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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Jun 17. 2019

족발 맛집에서 배우는 성공 방정식

두려움을 마주할 때 더 나은 나를 발견한다

돼지족발을 만드는 업체에서는 이 족발을 삶는 게 핵심기술입니다. 꽤나 숙련된 노하우를 필요로 합니다. 작은 중소업체는 어디나 그렇듯이 대개는 한 사람이 이 업무를 담당하죠. 업체에서는 이 족발 장인이 없으면 공장이 멈춥니다. 사장도 어쩌지 못할 정도로 공장에서는 힘 좀 씁니다.


그런데 작은 중소기업에 새로운 전문가가 영입됩니다. 컨설턴트 같은 역할이죠. 물론 이분은 식품공학 박사이긴 하지만 육가공에 대해 아는 건 없습니다. 갈등은 예정된 수순입니다.


인터넷 판매를 하면 맛에 대한 평이 고객 게시판에 올라옵니다.


짜다, 싱겁다, (냄새를 잡는) 향이 심하다 등등....

그럴 때마다 족발 장인은 눈대중으로 소금과 재료의 양을 늘리고 줄이고 합니다. 맛은 또 변하고 또 다른 고객의 불평이 올라옵니다. 물론 맛있다는 평도 자주 올라옵니다. 문제는 품질이 들쭉날쭉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음식업에서 맛이 들쭉날쭉하는 건 가장 안 좋은 경우입니다.


영입된 전문가는 레시피를 업그레이드하고 계량화할 것을 제안합니다. 물론 족발 장인은 경계합니다. 어쩌면 자기 직업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느낍니다. 자기가 지금까지 해왔던 갑질의 추억도 떠오릅니다. 일단 배척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이 전문가는 '까대기'도 같이 하면서 친화력을 높여 갑니다.


그리고 설득합니다.


당신이 이 공장에만 있을 건 아니지 않으냐. 이런 기술을 가지면 당신 몸값이 더 높아질 것이다.

결국 장인은 동의하고 함께 레시피를 업그레이드하고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도록 계량화합니다. 회사에서는 이제 족발 장인이 출근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까지는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족발 장인은 인근 읍내 시장에서 자신의 족발 가게를 차립니다. 그리고 이미 헤어진 전문가에게 연락해서 레시피에 대해 다시 자문을 구하고 그때 만들어진 매뉴얼대로 제품을 만듭니다. 이미 수 십 년 동안 대량으로 족발을 만들 던 경험은 작은 가계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그 족발집은 시장에서 금세 ”족발이 맛있는 맛집”으로 이름을 날립니다. 멀리서도 찾는 명소가 됐습니다. 한산하던 시장에서 그 집 앞에 줄을 서는 낯선 풍경도 벌어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족발 장인은 인근에 건물까지 구입하는 등 아주 잘 나가는 사업가로 자리를 잡습니다. 비싼 외제차를 구입한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주기도 한다네요. 자랑하고 싶은 거겠죠.



이 이야기는 지인의 경험담입니다. 지난주 남도의 땅끝마을까지 차를 같이 타고 가면서 그간 살아온 이야길 나누다 들은 이야깁니다. 느낀 점? 글쎄요!


현장의 오랜 경험을 체계화하는 게 중요하다, 뭐 그 정도 되려나요. 아니면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으면 좋다. 잘 모르겠네요. 이연복 셰프의 말이 떠오릅니다.


 레시피, 어차피 알려줘도 못 따라 한다.

비법 하나가 경쟁력이면 그건 가망 없는 희망일지도 모릅니다. 족발 장인은 수 십 년 동안 자기를 규정해왔던 틀을 벗어나서 한 단계 더 앞으로 나갔습니다. 때로는 소중한 것을 포기할 때 새로운 길을 찾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마도 족발 장인은 자신의 가게를 여는 꿈이 있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르죠. 그리고 그 성공 뒤에는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노력이 있었을 테고요.


실패에는 각자의 이유가 있지만, 성공의 이유는 어디서나 비교적 단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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