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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Mar 12. 2020

노지 스마트농업, What 보다는 How에 주목할 때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지역단위 접근 방법론

이 글은 GS&J인스티튜트에 기고한 원고의 수정 전 버전입니다. 최종 버전은 매체에 맞게 일부 편집이 되었습니다. 최종 원고는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요약


스마트농업은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처리를 중심으로 하는 농업기술 접근방법을 의미한다. 자율주행 트랙터, 센서, 드론, 스마트기기 등은 스마트농업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기술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진화된 농기계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스마트농업을 구성하는 요소 기술에 집중했다면, 이제부터는 스마트농업의 본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스마트농업은 요소 기술의 구현에 중점을 두고, 스마트 관수·관비, 드론 방제, 원격탐사, 농업 미기상, 토양관리시스템 등 개별 기술의 개발과 실증 중심으로 추진되었다. 농식품부에서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들녘단위의 시범사업을 2020년부터 추진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농연기구(NARO)에서는 농업 데이터 수집 플랫폼인 와그리(WAGRI)를 개발하고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켰다. 2019년부터  수도작, 밭농사, 시설원예 등 69개의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일 양국 간 노지 스마트농업의 가장 큰 차이는 접근 방법론이다. 일본은 민간기업의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는 반면에 한국은 정부 중심의 공공 모델로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방법은 지역에서 기술 서비스를 담당할 주체를 형성하기도 어렵고,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기 어려워 정부의 지원 없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


우리나라 노지 스마트농업은 지자체 중심으로 추진되는데, 지자체별로 별도의 통합관제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다. 이런 분절화된 시스템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국가 단위의 스마트농업 데이터 플랫폼이 필요하다. 지역에서는 데이터 플랫폼에 연계되는 하부 시스템을 설치하여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하면서, 데이터의 통합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민간기업에게도 데이터 플랫폼을 개방하는 대신 비용을 부과하여 농업인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노지 스마트농업의 규모화는 들녘단위의 물리적인 접근방법보다는 기술 서비스 중심의 지역단위 접근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기술 서비스를 담당할 스마트농업 기술 서비스 기업(벤더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스마트농업을 구성할 때 추진 주체와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고려해햐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스마트농업은 요소 기술의 개발과 실증사업 중심으로 추진되었다. 이러한 접근방법은 농가의 기술 수용성과 영세성에 부합하지 않아 사업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R&D 투자가 기업의 성과로 이어지기 어려웠다. 이제부터는 우리 농업의 특징에 부합하는 접근 방법론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래농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어떻게 구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1. 들어가기


미래농업은 어떤 모습일까? 누구나 이런 질문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우리가 그리는 농업의 미래가 똑같지 않을지는 몰라도,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농기계, 농부를 더 지혜롭게 만들어주는 지식과 정보, 그리고 언제나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의 동향 등이 그것이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정밀농업, 디지털농업, 스마트팜 등 용어는 서로 다를지 몰라도 통칭해서 “스마트농업”이라 부를 수 있다.


그럼 스마트농업에는 어떤 요소들이 들어가 있어야 할까? 자율주행 트랙터, 스스로 위치를 찾아서 방제하는 드론, 수많은 센서, 농장을 제어하는 스마트기기들...., 물론 미래농업에는 이런 요소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렇지만 스마트농업이라 부르려면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처리라는 요소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이런 요소를 강조할 때 “지능형”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정부 역시 스마트농업 구현을 위해 열심이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과학기술정통부(과기부), 농촌진흥청(농진청) 등 범부처가 협업하여 스마트농업 R&D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지능형 농기계와 수많은 농업용 센서 등 단위기술 개발을 위한 R&D 예산이 기업에 지원된다. 그리고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한 테스트베드 지원사업, 대규모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사업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민관연이 스마트농업을 구현하기 위해 추진하는 일들이 미래에 유용한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가 지금 하는 방식을 더 열심히 한다고 해서 그 미래가 올 것인지 확신은 들지 않는다. 무언가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스마트농업 현장을 다니면서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기업들을 만나고, 농업 현장을 방문하여 농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연구기관의 R&D와 정부의 정책개발에 참여하면서 그 무언가가 더 크게 느껴졌다. 스마트농업을 “왜 해야 하는지”, 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라는 당위적인 논의는 접어두고 “어떻게 해야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이 글에서는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추진되고 있는 노지 스마트농업의 현황을 돌아보고, 두 나라의 접근방법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현재 이용 가능한 기술과 농업 현장을 고려할 때 규모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지역단위 스마트농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고자 한다.



