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의와 차이점에 관한 고찰
우리는 여전히 <6시 내 고향>을 꿈꾸며 스마트농업 시대를 살아간다. 스마트농업만으로도 부족했는지 이제는 디지털농업이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뭔가 더 와 닿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뜻이 명확히 와 닿지는 않는다. 그래서 정리해봤다. 정밀농업부터 스마트농업, 그리고 최근에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농업까지, 그 정의와 차이점에 대해서.....
정밀농업(Precision farming)에 대한 맥킨지그룹(McKinsey & Company)의 정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1).
“단위 필지별 또는 작물 개체별로 모니터링, 측정, 분석에 기초하여 작물에 대한 맞춤형 관리 및 효과적인 물 사용을 통해 생산을 증대하고, 폐기물 발생 및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농장의 경제성을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농장관리 기술체계”를 말한다.
정밀농업은 빅데이터와 고급 데이터 분석기술이 한 축을 이루고, 항공영상, 센서, 정밀한 날씨예보 등 로보틱스 기술이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유럽의회는 정밀농업을 “현대적인 농장관리기술의 하나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농업 생산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최적화하는 기술”로 정의하고 있다(2).
정밀농업의 가장 대표적인 기술로 가변시용기술(variable rate application, VRA)을 들 수 있다. VRA는 GPS와 센서를 활용해 정밀하게 파종, 시비, 잡초방재 등을 하는 기술체계를 지칭하는 것으로 주로 트랙터 부착장비로 실제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정밀농업은 농장 필지별 또는 단위 개체별 모니터링과 측정, 이에 기반한 분석을 바탕으로 최적의 처리를 추구하는 농업기술 접근 방법론으로, 최소투입을 통한 최적 생산으로 환경부하를 최소화하고 경제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농업기술체계로 정의할 수 있다.
스마트농업(smart farming)은 빅데이터, 클라우드 및 사물인터넷(IoT)을 포함한 첨단 ICT 기술 인프라를 농업에 접목하여 운영추적(tracking), 모니터링, 자동화,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한 농업 생산 증대 및 품질 향상을 추구하는 접근방법을 말한다(3).
정밀농업(precision farming)의 연장선 또는 확장된 개념으로 볼 수 있으며, 소프트웨어에 의한 제어와 센서에 의한 모니터링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스마트농업은 세계 인구증가, 다수확 작물에 대한 수요 증가, 천연자원의 효율적 사용, ICT 기술의 발전과 폭넓은 활용성, 그리고 기후 스마트 농업의 필요성이 증대하면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스마트농업 기술은 다음을 포함하는 것으로 규정되고 있다(4).
- 토양 스캐닝, 물, 빛, 습도 및 온도 관리 등 센서 기술
- 농장 유형별로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솔루션
- 셀룰러 네트워크 기술 등 통신기술
- GPS 등 위치기반 기술
- IoT 기반 솔루션, 로보틱스, 자동화 시스템 등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시스템
- 미래예측과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데이터 분석
외국에서는 스마트농업이 주로 농업생산 전반에 대한 부분을 다루는 기술로 국한하는 반면에 국내에서 스마트농업은 좀 더 광의로 사용된다.
‘스마트농업’이란 정보통신기술을 농업의 생산, 가공, 유통, 소비 전반에 접목하여 원격에서 자동으로 작물의 생육 환경을 관리하고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5).
이렇듯 국내에서는 스마트농업을 농업생산뿐만 아니라 유통 및 소비에 이르는 농업 후방 가치사슬까지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강하다. 심하게 말하면 모든 게 다 스마트농업으로 통한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지만 무분별한 용어의 사용은 또 다른 혼란을 낳는 시발점이기도 하다.
유럽농기계협회(CEMA)는 디지털농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6).
디지털농업(digital farming)은 연결된(connected) 지식기반 농업생산시스템인 정밀농업으로부터 진화한 농업 및 농업 엔지니어링 방법론이다.
