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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May 29. 2016

사기꾼은 뒤에서 속삭이지 않는다.

불가능한 일은 일어나지 않고, 상상 가능한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절대 넘어설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물리학에서는 빛의 속도를 초과할 수 없고, 절대온도 영도(0 ˚K) 보다  더 낮아질 수도 없다. 인간이 넘어설 수 없는 물리적 한계란 것도 존재한다. 우리가 보는 빛의 파장은 가시광선(360~820nm) 영역에 국한되고, 우리가 듣는 소리의 파장 역시 가청영역(20Hz ~ 20kHz)이 한계이다. 우리는 너무 높이 뛰어오를 수도 없고, 치타만큼 빨리 달릴 수도 없고, 바다표범처럼 오래 잠수할 수도 없다.


반면에 사회 영역에서의 한계는 물리 영역보다 훨씬 더 불명확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겪은 경험 이외에 무엇에 판단 기준을 둬야 할지 헷갈려한다. 한 분야의 전문가라 할지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니 누구의 말에 혹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분류법에 따라 카테고리를 나누어 보면 훨씬 더 명확해진다.


(1) 확실한 일

(2) 가능한 일

(3) 터무니없거나 얼토당토않는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 이 세 가지 카테고리 중 어디에 포함되는 지를 판단하는 것은 과학의 영역에서보다 훨씬 더 어렵다. 그리고 판단을 내리기 전에 위의 예에서 비교적이란 단어를 붙여 볼 것을 권한다.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일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 각각에 대해서 한 번 살펴보자.


(1) 확실한 일


자연과학의 영역에서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 사이는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인간은 2 미터 이상 뛰어오르기가 어렵고, 100 미터를 10초 이내로 달리기도 어렵다. 물속에 5분 이상 있기도 어렵고 100 kg 이상 들기도 어렵다.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 일이 가능한 일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 한번 더 고민해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한 영역 인지의 판단과 함께, 그것이 얼마나 쉽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경제적, 사회적, 기술적, 시간적 관점에서 함께 톺아봐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이 70% 이상일 경우 확실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과학의 영역에서는 이론적인 오류가 없는 경우이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가능한 일이라 할지라도 그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던지, 현재의 기술적 한계나 경제적 모델이 부족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흑연은 이론적으로는 다이아몬드로 바꿀 수 있다. 이는 열역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에서도 가능한 일일까? 너무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하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가능하지 않다. 능력 있는 사기꾼은 이 영역을 파고든다. 판돈이 크다는 게 이 영역의 특징이다.


아래의 질문을 살펴보고 스스로 판단해보자. 어떻게 할 것인가?

상온에서 핵융합 기술이 상용화되었다는 소식을 누군가가 가져왔다. 투자를 할 것인가?
피라미드 형태의 구조물에 음식을 두면 상하지 않는다. 이 기술에 투자할 것인가?
모 자동차 회사 연구 책임자가 영구기관을 새로 만들었는데, 투자할 것인가?
음이온수를 분사하면 버섯의 병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 음이온 수에 투자할 것인가?
한번 넣으면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엔진오일을 개발하였다. 이 회사에 투자할 것인가?
지네의 진액을 받아서 특수한 연고를 만들었다. 상처에 특효약이라는데, 투자할 것인가?


(2) 가능한 일


이 부분이 가장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대개 낮은 수준의 사기와 눈속임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서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 범주에 속하는 일들은 과학적인 사고만 있다면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 사회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은 30~70% 사이일 경우 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 있고, 과학적으로도 어느 정도 개연성이 있는 가설 단계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사기꾼들은 정보를 취사선택해서 받아들이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한쪽의 정보만을 제공해서 그릇된 판단을 유도한다. 분명히 반대쪽의 수많은 의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숨긴다면 일단 의심을 해야 하며, 한쪽 의견만 주장하는 사람이라면 일단은 멀리하는 것이 좋다. 균형 잡힌 판단력을 결여한 사람은 외통수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자기 확신이 클수록,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한쪽 정보를 신뢰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종종 유명한 과학자들이 일반인도 알 수 있는 명확한 일에 어이없는 판단 착오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오판은 대개 "가능한 일" 영역에서 일어난다. 이 영역의 판단 오류는 너무나 많아서 뉴스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우리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놀랍지 않다. 절대 그럴 리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그저 순진한 바람일 뿐이다. 물리학 법칙을 거스르지만 않는다면, 상상할 수 있다면 모든 일은 일어날 수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판단하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판단을 할 때는 가능성이 높은 것부터 우선순위를 두고 경중을 가리되, 증거들이 전혀 불가능할 것 같은 경우를 가리키더라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


공부를 못하던 학생이 갑자기 잘할 수도 있고, 성경책을 통째로 외울 수도 있을 것이고, 어린이가 갑자기 외국어를 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일들이 기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꼭 기적이 필요한 일은 아니다. 인간 뇌는 아직까지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만났을 경우 끝까지 의심하는 게 현명하다. 가능하다는 것과 그것이 일어난다는 말과는 전혀 다르다.