2. 노지 스마트농업이 진행되어 온 과정


우리나라의 노지 스마트농업 추진사례


1) (R&D) 농진청의 노지 블루베리 농장용 스마트관개 시스템을 실용화하기 위한 연구를 추진하고 농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하도록 영농기술과제로 제안하였다. 이 연구는 이상기상으로 초래되는 물 부족에 대응하고, 작물의 품질 향상과 농가 소득 증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스마트 관개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실증사업으로 추진되었다(1).

<그림 1> 농진청의 블루베리 스마트관개 시스템 설치 및 운영 장면


기상관측자료를 이용하여 작물 증발산량을 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개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현장 맞춤형 관개기술 구현에 집중하였다. 특징적인 것은 기술뿐만 아니라 경제성 분석까지 포함하여 헥타르당 약 1,900만 원의 추가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평가했다는 점이다. 물론 데이터 시스템과 센싱·관개 시스템의 유지관리가 충분히 지원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2) (실증사업) 농식품부의 노지 스마트농업 모델 개발 실증사업을 2018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11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여 5개 지역에서 59 농가를 선정하여 주로 스마트 관수장치의 보급과 기술 실증에 중점을 두었다. 지금까지 스마트농업이 시설농업에 집중되었다면 이 시기부터 채소(배추, 무, 양파, 고추) 등 노지에서 스마트농업의 실증을 시작했다는 데 의의가 크다 할 수 있다(2).


이 사업을 통해 관수 장치의 원격제어 등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토양수분 측정에 기반한 제어는 한계를 노출했다. 토양수분 센서는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취득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했고, 각 작물별로 관개 제어 모델이 확립되지 않은 것도 제약요인으로 평가됐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관개장치와 통신장치를 설치·유지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지원체계의 미비가 아쉽게 느껴졌다.   


<그림 2> 농식품부 노지 스마트농업 모델의 사업범위 및 시스템 구성도


3) 2019년에는 노지 작물을 다양화하고 10개 시군으로 확대(예산 60억 원, 국비 50% 지원)하는 등 사업 추진방식을 다양화하였다. 전년도와 같은 관수·관비 중심의 모델은 5개소로 한정하였고, 자유공모과제를 통해 생산·유통·소비 결합형, 각 분야별 생산성 향상 과제, 수출지원 등 주요 정책 연계과제 등 기존 추진 모델의 보완을 통해 노지 스마트농업 기술의 다양성을 추구하였다(3).


<표 1> 2019년 농식품부 노지 스마트농업 자유공모과제 공모를 위해 예시된 기술


4) (시범사업) 2020년부터 농식품부는 단위 농가별로 추진되던 노지 스마트농업 실증사업을 들녘단위로 전환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등 접근방법을 바꾸었다. 지난 2년 간의 노지 스마트농업 실증사업을 통해 도출한 한계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4).


대부분은 자동관수 모델에 집중되어 있고, 관련 기술은 개발단계에 머물러 있다.

단년도 사업으로 다양한 노지 스마트영농사업의 발굴은 어렵다.

실용화 단계의 노지 스마트농업 장비 및 현장 전문가가 부족하다.

농지의 형상이나 경사도가 다양하고, 매년 재배 작목이 변화하여 안정적 사업의 진행이 어렵다.

노지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은 대부분 영세·고령으로 신기술 수용에 보수적이다.


5) 이러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새롭게 기획된 시범사업에서는 사업기간을 3년으로 설정하였고, 농가별 접근방법에서 들녘경영체, 농업인·농업법인으로 참여 주체를 변경하였으며, 50ha 이상의 규모를 가진 노지작물 주산지로 시범사업 대상지를 한정하였다. 예산도 정부지원을 포함하여 개소당 250억 원으로 규모화하는 대신 사업대상지는 두 곳으로 축소하였다.


6) 이외에도 다양한 노지 스마트농업 기술개발이 추진되었다. 경기도 화성시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병해충, 고온/저온 알람서비스」가 시도되었고, 경북 봉화약초시험장에서는 토양과 기상 정보의 정밀한 측정에 기반한 관수·관비 모델이 시험되었다.


