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농정연구센터(http://www.farp.info/)에서 발간하는 계간지 농정연구 73호에 실었던 글입니다. 정보공유를 위해 양해를 구하고 브런치에 다시 올립니다. 내용이 좀 딱딱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에너지 관점에서 농업은 빛이라는 물리에너지를 탄수화물이라는 화학에너지로 저장하는 에너지 전환 사업으로 불리기도 한다. 자연생태계에서는 엽록체를 가진 식물과 미생물이 이 역할을 수행하고, 문명의 세계에서는 농민이라 불리는 직업군이 담당한다. 인류의 문명은 가용할 수 있는 에너지 양의 증가와 함께 발전해왔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인력과 축력을 움직일 수 있는 식량과 사료를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느냐가 국력의 척도였고, 그 이후에는 기계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화석연료가 패권을 결정했다. 4차 산업혁명의 문턱에 서 있는 지금도 에너지의 위치는 여전히 공고하다. 화석연료뿐만 아니라 태양광, 풍력 등 에너지원이 더 다양해졌으나, 농업이 생산하는 탄수화물은 미래에도 인류에게 필요한 에너지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농업 역시 규모화하고 산업화하면서 에너지 의존성이 크게 증가했다. 농림어업분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양은 우리나라 총 에너지 소비의 1.5% 수준이다. 적어 보이지만 석유 드럼통(1 드럼 = 200ℓ)으로 환산하면 대략 1,660만 개에 해당하며, 주로 농기계 운영과 농업시설난방 등에 사용한다. 이에 따라 농업경영비 중 에너지 비용의 비중도 높아졌다. 겨울철 원예작물의 경우 에너지 비용은 전체 경영비의 30% 전후를 차지하고 선진농업국의 경우 10% 내외로 알려져 있다(유영선, 2017).
에너지가 단순히 경영비의 부담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의 농업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낮은 농사용 전기 가격은 에너지 사용구조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산업계에서 제기되고, 냉동 고추 등을 수입하는 수입상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데 디딤돌 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농사용 에너지 가격은 농사 규모나 품목에 따른 비교우위에 영향을 미쳐 시장을 왜곡할 우려도 있다.
농사용 에너지 문제는 일차적으로는 생산비를 낮춰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앞으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등 비경쟁적 요인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글에서는 농사용 에너지 사용실태를 분석하고 이와 관련된 사회경제적 이슈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농사용 에너지 가격정책, 에너지 효율화, 농업의 지속가능성 등 농사용 에너지와 관련된 쟁점들을 토론할 것이다. 이를 통해 농업 에너지가 농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에 얼마나 깊숙이 연관되어 있는지를 돌아보고자 한다.
2016년 농림어업 에너지 소비는 332만 toe로 전체 에너지 소비(21,542만 toe)의 1.5%를 차지하였다. 농림어업분야 에너지 소비량은 2013년 이후 연평균 1.6%씩 감소하고 있어, 농림어가 수 감소와 이 부문의 경제활동 둔화가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산업부문 전체로 보면 연평균 3.0% 증가하였다(에너지경제연구원·한국에너지공단, 2018).
에너지원별 소비량 비중을 살펴보면 석유(59.5%)와 전력(38.0%)이 농림어업 부문 에너지 소비량의 약 97.5%를 차지하였다. 2001년 이후 석유 소비량의 비중이 약 85.9%에서 59.5% 수준으로 감소했으나, 전력소비량은 11.7%에서 38.0%로 가파르게 증가하여 석유 감소분을 대체하였다. 농업 에너지는 급격하게 전기화가 진행되고 있다(그림 1).
<그림 1> 농림어업 에너지원별 소비 비중
toe는 석유환산톤(tonnage of oil equivalent)을 말한다. 에너지 단위로 석유 1톤을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열량으로 석유 1톤의 발열량 107Kcal를 1 toe로 정의한다.
농림분야 전체 에너지의 93.2%는 농가가 사용하고, 6.8%만이 사업체가 사용하였다. 에너지원별로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농가에서는 전력이 49.1%, 석유류가 47.2%를 차지하였으며, 연탄은 3.7%였다(표 1). 농림사업체의 경우는 2013년 대비 석유 소비 비중이 3.5%p 감소한 반면, 전력 소비는 3.5%p 증가하였다(표 2).
