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돼지고기를 먹는 방법
원천마을에서 작은 마을 축제가 열렸습니다. 아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벌써 올해가 5회째 입니다. 원천마을, 충남 홍성군 결성면에 있는 농촌 마을입니다. 돼지가 가장 많은 지자체 답게 이곳 홍성에도 축사가 많습니다. 원천마을에도 축산농가가 여럿입니다.
동네 잔치에 음식이 빠지면 안되죠. 당연히 이때가 되면 최고의 돼지고기를 맛볼 생각에 두어달전부터 가슴이 설렙니다. 축제 준비를 위해 토종돼지가 포항에서부터 올라옵니다. 토종돼지는 우리가 시중에서 구하는 돼지보단 세배 정도의 기간을 더 키워야 합니다. 수량도 많지 않고 가격도 비싸지니 마트에서 구할 수는 없습니다.
세배 많은 시간이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내는가 하면, 그간 먹은 돼지고기는 모두 잊는 게 좋습니다. 돼지고기 수육은 식감이 쫄깃하고 비게 마저 탄력이 넘칩니다. 돼지고기 국물은 구수한데 깔끔합니다. 원래 돼지고기는 이래야 하는 거죠. 작년 박찬일 쉐프에 이어 올해는 임현식 쉐프가 칼을 잡았습니다.
이태원의 치즈플로에서 토종돼지를 이용해 만든 살루미와 생햄을 선보였습니다. 생햄을 불판에 구웠는 데 짭짜름한 맛과 식감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해머로 머리를 맞은 충격이랄까요!
물론 축제에 술이 빠질 수는 없죠. 직접 만든 수제막걸리와 생맥주가 역시 서비스 됩니다. 제가 음식을 소개하는 일은 잘 없지만 동네 잔치를 소개할려다 보니 음식 이야기부터 하게 됩니다.
홍성군 결성면 원천마을에서는 이렇게 조롱박이 주렁주렁 달릴 때쯤 마을축제를 엽니다. 이곳에 가면 맛있는 정도가 아니라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식재료와 토종돼지로 만든 돼지고기 수육, 구이, 국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아직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모두 공짜입니다.
이 마을에 있는 돼지농장 주인(이도헌 대표)과 마을 주민들이 마을 어른들을 모시고 또 마을을 알리기 위해 매년마다 여는 행사입니다.
물론 먹는 것만 있는 건 아닙니다. 농기계를 보관하는 창고에서는 동네 사진전이 열립니다. 마을 주민들의 사진이 프로젝터에서 돌아가고, 또 여러 사진작가들이 찍은 마을 사진도 함께 전시됩니다. 지금은 이 창고에서 영화를 상영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죠.
원천마을 축제는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너무 많아 진다면 달라 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여기에 가면 단언컨데 최고의 돼지고기와 막걸리 한잔을 함께 나누는 농촌 인심을 만나게 될겁니다. 그리고 주변 농촌을 거닐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도 있겠죠.
우리에게 농촌은 어떤 의미일까요? 40-50대에게 농촌은 이런저런 의미가 있을테지만, 청년들에게는 우리세대가 가지는 그런 느낌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전 청년들이 농촌을 축제의 장소, 즐거움이 있는 곳으로 알아줬으면 하고 기대합니다.
원천마을 입구에 차를 세우고 마을회관으로 걸어가는 길에 백일홍을 봤습니다. 쓰잘데 없이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백일홍은 어째서 100일 동안이나 꽃이 필수 있을까? 정말 꽃이 백일동안 필까? 마을 축제에 와서 쓰잘데 없는 생각하는 걸보니 배가 덜 고팠나 봅니다. 그런데 자세히보면 꽃과 봉우리가 함께 있습니다. 꽃은 피고 지지만 새 봉우리에서 계속해서 꽃이 피는 것이죠. 이렇게 피고지고 석달열흘을 갑니다.
내년 이맘때면 원천마을에서는 또다시 마을 축제가 열릴 겁니다. 올해 놓치신 분들은 내년을 기대해보세요. 내년에도 개성있고 실력있는 쉐프가 농촌에서 갓수확한 최고의 식재료로 멋진 음식을 만들어 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