7) 얀마(Yanmar) 코리아에서는 드론 영상분석에 기반한 벼 추비 가변시비 사업을 여러 지역에서 실증하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는 영천지역에서 농업 미기상 연구를 실시하고 「농업예보 및 미기상 정보 관제기술」을 개발하여 실용화를 시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노지 스마트농업 서비스가 상업적으로 실시되지는 않고 있다.


일본의 스마트농업 추진사례


일본 아베 정부는 무너져가는 지방을 유지하고 고령화로 활력이 저하되는 농촌을 되살리기 위해 스마트농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5년까지 모든 농가, 농작업에 대해 데이터 기반 수행을 목표로 설정하고 기술적 난이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다(5).

<그림 3> 일본의 스마트농업 시범사업 내역별 사업 지역


일본 농연기구(NARO*)에서 추진하는 스마트농업 실증사업은 2019년부터 2년간 추진된다. 최근 기술 발전이 급격하게 이루어진 로봇·AI·IoT 등의 첨단기술을 농업 현장에 도입 및 실증함으로써 ‘스마트농업’ 사회 구현을 가속화한다는 목표를 표방하고 있으며, 전체 예산은 470억 원으로 민·관·연이 함께 참여한다.


* NARO: National Agricuture and Food Research Organization. 일본 최대의 연구소 중 하나로 정직원만 약 3,300 명, 연간 예산 약 640억 엔으로 농업 전반에 대한 연구와 조정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수도작은 대형(14과제), 중산간(12과제), 수출형(4과제) 등 3가지 형태로 진행하고 있으며, 밭농사(6과제), 과수·차(11과제), 시설·원예(8과제), 축산(3과제), 노지 채소·화훼(11과제) 등 69 과제가 진행 중에 있다.


여기에 사용되는 기술은 지능형 농기계 도입을 통한 작업시간 감축, 재배환경에 대한 센싱과 데이터 기반의 처리, 농산물의 품질 향상 등 우리나라에서 추진되는 스마트 기술과 내용적인 차별성은 크지 않다. 그렇지만 농산업체의 기술 수준 격차에서 비롯되는 수준의 차이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림 4> WAGRI의 구조(6)


NARO는 농업 데이터 수집 플랫폼인 와그리(WAGRI) 시스템을 개발하여 2019년 4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와그리는 농지, 비료, 농약, 농경지, 기상, 토양, 품종 등을 포괄하는 데이터베이스인 동시에, NARO의 연구자들이 개발한 토양지도, 작물생육모델 등을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이다(7).


와그리는 범부처 전략혁신 프로그램으로 개발되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클라우드를 사용하여 데이터의 개방을 전제로 하였다*. 또한, 초기부터 민간기업에서 데이터를 이용한 비즈니스가 가능하도록 설계하였다. NARO는 와그리를 통해 개발된 프로그램(알고리즘)을 기업에 라이선스 하고. 민간기업은 와그리에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업화한다. 이를 위해서 NARO는 60여 종의 표준 API를 개발하여 민간기업이 와그리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데이터 사용자는 매월 $465(USD)를, 데이터를 제공할 경우에는 $280의 시스템 사용료를 납부해야 한다. 이외에도 데이터 사용자는 별도의 계약을 통해서 데이터 제공자에게 비용을 지불하기도 한다.


* NARO는 “비즈니스 to 비즈니스 to 고객(B2B2C)” 모델을 전제로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한국과 일본, 스마트농업 추진의 공통점과 차이점


스마트 농업기술의 종류, 정부 주도의 실증을 통한 현장 접근 방법론 등 한·일 양국 간 스마트농업 추진 전략의 차별성은 크지 않다. 그렇지만 기반이 되는 농산업체의 기술력과 상업화 정도의 차이는 실증사업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자율주행 농기계 등이 여전히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고 있다면, 일본은 이미 2단계 기술의 실증에 돌입하였으며 상용화되어 판매되고 있다. 그 외 센서, 첨단 농기계, 데이터 비즈니스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일 양국 모두 스마트농업기술의 실증과 사업화에서 정부의 역할이 크다는 측면에서는 유사하지만, 데이터의 개방과 상업화 노력 등 접근 방법론에서는 큰 차이를 나타낸다.


