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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May 29. 2016

선택의 기로에 선 햄릿

마음에 사표를 품은 직장인은 누구나 선택의 기로 앞에서 고민하는 햄릿이다.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의 말이다. 이어서 "사랑하지 않을 것이면 떠나고, 떠나지 않을 것이면 사랑하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사랑할 수도 없고, 떠날 수도 없는 어중간한 현실에서 절망한다. 소주를 사랑하고, 폭탄주로 현실과 타협한다. 항상 그렇듯이 김 교수의 이야기는 낭만적이긴 하지만 지금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그닦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때는 전혀 몰랐지만, 애플에서 해고된 일은 내게 일어날 수 있었던 일 중 최고의 경우였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났을 때를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다. 그는 넥스트스텝에서 새로운 운영체제(OS)를 만들었고, 픽사에 투자해서 대박을 터뜨렸다. 애플이 위기에 빠지자 잡스는 다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그가 만든 NeXTSTEP OS는 애플 매킨토시의 새로운 운영체제로 자리 잡았고, 새롭게 출시한 아이팟은 음반 시장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어서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세계를 점프시켰다. 스러져가는 애플은 그와 함께 대제국으로 성장했다. 그가 쫓겨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직장에서 정리 해고되면서 우울증에 걸리고 생활고를 겪게 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이 이야기 역시 동화 속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직장을 옮긴 경험이 있다. 아마 그 순간을 내 인생의 최고의 선택이라 부를 수 있을까. 아직은 진행형이지만 공무원을 그만두기로 한 그 결정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다. 뭐 이곳이 딱히 더 좋은 것은 아니다. 그저 삶의 속도를 조금 더 빠르게 하고 싶었을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같이 근무하다 그만둔 후배 역시 가장 잘한 선택으로 사표를 쓴 것을 꼽는다. 누구나 들어오고 싶어 하는 직장이지만, 그 친구는 스스로의 길을 찾아 떠났고 좌충우돌하면 한 발씩 전진하고 있다.


아마도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계속 있었다면 애플은 과연 선마이크로시스템즈나 델과는 다른 길을 걸었을까. 어쨌든 그가 다시 애플로 돌아와 이룬 기적 같은 일들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고, 애플은 마니아들에게나 알려진 회사에 머물러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존 스컬리가 잡스를 해고한 것은 인류를 위해 기여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여러분이 하는 일은 여러분 인생의 많은 부분을 채울 것입니다. 여러분이 진정으로 만족하는 유일한 길은 여러분 스스로 훌륭하다고 믿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훌륭한 일을 하는 유일한 길은 여러분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만일 그것을 아직 찾지 못했다면, 계속 찾으십시오. 주저앉지 마십시오. 언젠가 그것을 발견할 때 여러분은 마음으로부터 그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면 이미 여러분들도 햄릿이다. 직장인 누구나가 진정으로 만족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 한다.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처럼 계속 전진해나가면 정말 좋아질까. 궁금하긴 하다.


 "그리고 어떤 훌륭한 관계에서 처럼, 그것은 해가 지나면서 점점 좋아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것을 발견할 때까지 계속 찾으십시오. 주저앉지 마십시오."


주저앉지 말고 앞으로 나가라. 그냥 참고 살아도 소주 뱃살만 늘어 갈 뿐이다. 아니면 김난도 교수의 충고처럼 지금의 일을 열정적으로 사랑하라. 이 둘 사이에서 많은 직장인들은 오늘도 갈등한다.


직장을 떠난 그 후배는 현재의 불안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만족하는 것처럼 보였다. 햄릿들은 가질 수 없는 그 무엇이 그에겐 있는 듯했다. 그에게서 스티브 잡스가 가졌던 그런 열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다른 무언가는 보이는 것 같았다.


어차피 그것도 한판의 인생 아닐까. 뭐가 좋았는지 우리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어떤 선택을 하던 그 선택이 최선이 되도록 만들어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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