용도별 농림업 에너지 소비를 살펴보면 농기계용이 46.6%로 가장 많고, 장비 및 설비용이 40.1%, 건물용이 13.3% 순이었다. 농기계용 에너지 소비는 2013년 대비 연평균 6.0% 감소하였는데, 이는 주요 농기계 보유 대수의 감소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농가의 에너지 사용은 농기계용이 49.4%로 최대를 차지하였고, 농림사업체는 장비 및 설비 분야의 비중이 60.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농가의 경우 농작업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쓰고, 농림사업체의 경우 저장과 유통 등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가. 농사용 전기요금 체계
가정이나 산업체나 같은 전기를 사용하지만 지불하는 가격은 같지 않다. 전기요금에는 전력 생산비용과 함께 배전 비용이 같이 포함된다. 농사용 전기요금은 양곡 생산을 위한 양수, 배수(排水)펌프 등에 적용하는 농사용(갑)과 1,000kW 미만의 농사용 또는 1,000kW 이상의 고객 중 수산업협동조합 또는 어촌계 등에 적용하는 농사용(을)으로 다시 나뉜다.
한전은 전기요금의 원가를 110.11원/kWh로 산정한 바 있다. 농사용 전력의 판매단가는 kWh당 47.43원으로, 산업용(106.46원)이나 전체 계약종별 평균단가(108.75원) 대비 절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안현효, 2019). 농사용(갑)의 경우 kW당 360원이고 농사용(을)은 1,150~1,210원 수준으로, 평균단가는 kW당 47원으로 전체 평균단가 대비 44%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농사용 전력의 에너지 소비 대체 현상으로 인해 2005년부터 2016년까지 누적된 추가 비용이 3조 2582억 원에 이른다고 추정하였다. 2013년 기준 원가회수율은 주택용이 89.6%, 일반용이 99.7%, 산업용이 97.9%인 반면, 농사용은 35.1%로 분석하였다(에너지경제연구원, 2015:77).
나. 농업용 에너지의 전력화
농사용 전기 가격이 경유 등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저렴해지면서 농업에너지의 전력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2001년에는 11.7% 불과했던 전기는 2016년 36%까지 증가했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표 4).
2018년 농사용 전기사용 현황을 살펴보면 전년 대비 고객 호수는 3.7%, 전력소비량은 7.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종별 고객호수 1.8%, 전력소비량 3.6% 증가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증가 속도를 나타내고 있다(표 5).
다. 낮은 전기요금이 초래하는 문제
원가보다 낮게 책정된 농사용 전기요금은 농가의 에너지비 부담을 줄여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하지만, 그에 따른 문제점도 제기된다. 최근 아열대 작물 재배를 위한 난방원으로 전기보일러의 채택이 늘어나고 있다. 애플망고, 바나나 등 아열대 작물 재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보일러를 사용하는 것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전기 열원을 사용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전력화로 인한 에너지·환경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화석연료로 생산한 전기를 다시 열로 바꾸면서 에너지 전환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력이 단지 시설원예나 축산 등 농업생산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낮은 농사용 전기요금이 수입농산물에 대한 전력 요금 보조 효과로 나타나 국내 농가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농산물 수입업체들은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기 위해 냉동농산물을 수입한 후 이를 국내에서 가열·건조 후 유통시킨다. 수입업체들은 수입 냉동고추의 대량 건조를 위해 자체적으로 영농조합을 설립하거나, 대형건조기를 보유한 농가에 위탁하는데, 이때 저가의 농사용 전기를 사용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는 100여 개 이상의 수입 냉동고추 건조장이 운영된다. 대부분 7~8kW의 대형건조기 10여 대 이상을 운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들 수입업체들이 직접 운영 또는 위탁하는 농사용 전기 계약전력은 100kW 이상으로 추정된다(석광훈, 2019). 이외에도 값싼 농사용 전기는 수입과일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도 활용된다. 아보카도, 라임, 레드자몽 등 수입과일 전문 유통업체들이 저온 보관시설을 운영하여 출하 시기를 조절하는데, 이때도 역시 값싼 농업용 전기를 사용한다.
<그림 2> 중국산 냉동고추 수입(국내건조) 및 국내 건고추 생산 추세
대기업 농·축·수산식품분야의 계열사들이 영세농을 위한 값싼 전기요금을 사용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송갑석 의원에 따르면, 농수축산식품분야 대기업 계열사들은 34억 원의 전기요금을 납부하였는데, 산업용 요금 적용 시 이들 기업이 납부해야 할 요금은 88억 원이었다. 무려 54억 원의 혜택을 본 것이다. 이외에도 대형 농업법인들 역시 농사용 전기를 사용하여 큰 수준의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양경민, 2019).
