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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Jun 18. 2019

붉은 단풍나무도 똑같은 광합성을 할까?

세상이 녹색으로 보이는 이유!

무심코 지나다가 붉은 단풍나무를 마주쳤습니다. 가로수나 정원수로 많이 심어서 요즘은 붉은 단풍나무를 보는 게 신기한 일도 아니지만 갑자기 쟤들은 어떻게 광합성을 할지, 궁금해졌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물론 다들 기본은 하시니 안토시아닌( anthocyanin), 베타카로틴 등 색소가 들어 있어서 단풍색을 띤다는 정도는 다 아시겠죠. 그런데 광합성(Photosynthesis)은 어떻게 할까요? 얘들도 먹고살려면 광합성을 해야 합니다. 저같이 평생 농업과학분야에서 일 한 사람도 궁금증이 생기니 여러분들도 크게 다르지 않겠죠. 그래서 정리해봤습니다. 최대한 쉽게!



풀과 나무는 왜 녹색(green)일까?


식물은 태양광 에너지를 저장하는 지구의 배터리입니다. 식물이 없으면 생명도 없습니다. 식물은 태양에너지를 포도당(glucose)으로 만들어서 저장합니다. 이 과정을 우리는 광합성이라 부릅니다.


벌써 어렵나요?

태양에너지는 물과 이산화탄소를 요리하여 우리의 밥(포도당)을 짓는다(2)


여러분들이 매일 같이 충전하는 스마트폰과 다르지 않습니다. 스마트폰 배터리를 충전하는 게 리튬(Li)의 전자 속에 전기를 잡아두는 물리적 과정이라면, 광합성은 물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포도당을 만드는 화학적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물 잎에서 이 역할을 하는 게 클로로필(chlorophyll)입니다. 대부분의 식물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관이고, 지구에 동물이 살 수 있게 만드는 태양광 발전소입니다.


식물은 녹색은 흡수하지 않고 반사한다(1)


식물 잎은 왜 녹색으로 보일까요?


그 태양광 발전소에 비밀이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클로로필은 청색과 적색만을 이용해서 광합성을 합니다. 무지개처럼 모든 파장의 빛을 가진 태양광 중에서 말입니다. 이렇게 예를 들 수 있겠네요. RGB 칼라를 모두 쓰는 칼라 모니터를 떠올려 보세요. 그 모니터는 그중에서도 청색(B)과 적색(R)만 필터링하고 녹색(G)만 내보냅니다. 녹색 글씨가 깜빡이는 단색 모니터가 되는 거죠. 식물이 푸른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옛날 컴퓨터 모니터는 정말 이랬습니다(5)



검은색 식물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만약 식물 잎(클로로필)이 모든 색을 다 흡수해서 광합성을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모든 파장의 태양에너지를 다 사용할 수 있으면, 식물은 더 빨리 자랄 수 있겠죠. 그렇게 식물이 욕심이 많았다면 세상은 아마도 검게 변했을 겁니다. 잎에서 아무런 빛도 반사하지 않았을 테니 말입니다.


바닷속에는 사는 생물은 녹색을 얻지 못해, 청색과 적색만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1)


그보단 녹색으로 보이는 세상이 훨씬 더 아름답죠. 욕심을 자제할 줄 아는 식물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왜 식물은 녹색을 좋아하게 됐을까?


이건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한 가지 가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구가 처음 생겼을 때는 육지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바다로 덮여 있었습니다. 지구 상에 처음 출현한 생물을 고세균(古細菌, Archaea)이라 부릅니다. 물론 이 고세균도 태양광을 에너지원으로 삼았습니다. 태양빛을 잘 받기 위해 바닷물 표면을 차지하고 있었겠죠. 그때 이 세균이 흡수한 파장이 녹색이었습니다. 그래서 고세균은 자색으로 보입니다.


고세균의 전자현미경 사진(3)과 고세균이 번성하고 있는 호주의 Hillier 호수(4)


그런데 바닷속 더 깊은 물속에도 미생물이 살았을 텐데.... 그들은 녹색광을 이용할 수가 없습니다. 이미 윗층에 사는 고세균들이 모두 가져가버렸으니 말이죠.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야 했습니다. 고세균은 쓰지 않고 흘려보내는 적색과 청색을 이용할 수 있으면 훨씬 더 생존에 유리했을 겁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입니다. 녹색을 띠는 클로로필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등장했고 빠르게 세상을 점령해나갑니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상상합니다.



그린 Green이 지배하는 세계


그럼 붉은색 단풍나무는 어떻게 광합성을 할까요? 뭔가 다른 비밀이 있지 않을까요?


안타깝게도(?)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나무의 색이 어떻던 똑같은 클로로필이 나뭇잎에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색소가 잎에 많이 들어 있어서 클로로필의 녹색을 가리고 붉게, 혹은 자색으로 보이게 할 뿐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99.9%는 적색과 청색 중심의 녹색 태양광 발전소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녹색광만 사용하던 자색 고세균에 비해 더 효율적이었기 때문이었겠죠. 거창한 시작에 비해 결론은 조금 싱겁네요!


세상을 지배하는 그린(2)

 

전 녹색을 좋아합니다. 아마도 농촌에서 자라서 눈뜨면 보는 색이었고, 또 농업 관련되는 일을 하다 보니 더 그렇게 된 면도 있을테죠. 그렇지만 여전히 겨울의 무채색에서 봄으로 넘어가면서 옅은 녹색으로 변하는 자연이 너무 신기합니다. 평생을 봐도 질리지 않을 만큼 말이죠.



인용문헌

(1) Why Are Leaves Green? Part 1 (동영상)

(2) Why Are Leaves Green? Part 2 (동영상)

(3) Survey of archaea in the body reveals other microbial guests

(4) Are All Extremophiles Archaea?

(5) Monochrome monitor

(6) 식물의 광합성의 역사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고 싶으신 분은.... Early Evolution of Photosynthesis을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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