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의와 차이점
논문과 에세이, 누구나가 그 둘이 다르다는 건 알지만 정확히 그 뜻을 알고 있지는 않다. 갑자기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서 한번 집고 넘어가고 싶었다.
에세이(Essay)
우리는 에세이를 수필로 번역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수필의 정의는 따로 내리지 않겠지만 어떤 글인지는 알 것이다. 형식이 크게 없이 자유롭게 쓰는 글을 의미한다는 정도로 넘어가자.
수필은 형식이 없다. 그렇지만 에세이는 다르다. 의심이 가면 먼저 사전을 찾아보자.
Cambridge Dictionary 사전에서는 에세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특정한 주제에 관한 짧은 글로, 대개 개인적인 관점을 표현한다." "a short peice of writing on a particular subject, often expressing personal view". 우리가 말하는 수필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좀 다르게 사용된다.
"에세이는 일반적으로 학생이 과목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정보와 토론을 포함하는 서면 답지"로 정의하기도 한다.
"In a school test, an essay is a written answer that includes information and discussion, usually to test how well the student understands the subject."
Merriam-Webster 사전에서는 약간 다르게 정의하는 데, "특정한 주제 또는 개인적인 관점을 주제로 다루는 분석적 또는 해석적 문장 구성을 가진 글", "an analytic or interpretative composition usually dealing with its subject from a limited or personal point of view"로 정의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에세이를 수필로 번역하는 경향이 있는데 딱히 정확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 에세이는 특정 주제를 대상으로 개인적 견해를 분석적으로 쓴다는 점에서는 수필보다는 논설(discourse) 쪽에 좀 더 가까울 수 있다. 아마도 그 중간 어디가 아닐까.
논문(Scientific articles)
논문이란 과학저널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잡지에 투고하는 걸 목적으로 하는 글을 말한다. 여기서 과학저널이란 동료검토(peer review) 체계를 가지고 있고, 다른 연구자가 인용이 가능하고, 또한 인용문헌을 포함하고 있는 논문을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특수한 목적의 잡지를 일컫는다.
논문은 각 저널마다 엄격한 형식을 가지고 있다. 대개는 다음과 같은 형식을 따른다.
Title (제목)
Author(s) (저자)
Abstract (초록)
Introduction (소개)
Methods (방법)
Results (결과)
Discussion (토론)
References/Literature cited (참고/인용문헌)
논문을 쓰기가 어려울까? 이건 쉽게 말할 수 있다. 에세이보다 어렵지도 쉽지도 않다고. 무슨 말인가 하면 글을 쓰는 형식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쓰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다. 단지, 논문은 실험적인 분석이나 조사를 대개 포함하고 있어서 그 과정에서 시간이 걸린다는 것뿐이다.
그럼 왜 논문이 어렵다고 느낄까? 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건 자기가 무엇을 주장(즉, 문제인식)하고 싶은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주장을 어떻게 전개해야 설득력이 있을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논문이나 에세이나 자기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전개해야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스토리텔링이 역시 중요하다. 이게 잘안되면 실험만 열심히 한 논문을 쓰면되는 데, 대개 좋은 연구자가 되지는 못한다. 개인적 경험으로는 지도교수를 정할 때 스토리텔링도 되는 분을 찾는 게 좋다.
차이점과 유사점
에세이는 "분석적 또는 해석적" 설명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수필과는 좀 차이가 있다. 수필은 문학일 수 있지만 에세이를 굳이 문학으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주장을 표현하는 글쓰기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에세이는 논문과 상당한 유사점이 있다.
에세이는 글을 쓰게 된 배경(소개), 조사 및 분석(같은 주장, 반대 주장), 자기 견해, 주장의 논거, 인용(참고) 문헌 등으로 구성된다. 논문만큼 엄격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형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논문처럼 과학적인 조사와 분석을 포함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자기 의견을 개진할 때는 반드시 찬성과 반대되는 의견을 다루도록 한다. 특히 학교에서 교육할 때는 반드시 자기 의견에 동조하는 문헌, 자기 의견에 반하는 문헌을 반드시 고찰하도록 하고 있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게 한다.
에세이 교육의 필요성
글쓰기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외국, 특히 서구 선진국 교육의 대부분은 에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글쓰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실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는 소통(communication)이다. 이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게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고, 구성원 간 원활한 소통은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서로 다른 가치관을 엮어주는 접착제이다.
에세이를 쓴다는 건 서로 다른 의견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근거 있는 자료와 근거 없는 자료를 구별하는 안목을 가지게 만든다. 그리고 글로 쓰면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이 어떻게 변해가는 지를 알 수도 있어, 판단 기준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유튜브(youtube)의 시대라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면 우리 사회가 좀 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이 가능한 나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허망한 기대라도 하고 싶은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