우리나라에서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 농진청 등에서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지만, 데이터 개방과 활용 등 민간기업의 비즈니스까지 발전하지는 못했다. 반면에 일본은 왜 그리 시스템 개발 시 상용화를 고려하여 개발하였고, 데이터의 사용료를 민간기업에 부과함으로써 시스템에 대한 효용성과 책임성을 강화하였다.


일본의 스마트농업 기술의 실증은 장비를 개발한 업체를 중심으로 추진되며, 영농체계의 실증은 지역 농업연구기관을 통해 추진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정부와 지자체를 중심을 추진된다. 한일 양국 간 노지 스마트농업 접근 전략에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부분은 스마트농업을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로 여겨졌다.


우리나라는 기업이 스마트농업을 통해 어떻게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이는 관이 중심이 되어 추진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일본은 민간기업의 참여, 즉 상업화 모델을 전제로 설정하고 있다.


<표 2> 일본과 한국의 노지 스마트농업 접근방법의 차이점



3. 기술 전달체계와 데이터의 통합성


스마트농업 기술 서비스 주체


스마트농업 기술의 최종 수요자는 농민이다. 그렇지만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농식품부에서도 이미 언급하였지만, 농민들은 ICT 기술에 대한 수용성이 아직 높지 않고, 또한 스마트 농기계와 기기의 유지관리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지역의 기술전달체계가 아직 갖추어지지 않았다.

자율주행 농기계를 농민들이 개별적으로 구매해서 사용하기에는 규모의 경제성이 구현되기 어렵다. 또한, 데이터의 축적과 데이터 분석에 의한 농사는 개별 농가 단위에서 사용하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경제성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개별 농가 단위의 접근방법은 현실적이지 않다.


농식품부에서 2020년부터 새롭게 시도하는 들녘단위 스마트농업은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성을 가능하게 만들었지만, 이런 접근방법은 들녘단위의 조직화 등 어려운 단계를 지나야만 가능해서 지속 가능한 확장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일본은 철저하게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스마트농업에 접근하고 있는 반면에 한국은 정부지원 사업모델에 의존하고 있다. 스마트농업은 새로운 투자와 함께 기술체계의 변화를 수반한다. 충분한 경제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스마트농업으로 이행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첨단 ICT 장비와 데이터 분석이 필요한 특성을 고려한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술전달 체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일본의 왜 그리 시스템의 구조를 살펴보면 정보의 제공자는 기업과 정부이고, 사용자는 민간기업들이다. 농민은 최종 수요자이지만 주체는 아니다. 일본의 스마트농업은 전적으로 농업 현장에 스마트 기술을 매개하는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게 설정하고 있다. 일본은 이를 ‘벤더기업’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림 5> 스마트농업 기술 및 정보의 흐름도


농장에서 취득된 데이터는 통합성과 신뢰성이 문제가 된다. 대부분의 데이터는 센서를 통해서 수집된다. 토양이나 작물에 고정된 센서도 있지만, 드론이나 수확기 등에 부착된 센서도 사용된다. 수치 등 정형화된 데이터뿐만 아니라 이미지 등 비정형의 데이터도 함께 다루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신뢰성 있는 데이터의 수집은 기술적인 전문성을 가진 집단에서 수행할 수밖에 없다.


농촌 현장에서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 집단은 농업기술센터가 유일하다. 지역에서 농업기술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농업법인 등 전문화된 기업이 필요한 이유이다. 일본은 고령화되고 줄어드는 농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스마트농업 기술을 도입하고, 이를 기술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벤더기업의 역할을 정립하고 있다. 물론 어떻게 지속 가능한 수익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더 필요해 보인다.


데이터의 통합성을 보장하기 국가 단위의 접근 전략


현재 국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대부분의 스마트농업 사업에서 데이터 관제센터를 구축하는 사업이 포함된다. 2020년부터 추진되는 농식품부의 스마트농업 시범사업도 마찬가지이다. 지역마다 많게는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자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별로 개발되는 시스템이 효용성이나 안정성을 가지기는 어렵다. 또한 각 지역별로 데이터의 통합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마련되지 않았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데이터의 품질에 대한 정의가 확립되지 않았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도 부재한 상태이다.


