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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May 21. 2020

물고기가 그린 세계지도

스필하우스 프로젝션과 바다

최근 SNS상에서 물고기가 그린 세계지도(World map drawn by fishes)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물고기가 지도를 그리지는 않았을 테니, 누군가 물고기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면 이랬겠다 싶었겠죠. 물고기 지도에서는 남극을 지도의 중심에 놓고 전 세계의 바다가 지도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그렸습니다. 육지는 가장자리를 조금 차지하고 있을 뿐이죠.

World map drawn by fishes(1).


지도를 이렇게 그리고 보니 바다의 물고기는 이렇게 세계를 인식할 것이다, 라는 생각에 절로 수긍됩니다. 그렇지만 사실 이 지도도 지도 투영법에 따라 제작된 것입니다. 더군다나나 이 지도가 최근에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전혀 새로운 것도 아닙니다. (지도 투영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위키백과를 참고해주세요.)


물고기가 그린 지도는 "스필하우스 투영법(Spilhaus projection)"이라는 지도 투영법을 적용하여 그린 지도 중 하나입니다. 남아프리카 태생의 지구 물리학자이자 해양학자인 아델스탄 스필하우스(Athelstan F. Spilhaus)가 1942년에 처음 이 투영법을 개발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스필하우스 투영법으로 그린 해류(난류 및 한류)의 순환(2)


이 지도의 특징은 대륙이 아니라 해양을 세계의 중심에 놓았다는 부분입니다. 지구 표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한 내륙 바다가 그 위상에 걸맞은 위치를 차지하게 배치했습니다. 육지는 갈비찜에 붙은 살코기 마냥 작습니다. 대부분의 지도에서 바다는 너무 커서 무시되기 일수 입니다. 이 지도에서는 바다를 배경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지구는 물이 중심이라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지금까지 육지 중심의 세계관을 완전히 뒤집어 버렸다고나 할까요!


세계 해양은 우리가 호흡하는 산소의 대부분(50~85%)를 생산하고 있고, 인류의 주요 식량생산원이기도 합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태계 서비스의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바다는 남획과 산성화, 플라스틱과 수질오염으로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기후변화에 의해 더욱 악화됩니다. 이 지도는 바다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3). 


Mare라는 독입 매거진에서 출판된 스필하우스 투영법을 적용한 지도(3)


2018년 SNS상에서 회자되었던 물고기 세계지도는 GIS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ESRI의 지원으로 새롭게 탄생하게 됩니다(3). 이후 여러 매체에서 스필하우스 투영법을 다루면서 일순간에 유명세를 탔습니다. 우리는 단지 신기한 관점으로 바라 봤습니다만, 이 지도는 좀 더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세계지도는 투영법에 따라 만들어집니다. 물론 투영법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과 필요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그럼 세계는 왜 이 시점에서 해양 중심의 스필하우스 투영법을 다시 소환했을까요? 제가 진짜 궁금한 것은 이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이 시대가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참고문헌


(1) World map drawn by fishes.

(2) Spilhaus? More like Thrillhaus (2019)

(3) The Spilhaus World Ocean Map in a Square (2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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