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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Dec 07. 2020

가축분뇨로 전기를 만든다고?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 바이오가스 발전소

충남 홍성군 결성면 원천마을에서 가축분뇨를 이용한 바이오가스 발전소가 문을 열었습니다. 독일에는 1만 2천 개나 있다지만 우리나라에는 100여 개에 불과합니다. 더군다나 이런 농촌형은 한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오늘은 그 소식을 좀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충남 홍성군 결성면의 원천마을 바이오가스 발전소 전경


축산 바이오가스 에너지화 시설의 소개


축산의 고장 홍성군 "원천마을"에 만들어진 바이오가스 시설은 하루 처리용량이 110톤에 달합니다. 주변에 있는 여러 축산농가의 가축분뇨를 전기로 바꿀 수 있는 꽤나 규모가 큰 시설입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430KW 가스엔진을 통해 전기로 바뀝니다. 여기서 에너지의 35% 정도를 회수하고, 열교환기를 통해 나머지 열도 회수해서 온수를 만듭니다. 그 온수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또 구상 중에 있습니다. 유리온실에 열을 공급해서 채소를 재배하는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가축분뇨가 메탄가스로 바뀌는 발효조와 가스포집시설


농촌에 만들어지지만 이 시설도 엄연한 발전소입니다. 일반적인 발전소가 갖추어야 하는 장비를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바이오가스에 들어있는 황을 정제하는 시설, 가스발전기와 송전을 위한 승압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시설은 컴퓨터에서 자동으로 제어됩니다.


바이오가스 발전기와 승압기, 그리고 제어시스템 화면


가축분뇨 액비는 훌륭한 비료입니다.


이 시설이 기존의 바이오가스 발전소와 다른 점은 혐기소화액(액비)을 저장할 수 있는 1만 4천 톤 규모의 반지하 탱크입니다. 여기서는 혐기 소화조에서 이송되어 온 가축분뇨 소화액이 저장됩니다. 가축분뇨 중 유기물은 메탄으로 전환되고 남은 소화액에는 질소와 인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버리면 수질오염물질이지만 훌륭한 비료 자원이기도 합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두 대의 탱크로리는 여기서 생산된 액비를 농경지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 액비는 사료작물이나 에너지 작물을 생산하는 데 사용하기도 하고, 벼나 원예작물의 비료를 대체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메탄가스를 연소하는 장치(뒤쪽)와 액비탱크의 가스배출기(앞쪽), 그리고 액비를 이송하는 탱크로리


이 용어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이를 "경축순환농업"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예전부터 축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비료 자원의 공급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일반농가들이 별로 반기지를 않았습니다. 미숙하게 처리되면 악취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발효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과 미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조건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 시설이 커 보이는 건 그런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입니다.


농촌시설은 더 견고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놀랐던 건 내부 시설을 봤을 때입니다. 이걸 소개하는 엔지니어링사 직원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묻어났는데요, 이 시설을 분뇨처리시설이 아니라 발전소의 기준을 따랐다고 들떠서 말을 이어갑니다. 이럴 때는 그냥 맞장구만 잘 쳐주면 속살까지 다 보여줍니다. 엔지니어들이 다들 그리 순진합니다. 분전반과 PLC 박스, 승압기 크기가 엄청납니다. 430kW의 발전소라고 하기에는 좀 과해 보일 정도입니다.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다른 곳에도 이렇게 합니까?"

우광산업의 조이사는 흥분해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우리도 처음입니다. 발전소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 기준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이래야 30년 정도 고장 없이 잘 돌아갈 겁니다."

발전소의 시설 기준을 따라 만들어진 내부 설비들


이 시설도 아직도 해결해야 할 여러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끈한 시설물도 녹이 슬고 때가 낄 것입니다. 추운 겨울과 덥고 습한 여름도 지나야 합니다. 사계절이 온화한 유럽과는 달리 미생물이 자라는 데는 최악의 조건입니다. 이제는 관리의 문제가 남았습니다. 얼마만큼 처음처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이건 어지간한 노력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가격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경제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하는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합니다.


농촌의 경관과 어우러질 수 있을까!


원천마을의 바이오에너지 시설의 완공된 모습을 둘러보면서, 물론 아직 일부 시설은 설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드론 사진에서도 보셨겠지만 일단 시설의 배치가 풍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농촌의 미관을 해치기보다는 축산시설과 잘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농촌시설이라고 기능적으로 짓기보다는 날마다 이 길을 지나갈 주민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 뉴욕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를 초빙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 강화된 내진설계기준을 따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콘크리트 두께가 엄청납니다. 지금까지 농촌 시설들이 기능적인 면이 강조되었는데 이 시설은 안전과 미관적인 요소들이 크게 두드러져 보였습니다. 당연히 정부가 책정한 시공비보다 증가했고 관계당국과 협의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전례가 없던 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농촌에 많은 시설들이 들어설 것입니다. 대개 뭐가 들어올 때마다 걱정부터 앞섭니다. 저 시설은 얼마나 농촌의 조화로움을 깨뜨릴까? 시설을 둘러보면서 우리가 이런 관점에서도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쨌든 전례가 만들어졌으니 말이죠. 


또 다른 여정의 시작


성우농장에서 운영하는 <원천바이오가스전환센터>는 농업의 탄소중립 시대를 열어가는 데 가장 중요한 지역 거점이 될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의 엄청난 관심이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여전히 많이 남았습니다. 이건 하나의 농장이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만약 그 과제들이 뭔지 들으신다면 아마도 선뜻 이런 시설을 만들기가 주저될 것 같습니다.


어쨌든 긴 여정은 시작되었고 쇼는 계속될 것입니다. 아쉬운 소리도 많이 하겠지만 가끔은 그 소리에 귀 기울여주고, 조금씩 지혜도 빌려주셨으면 합니다. 지역에서 자원 재순환이 이루어지는 지속 가능한 미래 농촌마을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면 반드시 거쳐가야 할 길이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신문기사를 참고해보세요.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최현철 논설위원이 간다] 스마트 축사 이어 바이오플랜트로 탄소배출권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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