이렇듯 소수의 대용량 고객(100kW 이상)에게 혜택이 집중되고 있는 문제가 발생하여 원래 농사용 전기요금제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전체 농사용 전기 소비자의 0.7%인 약 1만 호(계약전력 100kW 이상)의 소비자가 농사용 전기의 45.2%를 소비하고, 요금 보조의 38%를 가져가고 있다(정연제 외, 2017). 100kW 이상 고객은 대부분 농산물 수입업체, 시설재배농가, 대형 축산농가 등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2017)은 농사용 전력요금을 낮게 책정함으로써 늘어나는 전력소비량을 5,853~8,631 GWh 수준으로 추정하였다(2016년 연간). 이는 농사용 전력요금을 총괄 원가 수준으로 인상(149.6%)하였을 경우의 전력 소비 감소량과 같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 왜곡에 따른 전력소비량 증가로 에너지 수입 비용이 1,761~2,597억 원 더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요금 왜곡으로 인한 전력 소비 증가로 발전량이 증가하고, 대체 관계에 있는 1차 에너지 소비는 감소한다. 결과적으로 전력사용량 증가가 농사용 경유의 사용량을 줄이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기사용량이 늘어나면 환경부하도 증가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이 763~1,125천 톤 증가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석유에서 전력으로 에너지 소비 대체가 일어나면 발전연료 투입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2016년 발전 연료(LNG) 투입 증가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505천 톤 증가한 반면, 석유 소비 감소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380천 톤 감소하여 총배출량은 1,125천 톤 증가한다고 분석하였다.
최근 시설원예용 난방기들을 전기보일러로 대체하고 있는데, 전기보일러를 생산하는 업체의 가장 강력한 마케팅 수단은 저렴한 에너지 가격이다. 값싼 농사용 전기 요금제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력 산업계에서는 농사용 전기요금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석유 가격은 꾸준히 인상된 데 반해, 이와 연동되는 전력 요금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표 6).
미국 농무성(USDA)에서는 농업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직접에너지와 간접에너지로 구분한다. 직접에너지는 유류와 전기처럼 직접 농사 활동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말하며, 간접에너지는 비료와 농약처럼 에너지가 들어간 자재를 나타낸다(그림 3). 미국에서는 농업 분야에서 1.71조 BTU가 사용되었으며, 이는 미국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1.74%였다.
농업 분야에 사용된 에너지의 약 60%는 직접에너지였다. 직접에너지의 대부분은 경유, 전기, 천연가스 등이고, 간접에너지는 비료가 29%, 농약이 9%를 차지하였다. 전체적으로는 경유(24%), 전기(17%), 천연가스(9%), 농약(9%) 순이었다. 이를 에너지 비용으로 환산하면 약간 다른 수치를 얻게 된다. 2002년 기준으로 연료나 전기 등 직접에너지는 35%를 차지한 반면, 비료나 농약 등 간접에너지는 65%로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2/3를 차지하였다(Schnepf and Randy, 2004). 이런 경향은 2017년에도 계속 이어진다. 농가 경영비용 중 에너지 비용은 약 561억 달러였는데, 이는 전체 농장 지출의 15.6%였다. 이 중 직접에너지 비용은 186억 달러였고, 간접에너지 비용은 375억 달러로 2002년 조사와 유사한 비율을 나타냈다.
<그림 3> 미국 농장의 에너지 구성(좌측)과 분야별 에너지 비용의 비율(우측)
주요 농축산물에 대한 에너지 비용분석을 살펴보면 밀, 옥수수, 수수, 쌀 등 곡물류에서 에너지 비용이 35-48% 내외로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높은 간접에너지 비용 때문이었다. 반면에 축산은 15% 내외로 곡물류에 비해 크게 낮았다(그림 4). 이는 직접에너지에서는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는데도 간접에너지가 크게 낮았기 때문이었다.
<그림 4> 주요 품목의 에너지비용 구성 비율(%)
영국의 열량단위. 물 1파운드를 1℉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으로 1 BTU는 0.252kcal에 해당한다.
2017년 EU 국가의 농업에너지 사용량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2.8%를 차지했다. 네덜란드와 폴란드가 각각 8.2%, 5.6%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고, 영국은 1%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농업 분야에서 에너지 사용량은 1997년 및 2017년에 각각 29 및 24백만 toe로 15.4% 감소했다(Eurostat).
