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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Jan 23. 2020

바닷물이 짜진 이유!

폴리노프의 양분이동률

바닷물은 짭니다. 얼마나 짤까요? 1 kg의 바닷물에는 35g의 염분이 들어있습니다. 즉, 염분 농도가 3.5%라는 뜻입니다. 우리 몸속 체액에도 염분이 들어 있습니다. 약 0.9% 정도 말이죠.  바닷물의 염도는 우리 몸보다 4배 정도 더 짭니다. 아시다시피 염분은 생물이 살아가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렇지만 오늘 주제는 그게 아닙니다.


바닷물의 염분 중에 소금이 90% 정도를 차지하다 보니 염분을 그냥  소금으로 쓰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엄격히 구별하면 조금 차이가 납니다. 그 작은 차이가 생명을 만듭니다. 그러니 절대 무시할 수는 없지만, 오늘은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죠. 다음에 다시 다루게 될 테니 말입니다


그럼 바닷물은 처음부터 짰을까? 이게 바로 오늘의 주제입니다.


그걸 알아보기 전에 그럼 바닷물에는 소금이 얼마나 들어 있을까, 그것부터 한번 살펴보죠.  아래 그림은 바닷물 1 kg에 들어 있는 염분의 상대적인 양을 나타냅니다. 약 35g의 염분 중 가장 많이 들어있는 건 염소(Cl-)로 19.25g이고, 나트륨(Na+)은 10.7g, 황산이온(SO4)은 2.7g, 마그네슘(Mg)은 1.3g, 칼슘(Ca)은 0.42g, 포타슘(K)은 0.39g 들어 있습니다.

바닷물 속의 염분 조성 (1)


중학교 때 이미 다들 배운 것이지만, 물속에서는 이온성 물질은 반드시 동일한 전하 양을 갖는다는 걸 이해할 것입니다. 즉, 양이온과 음이온의 양은 같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양이온이 있으면 음이온성 물질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음이온의 대부분 염소가 차치하고 있고, 황산이온이 일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음이온은 비교적 단순합니다.


그렇지만 양이온은 다릅니다. 농도별로 줄세워 보면... (Na >> Mg >  Ca > K > 기타) 이런 순입니다. 나트륨(소듐)이 절대적으로 많습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농업적으로 볼 때 양이온성 물질이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대부분 비료는 나트륨을 제외한 양이온성 물질을 공급하는 것이죠.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나중에 다시 글을 쓸 수도 있겠죠. 만약에 읽는 사람들이 많다면 말이죠. 없다면 천천히 쓰면 되고요.


다시 바닷물로 돌아와서, 이 지구가 생겨나고, 얼음을 품은 혜성과 소행성들이 새로 태어난 행성과 충돌하면서 바다가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그때는 이렇게 짜지 않았겠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바닷물에는 염분농도가 서서히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3.5%에 이르렀습니다.


그럼 소금은 어디서 왔을까요?

아이러니 하게도 바닷물을 짜게 만든 것은 바로 물입니다.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할지 모르겠지만, 결국 지구적인 규모의 물순환(water cycle)이 바닷물을 짜게 만들고 있습니다. 바닷물이 햇빛을 받아 증발하고 육지에 비를 뿌립니다. 빗물은 토양에 스며들고 토양 속에 있는 염분을 강물로 씻어 보냅니다. 그리고 그 염분은 바다로 흘러듭니다. 그리고는 갇혀버리겠죠. 우리가 소금으로 또는 물고기로 잡아서 다시 식탁에 올리기 전까지 말입니다.

물 순환을 설명하는 이미지(5)


그럼 바닷물을 짜게 만드는 토양, 즉 지각의 성분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요? 이것도 한번 살펴봐야겠죠. 그래야 또 제말을 믿을 테니 말이죠. 지질학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교과서인 지질학 원론(4)에 따르면 지각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를 무게별로 분류할 때, 산소(O)가 46.6%, 실리콘(Si) 27.7%, 알루미늄(Al) 8.1%, 철(Fe) 5%, 칼슘(Ca) 3.6%, 나트륨(Na) 2.8%, 포타슘(K) 2.6%, 마그네슘(Mg) 2.1%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바닷물의 염분을 구성하고 있는 성분이 지각에 다 있죠. 그런데 농도가 많이 차이가 납니다. 러시아의 토양학자들은 토양과 바닷물 사이에 들어 있는 원소의 농도가 차이가 나는 걸 보고는 깜찍한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참고로 토양학은 전통적으로 러시아가 강합니다.


양분의 이동속도는 원소별로 다르다.

바닷물에  다량 들어 있는 원소는 이동이 쉬운 물질군으로 분류하고, 지각에는 있지만 바닷물에 없는 원소들은 이동이 어려운 물질군으로 분류했습니다. 이를 러시아 토양학자의 이름을 따서 폴리노프의 양분이동률이라고 명명했습니다. 토양학을 배울 때 앞부분에 나오는 내용 중 하나죠. 농업이나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이동성이 큰 원소들이 관심사입니다. 우리가 염분으로 부르는 물질을 농업에서는 양분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러시아 토양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질소(N), 인(P)의 손실량은 평균적으로 헥타르(ha) 당 7-12 kg, 칼륨(K)은 헥타르당 6.5-14.7 kg이라고 합니다. 러시아 전체로 따지면 N, P, K의 손실량은 각각 1백45만 톤, 109만 톤, 118만 톤이라고 추정합니다(2). 이 엄청난 양은 토양을 떠나 강을 거쳐 바다로 흘러들겠죠. 그 와중에 이들 성분은 강의 부영화를 부추기기도 합니다.


질소 순환을 설명하는 그림(6)


토양을 벗어난 양분들은 플랑크톤의 먹이가 되고, 다시 물고기를 거쳐 바다새까지 이어집니다.  그리고 양분이 풍부한 새똥, 구아노는 다시 비료가 되어 식물의 양분이 되고 그 일부는 다시 바다로 흘러들어 갑니다. 토양을 벗어난 염분은 생명 속을 흐르면서 이 지구를 살아있는 행성으로 만듭니다. 다른 말로하면 지구의 문명은 토양 양분의 유실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양분의 유출이 빨라지면 토양은 척박해지고 농산물 생산량도 떨어집니다. 과거에는 이게 문명의 성쇄를 판가름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막 농업과학을 탐험하기 위한 긴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그 처음을 소금으로 정했습니다. 농업적으로 중요하기도 하지만, "the salt of the earth"가 되고 싶다는 제 바람이 녹아있기도 합니다 .



참고문헌


(1) Seawater, wikipedia에서 인용

(2) Soil erosion, nutrient migration and surface water pollution in Russia. Sediment Transfer through the Fluvial Svstem (Proceedings of a symposium held in Moscow. August 2004). IAHS Publ. 288, 2004

(3) Salinity explained

(4) Essentials of Geology(7th Ed., Prentice Hall, 2000) by Frederick K. Lutgens and Edward J. Tarbuck.

(5) Water cycle

(6) Nitrogen cycle,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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