아래의 질문을 살펴보고 스스로 판단해보자. 어떻게 할 것인가?

모 회사에서 PC의 새로운 운영체제(OS)를 개발했다고 한다. 당신이 VC라면 투자를 할 것인가?
갑자기 미세먼지 이야기가 뉴스를 연일 장식하고 있다. 집안에 공기청정기를 사야 할까?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졌다고 한다. 계속 방문을 닫아 놓으니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환기를 해야 할까?
TV에서 연일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는 가습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아이를 위해 구입해야 할까?
가습기에는 균이 살아서 아이들의 호흡기를 감염시킬 수 있다고 한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야 할까?
지금 귀농귀촌 열풍이 불고 있다. 당신 자녀들을 한국농업전문대학에 보내겠는가?
굿네이버스, UN기구 등 수많은 원조단체들이 모금 광고를 하고 있다. 당신은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해 이들 단체에 기부하는 게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북극곰은 기후변화 때문에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북극곰의 숫자는 늘었을까 줄었을까?
담배회사들은 담배가 아직 건강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의 주장과 담배가 해롭다는 과학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주장이 있다. 어느 쪽을 더 신뢰하는가?
기후변화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고 아직도 논란 중이라고 한다. 이 말은 사실일까?


(3) 터무니없거나 얼토당토않은 일


많은 경우 얕게 아는 지식을 과신하거나 오용을 할 때 발생한다. 특히나 과학적 전문용어를 전혀 비과학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일단은 신뢰를 주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상에서 이 부류의 사람들을 너무나도 많이 만난다. 그리고 이런 분들이 일정 정도는 성공을 거두기도 하지만, 이는 다른 요인 때문일 경우가 많다.


특히나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전혀 증명할 길이 없는 사실(fact)들을 줄기차게 물고 늘어지는 경우에는 대처하기가 참 힘들다.  현재의 과학기술로 증명이 불가능하지만, 이론적으로 가능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영역은 천재나 자기 확신형 사기꾼이 많다. 유명한 천재는 이 영역의 장벽을 뛰어넘은 사람들이다. 아인슈타인이 우리나라에 살았으면 사기꾼 소리를 듣지 않았을까.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천재는 흔하지 않다. 어쨌든 이 부분에서 사기를 당하면 동정받기도 어렵고, 그 반대이면 유명한 천재를 핍박한 사람으로 과학사 책에 길이 남을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는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이 30% 이하일 경우이다. 물론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의 확률이면 요행을 바라는 것이다. 가끔씩 성공하는 사례를 들어서 현혹한다면 일단 벗어나는 게 바람직하다. 뭐~ 가끔은 리스크를 안고 달려야 할 때가 있다. 그때는 또 달리면 되고.


아래의 질문을 살펴보고 스스로 판단해보자.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에서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세를 올려야 한다고 한다. 담뱃세가 흡연율을 줄일 수 있을까?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경유차를 없애야 하고 경유의 세금을 올려야 한다. 좋은 대책일까?
특수한 램프의 빛을 쪼이면 건강이 좋아지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투자할 것인가?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지역민들에게 50만 원의 연금을 주기로 했다. 당신은 받을 수 있을까?
설탕이 비만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설탕세를 물리려는데 찬성하는가?
엘론 머스크가 전기차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전기차를 구매하는 게 어떨까?
MSG가 몸에 해롭다고 한다. 밖에서 판매하는 음식에는 모두 MSG가 들어있다. 외식을 하는 게 현명한 판단일까?
태양광 발전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지금 돈이 있다면 적금을 들겠는가, 아니면 태양광에 투자하겠는가?
강원도에 좋은 부동산이 나왔다. 투자 수익률이 높은 오피스텔이 있다는 전화가 왔다. 어떻게 응대하는가?


위의 질문들은 임의로 구성해 본 것이고, 어떤 의도가 있거나 답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그냥 우리 주변에 있었던 일이거나 있을 법한 일들에 대해 한 번쯤 판단해 보면서 자신의 사고력을 테스트해보자는 의도에서 만들었다. 물론 위의 질문들이 모두 적당한 카테고리에 포함된 것도 아니다.


일상에서 너무나도 많은 비상식적인 일들이 버젓이 일어난다. 그것이 때로는 과학의 이름을 달고, 문화의 가면을 쓰고, 때로는 종교의 이름을 빌리고 있다. 하지만 그 얼토당토않은 논리의 기반이 무엇이든 간에 불가능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반면에, 확률적으로는 낮아도 일어나는 일도 있다. "큰 수의 법칙" 때문이다. 이게 참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그러니 가능성은 열어 놓되 의심하라. 로또는 확률이 적용된 과학이지만, 로또 같은 확률에 투자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악마는 뒤에서 속삭이고, 사기는 과학과 비과학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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