농업 분야 총 에너지 사용량의 53%는 석유류였고, 전기 18%, 천연가스 14%로 뒤를 이었다. 나라별로 에너지 사용 형태는 크게 차이가 났다. 네덜란드는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사용하였고, 그리스는 전기, 영국과 스웨덴은 재생에너지와 바이오연료가 주 에너지원이었다. 유럽도 석유류의 사용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재생에너지, 바이오연료 및 전기의 사용량은 지난 20년 동안 4~10%가량 증가했다.
호주의 농업 총생산액은 53,5백만 달러 중 에너지 비용은 4백만 달러로 약 9% 정도를 차지하였다(표 7). 이는 직접에너지만 포함한 양이다. 품목별 에너지 사용량 추정과는 별도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농축산물 생산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것도 흥미롭다. 전기 가격을 30% 인상하고, 다른 에너지 가격을 5% 인상할 경우를 가정하여 분석하였을 때 농축산물 가격은 15% 정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8).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품목은 달걀로 생산비가 30% 증가하였으며, 곡물류는 6%로 가장 적은 영향을 받았다. 방목 등 축산업 특성에 따라 에너지 비용이 높지 않았음에도 축산은 9~30% 내외로 에너지 가격의 영향을 비교적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농업 에너지에 관해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는 시설원예이다. [표 9]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경영비의 30% 정도가 직접에너지 비용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시설원예 분야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을 개발하고 실용화하였다. 농진청에서 제공하는 「실용적 에너지절감기술 베스트 10」에는 다음과 같은 기술들을 포함하고 있다(농촌진흥청, 2008).
수평형 지열히트펌프이용 온실 냉·난방 기술
농업용 열 회수형 환기장치
온풍난방기 배기열 회수장치
시설원예용 제습기
중앙권취식 보온터널 자동개폐장치
다겹보온커튼 이용 온실 보온력향상기술
지하수를 이용한 순환식수막보온커튼
일사량 감응 자동 변온관리장치
온풍난방기 열교환기 개량온풍난방기 버너 및 열교환기 분진제거 기술
이외에도 농진청에서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농업경영비 절감에서는 다음과 같은 항목을 포함하고 있다.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이용 및 농산부산물 에너지화 기술 개발보급
시설원예용 냉난방 에너지 이용 효율 향상 기술 개발보급
발전폐열 등 이용 시설원예 난방시스템의 보급 확대 기술 지원
경량 저비용 에너지 절감 등 맟춤형 온실모델 개발보급
화학비료, 농약 등 농자재 절감 기술 개발보급
사료비 절감을 위한 조사료 품종 개발보급
그러나 농업 생산액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축산분야 에너지 절감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아직까지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분야이다. 호주의 자료에서 보았듯이 축산농장의 경영비 중 에너지 비용은 10% 내외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내의 생산비 조사자료에서는 에너지 항목으로 수도광열비만을 반영하고 있다(통계청, 2018). 새로운 연구를 통해서 축산분야의 에너지 비용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도록 경영비 조사 방법론을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에너지 사용량 분석에서 살펴보았듯이 농업 에너지 사용 총량은 직접에너지가 더 크지만, 비용으로는 간접에너지가 2/3를 차지한다. 간접에너지를 구성하고 있는 비료와 농약의 사용을 줄이는 것은 농업에너지의 절약과 함께 농업생산비 절감 및 농업환경개선에도 효과적임을 나타낸다.
세계은행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헥타르당 380.3kg의 비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중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높은 수준의 화학비료 사용국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 변화가 품목별 가격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자료는 찾을 수 없다. 미국과 비교해서 우리나라는 세 배 정도의 비료를 더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간접에너지 비용 역시 농가경영비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의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농약은 헥타르당 10kg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미약하게 감소하는 게 보인다. 비료 역시 헥타르당 270kg 수준에서 안정화하고 있다(표 12).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여전히 감축할 여지는 충분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가축사육 두 수는 2억 5천만 마리 이상이다. 이에 따라 매년 17만 6천 톤의 가축분뇨가 발생한다. 이 중 70% 이상의 가축분뇨를 자원화한다. 대개는 토양에 퇴비나 액비 형태로 처리한다. 여기에 화학비료가 더해져 토양의 염류집적 문제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 경종농가와 축산농가 간 협업을 통한 새로운 양분관리 모델을 통해 토양에 적정 양분을 유지함으로써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수질오염을 예방하여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는 긍정적 결과로 작용할 것이다. 덤으로 경종농가들은 생산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지금까지 이런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경축순환농업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축산분뇨에서 유래한 퇴액비의 품질이 경종농가의 기대 수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액비 살포방법 개선을 위한 지중살포장비 도입, 퇴비 품질 개선을 위한 획기적인 설비 투자 등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경축순환 문제는 이 정도로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지금까지는 기존의 경종농업에 축산을 더하는 정도였다면, 지금부터는 축산의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놓고 경종농업을 바라보는 패러다임 전환이 있어야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원고를 작성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아직 농업에너지 분야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에너지 가격이 경영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설원예 분야에서는 난방 효율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그런 노력을 찾기가 어려웠다.