현재 가장 시급하게 추진되어야 할 사항은 국가 단위에서 농사 데이터를 어떻게 획득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측정방법과 함께 오차한계도 규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농업 데이터를 어떻게 서비스할 것인지에 대한 서비스 모델도 서둘러 정립할 필요가 있다.


현재 농사용 데이터의 취득은 농정원에서 담당하고 있다. 농진청에서도 농업빅데이터팀에서 관련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국가 전체에서 데이터의 호환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지 스마트농업 데이터의 취득방법과 품질기준에 관한 규정이 우선 마련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누가 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일본에서는 개별농가가 아니라 민간기업을 주체로 설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노지 스마트농업 데이터 플랫폼을 퍼블릭 클라우드(public cloud)에 새롭게 설치하고 신뢰성 있는 농사 데이터를 취득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이 시스템의 1차 고객은 스마트농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일본의 왜 그리 시스템처럼 서비스를 사용하는 기업은 비용을 납부하도록 하여 시스템의 품질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게 중요하다. 고객이 없는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향후 스마트농업 데이터 플랫폼의 운영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 정하는 일도 중요하다. 단순한 데이터의 취득뿐만 아니라 작물생육 모델, 토양정보, 농업기상정보 등 농업 활동에 필요한 프로그램(알고리즘)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서 제공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연구자가 아니라 범부처 수준의 통 큰 접근이 필요하다.



4. 지역단위 스마트농업과 규모의 경제성


스마트농업의 확산을 막는 인자들


우리나라 농가의 평균 경지면적은 1.5ha에 불과하다. 이 정도 규모의 농가에서 데이터 기반 농업기술을 적용한다 해도 그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그러다 보니 눈에 보이는 농기계 위주의 접근방법이 선호된다. 하지만 이건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농업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스마트농업은 농사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의미하는 디지털농업으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규모의 경제성은 스마트농업의 적용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장벽으로 볼 수 있다. 스마트 농업기술에 대한 농민들의 기술 수용성은 단기간에 높아지기 어렵다. 데이터의 처리와 해석은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 기술적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농촌지역의 인력 구조도 ICT 기술의 적용을 어렵게 한다. 스마트농업 장비를 현장에 설치하고 유지관리를 해줄 서비스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농촌 현장에서 기술 서비스를 제공할 주체의 부재는 스마트농업의 확산을 제약하는 인자로 작용할 것이다. 일본은 농촌지역에서 활동하는 벤더기업으로 이 문제를 헤쳐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농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지역에서 기술 서비스를 담당할 수 있는 민간기업, 또는 농업기술센터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복잡한 농지 소유구조도 스마트농업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복잡한 토지 소유구조는 조직화와 영농단위의 규모화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장기적으로는 법률 개정 등 행정적인 조치도 함께 고려해볼 필요가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접근 방법론을 개선함으로써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선적으로 기업에서 기술 서비스 수익모델이 나오는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기술적 난이도는 비교적 낮고, 농민들의 수요는 크고, 지역단위에서 규모화가 가능한 기술 서비스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술보다는 기술 전달체계의 구축이 오히려 더 필요할 수도 있다.


현재까지 들녘경영체는 주로 벼농사에 국한되었다. 벼농사에서는 50ha 이상 집단화된 들녘경영체를 500개 육성(2020년까지)한다는 목표를 설정하였지만(8), 밭농업에서 이와 같은 접근방법은 농경지 특성상 현실적이지 않다. 농식품부에서 규모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는 들녘단위 스마트농업 시범사업의 방향성은 동의하지만 확산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는 이유이다. 새로운 접근방법이 요구된다.


지역단위 스마트농업의 도입


지역단위 스마트농업은 농사의 규모화를 추진한다는 관점에서는 들녘경영체와 접근방법과 유사하다. 들녘경영제가 물리적인 단지화를 추진한다면 지역단위 스마트농업은 농작업의 물량 확보를 추진한다는 측면에서 차별화된다.


이런 이유로 지역단위 스마트농업은 농업기술 기업 및 기술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벤더기업을 중심으로 농가에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둔다. 즉 기술 전달체계의 변화를 수반한다. 이러한 접근방법은 스마트농업은 농가에서 직접 사용하기보다는 이를 매개하는 기술 서비스 기업을 중심으로 제공된다는 전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는 현재 농촌의 인력구조, 기술의 난이도, 기술 수용성을 반영한 것이다.


