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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Apr 30. 2020

악마의 옹호자의 유래와 의미

반대의견의 없다면 주위를 돌아보자!

악마의 옹호자(devil's advocate). 


"주류의 의견에 반대되는 의견을 제안하여 토론을 더 깊이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지칭할 때 쓰는 용어이다. 어떤 모임에서 던 이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깊이 있는 토론이 진행되기는 어렵다. 악마의 변호사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악마의 옹호자라는 용어는 가톨릭에서 유래하였다. 성인으로 추대된 후보자를 검증할 때 생애에 성취한 업적을 조사하던 공식 직책 중 하나이다. 이 임무를 위해 고용된 조사관은 자신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부정적인 가정에 근거해서 조사를 해야만 한다. "후보자의 인격을 회의적으로 보고, 증거의 허점을 찾고, 후보자에게 귀속된 어떤 기적이든 사기라고 주장"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와 반대되는 즉, 일반적인 임무를 맡았던 조사관을 신의 옹호자(God's advocate)라고 부른다.  


반대자는 왜 필요한가?


그럼 왜 가톨릭에서는 악마의 옹호자를 두었던 것일까? 추정이지만 분위기 상 성인(saint) 후보자로 추천된 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기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당연히 검증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1587년 교황 식스투스 5세(Sixtus V)는 이 직책을 공식화함으로써 돌파구를 찾고자 했다. 15세기부터 비공식적으로 행해져 오던 것을 공식화했다. 이게 얼마나 효과적이었을까? 통계적으로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비로소 교회 내에서도 토론이 가능하게 되었을 것 같기는 하다.   


<월드워 Z>영화의 한 장면. 좀비들이 장벽너머의 소리에 반응하여 넘고 있다.


막스 브룩의 를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영화 <월드워 Z(2013)>에서도 악마의 옹호자가 등장한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통해서이다. 영화에서는 정보기관에서 최종 판단을 내리는 10명의 정보분석관이 있는데, 10명의 정보분석관이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는 사건의 경우 한 사람에게는 무조건 반대되는 증거를 찾는 악마의 옹호자 역할을 지정하게 한다. 


주인공인 제리(브래드 피트)는 Devil's advocate 역할을 한 정보분석관을 찾아가서 예루살렘 장벽을 쌓은 이유를 묻는다. 그리고 정보분석관은 지나가는 이야기로 왜 이런 역할이 도입되었는지를 설명한다. 3번에 걸친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은 이집트의 전쟁 능력과 공격 정보를 축소하여 나라가 무너질뻔한 위기를 격게 된다(제4차 중동전쟁). 세 번의 연속된 전쟁에서의 승리가 자신의 능력은 과신하고 상대의 역량은 애써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당시의 사회분위기 상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하기 어려웠다.


성공의 기억이 실패의 거름이 되지 않게 하려면...


나라가 무너질뻔한 실패를 겪은 후 모사드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는데, 그게 악마의 옹호자를 지정하는 것이었다. 영화에서는 이 역할을 맡은 정보분석관이 인도의 사태를 다시 분석하고, 좀비의 침입을 막기 위한 거대한 장벽을 세우게 된다.


확신이 넘치면 주위를 돌아보기가 어렵다. 특히나 자신이 믿는 가치를 절대화하면 선과 악의 논쟁으로 치닫기 십상이다. 타협과 공존은 사치재로 취급되고, 때로는 한발 물러서면 우스꽝스럽게 느낄지도 모를 일에 사활을 건다. 성공한 사업가는 자신의 했던 방식을 "latte is horse"로 재연하면서 시대의 변화를 놓치게 되면서 실패의 전조가 울린다. 확신이 넘칠 때 반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당신은 위기에 빠진 것이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하나 도움이 안 될 것 같지만 그래도 반대하는 측이 있어서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최소한 큰 실패는 면하게 되는 걸지도 모른다고. 침체된 분야의 공통점은 Devil's advocate마저 발붙일 수 없는 청정한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너무 맑은 물에는 물고기도 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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