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합니다.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해야지 하다가 기회를 놓치기 전에 드디어 했습니다. 솔직히 답례품으로 받을 상품이 다양해질 때까지 좀 기다렸는데, 혹시나 놓쳐버릴까 싶어서 서둘렀죠. 안 하신 분들 계시면 어서 서두르시기 바랍니다. 알고 나면 안 할 이유가 없거던요.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의 고향납세(‘ふるさと納税) 제도를 본 따서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올해 처음시행되었죠. 그렇다 보니 아쉬운 게 많습니다. 일본에서 10여 년 동안 시행해 온 데이터와 사례를 충분히 연구했을 텐데 이 정도밖에 못했나 하는 뭐 그런 것이죠. 우리나라도 일본이 했던 시행착오를 같이 반복하려고 하나 싶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지방소멸의 속도를 생각하면 노력을 좀 더 해도 될 텐데 싶기도 하죠.
일본의 고향납세제는 지방활성화를 목적으로 2009년부터 시행되었습니다. 간략히 소개하면 자신이 지정한 지자체에 기부를 할 경우 기부 금액만큼 세액공제를 해주는 제도입니다. 소득이 크면 더 많은 금액을 기부할 수 있습니다. 대신 그만큼 자신이 거주하는 지자체는 세액이 줄어들겠죠. 결론적으로 대도시의 세금 일부가 지방으로 이전되는 효과가 생겨나고, 또 지방의 특산물이 답례품으로 팔리니 일타쌍피의 효과가 있게 됩니다. 대신 지자체는 기부 금액의 30%만큼 특산물 또는 관광상품 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을 벤치마크 했지만 많이 단순화해서 10만 원까지는 전액 공제, 그 이상은 기부금의 16.5% 공제, 상한액은 연간 5백만 원으로 했습니다. 즉, 10만 원을 기부하면 "10만 원의 세액공제+3만 원”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세금을 납부하는 분들이라면 안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올 8월까지 124,537건, 148.4억 원에 그쳤다고 합니다(5). 올해는 첫 해이니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지난해 일본의 기부금액 약 9,654억 엔(약 5,184만 건)에 비하면 너무너무 약소해 보이기는 합니다. 시행하기 전에 준비가 거의 없었다고 보는 게 맞겠죠. 준비 없이 맞는 미래, 이게 우리나라의 특징 같기도 합니다. 내년부터라도 분발하길 바라지만....... 그러려면 초기에 성공적으로 잘 나가는 지자체가 있어야겠죠. 그래서 관심 있게 지켜봤습니다.
일본이 우리나라 제도와 다른 건 우리는 기초지자체까지만 기부금 모집을 할 수 있는 데, 일본은 시정촌까지 가능하게 했습니다. 우리로 치면 면단위까지 가능하고, 세액공제금액도 자신의 납부세금에 비례하도록 했는데, 우리는 그냥 단순하게 상한액까지 16.5% + 10만 원 이하는 전액 공제라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기부금액을 10만 원으로 묶는 효과가 있겠죠. 세금구조가 다르고 지방소멸에 대해 느끼는 타격감이 다른 게 그 원인이겠죠.
일본은 고향납세 순위를 공개하고 있는데, 재미있는 게 5위까지 홋카이도가 3개를 올렸고, 그중 4위는 기초지자체가 아니라 인구 7200명의 시라누카초라는 마을입니다. 무려 92.6만 건 148억 엔을 모금했습니다. 대단한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겠죠. 답례품은 수산물과 치즈, 육류 등입니다. 시라누카초는 이 기부금으로 무엇을 했는지도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이 지자체를 선택한 기부자는 뿌듯함은 덤으로 가져갈 것입니다.
일본 사람들이 기부를 할 지자체를 선택할 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게 답례품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마다 경쟁이 과열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시중에 10만 원짜리를 여기서는 3만 원 답례품으로 제공하는 것이죠. 지자체마다 이 경쟁이 치열해서 환원율이 100%를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즉, 10만엔을 기부하면 10만엔을 공제받고 10만엔 상당의 지역 특산품을 받는 식이죠. 이게 과열되다 보니 2019년에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데 환원율을 30% 이하로 제한하는 규정이었습니다. 한마디로 10만 원짜리를 사 와서 3만 원짜리 답례품으로 제공하지 말라는 제한이죠. 그런데 여기에도 빈틈은 있는데, 시중에서 10만 원에 판매되더라도, 지자체에서 3만 원에 구매해 왔다면 그건 인정한다고 합니다. 시중 표시가 기준이 아니라 매입가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이런 사항을 모두 다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기부금을 낼 지자체를 고르기 위해 며칠을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를 둘러봤는데, 정말 준비가 안되었구나를 느끼게 됩니다. 상품 구성을 보면 한숨이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전략이나 의도는 거의 드러나지 않습니다. 각 지자체의 홈페이지 역시 살펴봤는데 살펴본 모두는 거의 소개 정도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래도 눈에 띄는 하나 정도는 있기를 바랐는데, 이 역시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내년부터는 나아질 수 있을까요? 고향사랑기부제가 잘 시행되어서 침체일로로 치닫고 있는 농촌에 비타민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고향사랑기부제.... 올해 가기 전에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1) 고향 납세의 환원율(반례율)이란? 상한 30%·계산식, 고환원율인 반례품의 경향을 해설!
2) 2023년 10월 개정! 고향 납세 제도의 매력과 개정 내용을 해설!
3) 2023년 11월 최신】지자체별 고향 납세의 기부 금액 랭킹 베스트 100
4) 고향사랑기부 홈페이지 (고향사랑e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