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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Jan 15. 2020

칼로 물 베기

커피 얼룩의 비밀

예전에 화학분석을 할 때 초자기구를 열심히 닦아야만 했습니다. 정말분석은 오염도가 낮아야만 하기 때문이었죠  유리기구를 닦기 위해 몇 시간 동안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보면 도닦는 경지에 올라선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세제로 닦고 물로 헹구고 또 증류수로 헹굽니다. 이론상으로는 초자기구가 깨끗해야 하는데, 기대와는 달리 그냥 말리면 유리표면에 얼룩이 생깁니다.


"증류수로 헹궜는데 왜 이러지? "

이런 의문이 필연적으로 생겨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설걷이에 꽤나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때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집에서 설걷이를 즐겨 하는 건 아닙니다. 프로와 아마의 차이를 느끼면 필연적으로 잔소리가 많아지고 부부싸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부부싸움을 흔히 "칼로 물베기"라고 표현합니다.


아마도 싸우지만 다시 하나 되어 살아간다는 뜻으로 하는 말이겠죠. 물은 칼로 잘라도 둘이 되지 않고 다시 하나가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이 표현도 과학 앞에서는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물방울은 잘라집니다.


못 믿으시겠다고요. 직접 영상으로 확인해보시죠. 이걸 가능하게 하는 건 초소수성 표면을 가진 칼 덕분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M6m7GcSKx8


제가 이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더군다나 연초에 할 이야기는 아니죠. 서론이 길었던 건 <커피 얼룩의 비밀>이라는 책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입니다. 지난 가을에 구입했다가 연말부터 꺼내들어 조금씩 아껴 읽고 있습니다.


커피의 얼룩(1)



저자(송현수 박사)는 유체역학이라는 돋보기를 통해 일상을 파고듭니다. 제가 약한 물리분야를 다루고 있어서 더 흥미가 돋습니다. 표면장력 때문에 커피 얼룩은 가장자리가 더 진하게 마릅니다. 아무리 깨끗하게 접시를 닦아도 얼룩이 남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와인의 눈물, 위스키의 얼룩, 그리고 때가 묻지 않는 핸드폰 유리, 물방울이 굴러다니는 후라이팬 등 표면장력 하나만 가지고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왜 식물잎은 소수성이어야만 할까,라는 답도 찾을 수 있습니다. 영롱하게 맺힌 아침이슬이 그냥 되는 건 아닌거죠.



저자는 우리 일상에서 마주치는 현상을 재밌게 설명하는 데 탁월합니다. 엔젤링, 샴페인의 거품, 무지게 칵테일 등 유체역학이 적용되는 분야를 재밌게 풀어쓰고 있습니다. 물론 내용이 마냥 쉽지만은 않습니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상대성이론이 없듯이 아포카토처럼 맛있기만한 유체역학도 욕심이겠죠. 그렇지만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틈틈이 하나씩 읽어 볼까 합니다. 세상이 얼마나 더 달라보일까요. 생각만 해도 신납니다.




인용


* 표제사진 : Engineers bounce water off superhydrophobic surfaces (영상의 한 장면)

(1) 커피얼룩의 출처(https://www.onlygfx.com/10-coffee-stains-splatter-png-tran…/)

(2) 잎사진은 (https://cn.dreamsti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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