디지털농업은 정밀농업기술에 지능형 네트워크 및 데이터 관리 도구를 포함하고 있으며, 가용한 모든 정보와 전문 지식을 사용하여 농업에서 지속 가능한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CEMA는 디지털농업을 “인더스트리 4.0”과 비슷한 개념을 가지고 있지만, 농업생산과정은 산업생산과정과 달리 자연조건 및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되므로 별도로 디지털농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디지털농업(Digital Farming)은 데이터 존재 유무나 가용성을 뛰어넘어 실행 가능한 의사결정 지능을 창출하고 그 데이터로부터 의미 있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 농업학회는 디지털농업을 “정밀농업 및 스마트농업 방법의 일관성 있는 적용, 농장과 관련된 내외부 네트워크, 빅데이터 분석과 함께 웹 기반 데이터 플랫폼 사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한다(7).
정밀농업은 측정에 기반한 정밀한 비료 사용, 비용절감, 그리고 이를 통해 환경영향을 최소화하는 최적화에 중점을 둔 농업 방법론으로, 단위 필지별 또는 개체별 차이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화된 처리를 적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정밀농업은 1990년대 농업기계 연구자 그룹을 중심으로 시작되었으며, 요즘은 일반화된 GPS 기술, 위성영상처리기술, 센서 기술을 접목하여 필지별로 서로 다른 처리를 하는 데 중점을 두고 발전했다. 하지만 그 당시 기술 수준은 충분히 활용할 만큼 값이 저렴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 등 일부 대규모 농장에 적용되는 데 그쳤다. 후에 데이터 처리기술과 셀룰러 통신기술, 스마트폰이 발전하면서 스마트농업이라는 개념으로 확장된다.
스마트농업은 정밀농업에 빅데이터, 클라우드 및 사물인터넷(IoT)을 포함한 첨단 ICT 기술을 새롭게 접목한 확장된 정밀농업으로 볼 수 있다. 복잡한 농업시스템을 최적화하기 위해 정보 및 데이터 기술을 적용하는 것에 중점을 둔 방법론이라는 점에서 정밀농업과 차이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밀농업과 기술적 차별성은 크지 않다.
스마트폰과 셀룰러 네트워크의 확산으로 언제 어디서나 농장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 취득하고 필요한 조치를 원격으로 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정밀농업과 구별되는 점이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스마트농업은 수집된 정보를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해 데이터에 대한 접근과 이러한 데이터의 활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스마트농업은 개별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농장 전체를 제어하는 활동을 포함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일 이용하여 토양, 작물, 기상, 자원 사용현황, 인력, 자본 등 모든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농민은 직감이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디지털농업은 앞에서 설명했듯이 정밀농업과 스마트농업을 통합한 개념으로 핵심은 데이터로부터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다. 데이터 존재 유무나 가용성을 뛰어넘어 실행 가능한 의사결정 지능을 창출하고 그 데이터로부터 의미 있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의사결정 지능이라는 개념이다. 스마트농업이 농민이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다면, 디지털 농업은 그 의사결정의 상당 부분을 대체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한 데이터로부터 의미 있는 부가가치 창출도 눈여겨봐야 한다. 비로소 농업 생산과정에서 획득된 데이터가 유통과 소비자와 연결되고, 농기계 및 농자재 기업의 기술혁신을 촉발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농업은 모든 게 연결된 데이터 시대의 도래를 선언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어이없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질문은 우리가 용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있다. 사실 위에서 설명한 용어 국제적으로 합의된 정의가 있다기보다는 국가마다, 또는 이를 주장하는 단체마다 자신의 목적에 맞게 정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스마트농업을 생산단계뿐만 아니라 유통과 소비자 단계까지 농업 후방 가치사슬을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사용하여 혼란을 초래하는 경향이 있다. 사방에서 스마트농업이 보이지만 우리 주변 어디에도 스마트농업을 목도하긴 쉽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디지털농업이라는 소리가 들리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또 헷갈려할지도 모르겠다. 그사이 우리가 뭐가 더 좋아진 걸까? 이런 의문을 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항상 기본으로 돌아가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가 정밀농업이나마 제대로 한 적이 있었던가!
연약한 체계 위에서 구해진 데이터가 의미 있는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는 없고, 인공지능(AI)이 개입한다 하더라도 의사결정 지능으로 진화를 기대할 수 없다. 디지털농업이라는 용어의 등장이 데이터농업 시대를 어떻게 맞이할지 그 기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
(2) What is the difference between precision, digital and smart farming?
(3) smart farming
(4) Smart Farming, or the Future of Agriculture
(5) 스마트 농업 시장.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2018. 1.)
(6) Digital Farming: what does it really mean?.(2017) CEMA.
(7) What is the difference between precision, digital and smart far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