호주에서 실시한 에너지 가격 증가 시나리오에 따른 농산물가격 영향분석에서 살펴보았듯이, 에너지 가격 인상은 농산물 생산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곡물 생산에서는 그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난다. 직접에너지뿐 아니라 비료와 농약 등 간접에너지 비용 역시 증가하기 때문이다.
향후 스마트농업이 확산됨에 따라 농업시설과 기계·설비의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에 따라 농업에너지 수요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직접 및 간접에너지 사용량에 대한 연구와 함께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른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관련 연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농업 분야에서 그린뉴딜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에너지 관점에서 우리 농업을 재해석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기술혁신을 이뤄내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노력들은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등 국민적 관심사가 큰 환경 이슈에 대응하는 조치일 뿐만 아니라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린뉴딜에는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농업 분야의 에너지 사용량 진단 및 정확한 통계 작성
에너지 효율성 향상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대규모 농업시설·설비 투자 – 에스코(ESCO)사업 방식 도입
농업 전 분야에서 에너지 가격변화에 대한 민감도 테스트 실시 - 에너지 가격 상승 및 농사용 전기요금 등 에너지 정책변화에 사전 대응
폐열자원조사 등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위한 기초 조사
경축순환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의 도입–축산 밀집 지역에서는 자원순환에 중점을 둔 농업 중심으로 전환
경종분야에서 비료사용 감축을 위해 공익형 직불제와 정밀농업과 연계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대응을 위한 농업시설 기준의 강화 – 에너지 효율성 향상
농업 에너지 시설에 대한 투자는 개별농가 입장에서는 그 효과가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국가 단위에서는 그 영향이 크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농업 분야에서도 ESCO 사업방식을 도입하여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투자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농업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향후 기후변화 시대에도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체계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현대 농업은 농기계와 농업시설 등에 투입되는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는 유류와 전기처럼 직접에너지는 물론 비료와 농약 같은 간접에너지도 중요하다. 전체 농업경영비 중 에너지 비용은 대략 10~15%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중 간접에너지 비용이 전체 에너지비용의 2/3를 차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농업 에너지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체계적인 지식의 부족은 농업 에너지 정책 분야의 난맥을 드러내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산업용 전기요금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농사용 전기요금은 농업 에너지의 전력화를 촉진하는 동인이다. 농업 에너지의 전력화는 개별농가 단위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지만 국가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농업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농업 에너지의 전력화는 여러 부작용을 초래한다. 소농의 경영비를 줄이기 위한 지원 정책으로 출발했지만, 오히려 대규모 농업법인에게 대부분의 혜택이 돌아가는 부작용을 노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해외 농산물이 국내로 유입되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정확한 실태분석을 통해 원래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재검점할 필요가 있다.
시설원예에서는 직접 에너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일부 진행되었지만, 농업생산액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축산에서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축산분야의 스마트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에너지가 경영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직접·간접 에너지에 대한 분석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 분야 역시 시급하게 연구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농업 경영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화학비료의 사용량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는 경축순환농업과 토양의 염류집적 완화와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경축순환농업이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획기적인 시도가 선행되어야만 실타래처럼 얽힌 농업현장의 이해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비료와 농약은 환경문제의 관점에서 다루었고, 또 가축분뇨와 음식폐기물은 또 별도로 다루었다. 이런 요소들을 농업 에너지와 통합하여 사고하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농업 에너지는 농업의 경쟁력과 농가 소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자이다. 또한, 지역 내에서 농업 에너지 최적화를 통해 양분 균형을 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후변화 시대, 튼튼한 식량안보를 위한 그린뉴딜과 농업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양경민. [국감이야기 6] “송갑석 국회의원, 국내 주요 대기업 농사용 전기요금으로 2018년 한해에만 54억 특혜”. 광주N광주(2019.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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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인용을 하실 때는 [남재작, 농촌의 에너지 이용, 실태와 개선방안, 농정연구 73호. pp 72-95. 농정연구센터(2020)]로 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