지역단위 스마트농업은 기술 서비스가 ‘규모의 경제’를 도달할 수 있도록 농기계의 공동이용, 병해충 예찰망 구성·방제, 미기상 정보 제공·관수 등 공동이용이 가능한 서비스의 구현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 우선 서비스가 가능한 낮은 단계의 기술 서비스 전달체계를 만들고, 차츰 적용기술을 고도화시켜나가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스마트농업 기술 서비스 전달체계를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만, 그 채널 위에 고도화된 기술을 추가하는 것은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림 6> 지역단위 스마트농업 사업화 구조


과수재배의 경우에 지역단위 스마트농업 전략을 적용하면 <그림 6>와 같다. 미기상 관측장비 등 측정망의 설치는 정부가 지원하고, 지역 소재 기업에서 서비스를 담당한다. 병해충 예찰 등 농사 정보의 측정도 전문성을 가진 기술센터 또는 벤더기업에서 담당한다. 이 경우 인력에 의한 예찰과 함께 광학센서 등 리모트센싱 장비에 의한 예찰을 병행하여 추진한다. 측정된 정보는 모두 통합정보센터로 전송된다.


   * 경북 의성군은 능금조합에 예산을 지원하고, 능금조합은 민간기업에 위탁하여 예찰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지역 벤더기업에서는 스마트농업 데이터 플랫폼으로부터 처리된 정보를 농가의 요구에 맞게 재가공 후에 농가에 제공한다. 기업은 별도로 제공된 API를 통해 독자적인 서비스망을 구성할 수도 있다. 이렇게 처리된 정보는 농가의 관수장치, 미세살수장치의 가동에 활용되고, 병해충 경보를 접수한 농가는 자가방제 또는 위탁방제를 실시한다.


지역단위의 접근방법의 특징은 들녘경영체처럼 농가의 조직화 없이도 넓은 지역에서 스마트 농업기술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농가들은 기술 사용 계약을 체결하고 서비스를 구매한다.


사업의 성패는 비용 대비 효과에 있다. 농가가 납부하는 비용보다 더 큰 수익이 가능해야 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참여하는 농가가 늘어날수록 한계비용이 낮아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지역단위 접근방법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이다.


또한 기업은 만들어진 기술전달 채널을 통해 부가서비스를 판매함으로써 사업의 안정성을 높일 수도 있다. 물론 이런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초기 시장 형성자로서 정부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농촌에서 가장 큰 수요 중 하나는 농번기에 집중되는 농기계의 사용과 농업노동자의 적시 고용이다. 이는 지역적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동일 품종을 재배할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품종을 다양화하여 작업 시기를 분산시키는 전략과 함께 지역별로 농작업 적기 차이를 이용한 공유모델을 활용하는 접근방법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접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체계의 마련과 함께 제도적인 기반 정비도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공유모델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장비의 정비, 보험 등 운영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스마트농업을 추진하면서 지금까지는 기술 그 자체의 구현에 집중하였다. 이러한 접근방법은 단위기술의 개발까지는 가능했지만, 사업화까지 이어지지는 못하는 한계를 노출했다. 기존의 접근방법을 더 열심히 하기보다는 한발 물러서서 우리가 해오던 방식을 한 번 더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보다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참고문헌


1) 김민영(2016), 노지 블루베리 스마트 관개시스템 설치 효과, 농촌진흥청 영농기술·정보 심의자료.

2) 2018년 노지채소 스마트팜 모델개발사업 완료보고(2018. 12.),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3) 농림축산식품부(2018.12.), ’19년 노지작물과원 스마트영농 모델개발 사업 추진계획(안).

4) 농림축산식품부(2019.10.), ’20년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사업 추진계획(안).

5) 이정환(2020.1.), 일본의 스마트농업 정책: 그 실태와 함의. 시선집중 GSnJ 제273호.

6) 신동철. 일본의 농업 빅데이터 활용 현황. 해외농업농정포커스(2019.7월호). 농촌경제연구원.

7) Takeshi Saito 등(2019.11.), Agricultural Data Collaboration Platform: WAGRI-System Structure and Operation, FFTC.

8) 박문호 등(2016), 들녘경영체 운영효과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 농촌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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