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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Nov 10. 2019

뽕나무가 우리삶에 끼친 영향

서울시 지정기념물 1호, 잠실 뽕나무

서울특별시 지정기념물 1호가 무엇인지를 아세요?

잠실에 있는 뽕나무(잠실리 뽕나무)입니다. 사실 저도 처음 들었습니다. 3호선 잠원역 4번 출구를 나와서 20-30분 걸어가면 나옵니다. 물론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풍수지리가들은 한양을 누에처럼 보았다고 합니다. 남산은 누에머리라고 생각해서 그 봉우리 이름을 잠두봉이라 지었습니다. 그 밑에 샘은 잠두샘이라 부르고, 옆에는 잠두체육공원이 있습니다. 서초동 서리풀 공원이 반포대로로 갈라지자 그 사이를 잇는 육교를 세웠는데 그게 누에 모양입니다. 누에다리가 그냥 붙여진 이름은 아닌거겠죠.


누에섶의 변천사


누에 앞쪽은 푸르러야 나라의 기운이 성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 앞에 뽕밭을 조성합니다. 뽕밭에는 당연히 누에방, 즉 잠실을 많이 지었겠죠. 예전에는 잠원동부터 잠실까지 뽕밭이 펼쳐져 있었다고 합니다.  누에의 꼬리는 성북동이었습니다. 그곳에는 선잠단을 지어 잠신에게 누에농사의 풍년을 기원했습니다. 왕비는 해마다 친잠제를 지내서 풍년을 기원했습니다. 그게 노무현 대통령 때까지 이어졌다고 하죠.


이외에도 우리 역사 속에서 잠업이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는지 알고서는 깜짝 놀랐습니다. 경상북도의 도지정 문화제 1호는 역시 상주시에 있는 뽕나무입니다. 정선군청 앞에는 뽕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 데, 강원도 지정문화제 7호입니다. 심지어 북한의 천연기념물 88호 역시 묘향산 보현사 앞 뽕나무라고 합니다.


남과북은 이렇게 뽕나무로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이렇듯 잠업은 조선시대부터 중요한 산업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일론이 들어오면서 급격하게 무너져 내립니다. 몸을 추스를 사이도 없이 붕괴되었습니다. 한 때는 백만호까지 이르렀던 잠업농가는 겨우 600호 정도 남았습니다. 누에고치를 만들어 실크를 만드는 농가는 불과 수 십 호에 불과합니다. 동서양 문명의 교역로를 열었던 실크산업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건강기능성식품으로 누에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경북 상주에 있는 허씨비단, 우리나라에 하나 남은 비단직물 공장


잠업의 붕괴는 단지 한 시대의 문화가 사라진 것으로만 퉁칠 수는 없습니다. 미래의 성장 기반을 상실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누에는 25일 만에 알에서 번데기가 되면서 1,500미터의 견고한 실크를 만듭니다. 엄청난 생물 공장입니다. 이런 전통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잠업은 상주의 한 공방에서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비단실을 찌고 나서 건조하는 과정


요즈음 곤충산업이 주목받고 있는데, 우리는 이미 엄청난 곤충산업 기반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 백종의 누에 유전자원을 가지고 있고, 수백 년 동안 누적된 산업화 기술 역시 이미 완비되어 있습니다. 누에는 이미 건기식 인증을 받았고, 또 치매, 당뇨 등 여러 질병예방에 효과적인 게 증명되었습니다. 누에가 만드는 단백질을 활용하여 새로운 신소재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누에는 기원전 6천 년 전부터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 온 곤충입니다. 

천연염쌕까지 마친 비단


이런 엄청난 국가적 자산을 왜 외면했었을까! 잠업 현장을 방문하면서 여러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지금까지 잠업이 규모 있게 이어져왔다면 전혀 다른 쪽으로 진화했을지도 모릅니다. 가장 앞선 스마트농업이 될 수도 있었겠죠. 누에는 우리가 만들어갈 역사와 다시 함께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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