트렉 티스커버리 팀은 이 개념을 우주에 도입했다.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백그라운드 우주 곳곳에 이 곰팡이 균사가 사방으로 뻗어 있다는 상상을 한 것이다.  디스커버리호는 그 균사망을 통해 다른 곳으로 순간이동을 한다. 이 기술을 통해 거의 전멸할 뻔 했던 클링온과의 전쟁을 역전시킨다. 영웅은 어벤저스가 아니라 포자드라이브다.


하지만 누구나가 다 포자드라이브를 사용할 경우 이야기가 애들 장난처럼 심심해지니 제약을 두는 설정을 도입한다. 포자드라이브를 사용할수록 완보류가 사는 균사망이 훼손되어 우주에 심각한 파괴를 초래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기술이 확산되는 걸 막고 단지 디스커버리호만 사용하는 당위성을 확보했다.



번외 : 화이트홀(white hall)


SF라면 아인슈타인 정도는 등장해줘야 성의를 좀 보이네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아인슈타인이 블랙홀을 예측한 건 아니지만 그의 방정식에는 블랙홀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블랙홀로 들어간 물질은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냈다. 물질이 빨려 들어간 입구 반대쪽으로 물질을 뿜어내는 화이트홀이 존재한다는 개념이다. 그 화이트홀은 시간마저 뒤틀어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냥 희박한 가설일 뿐이다. 그렇지만 SF에서 그게 대수는 아니다. 상상한 것은 무엇이든 가능하다.


화이트홀의 개념도. Credit: 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실제 화이트홀로 시간여행할 수 있을까? 화이트홀이 존재하기는 할까? 아마도... 그렇지만 그런 가설이 증명되던 말던 과학자들 입을 통해 말해진 개념들을 영화적 상상력에서 차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이외에도 소설이나 시리즈물에서는 다양한 공간이동 방법을 상상한다. 대개는 동굴 같은 특수한 지역을 포탈로 설정하거나, 별의 위치 배열과 같은 특정한 이벤트를 시공간 이동의 모티브로 설정한다.  소설 <황금나침반>에서는 두 세계를 연결하는 세계의 틈이 등장하기도 한다. 어떻게 다른 세계로 이동하느냐가 이야기 구조의 차이를 만들기도 한다.



이동의 제약이 풀리면 상상력도 풀린다. 우리나라에서도 무한한 우주를 여행하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SF가 많이 등장하길 기대한다. 이제 세계 여행만으로는 좀 갑갑하지 않나....

매거진의 이전글 아인슈타인의 블랙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