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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May 15. 2016

알 수 없는 세상이 시작되는 점

사건 지평선

절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 존재도 확인할 수 있고 도달할 수도 있지만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영원히 알 수는 없는 세상. 그런 세계가 존재할까? 과학은 그 너머에 존재하는 알 수 없는 세상의 시작점을 사건 지평선(事件地平線, event horizon)이라 부른다.


영화: 이벤트 호라이즌

물리학도도 아닌 내가 왜 이런 용어에 관심을 가졌을까? 한 영화 때문이다. <이벤트 호라이즌> 폴 앤더슨 감독의 미스터리 스릴러이자 SF 영화이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다. 


이 영화에서 "이벤트 호라이즌"은 우주선의 이름이다. 우주의 광대한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차원과 차원 사이에 구멍을 뚫어 순간 이동을 한다. 이렇게 두 지점 간 공간에 구멍을 내기 위해서는 중력 구동기가 필요하고, 이 기계는 순간적인 블랙홀을 만든다. 이벤트 호라이즌호는 그때 만들어진 블랙홀을 통과해서 순간적으로 우주 저편으로 공간이동한다.


이벤트호라이즌의 영화 포스터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우주선의 대원들이 어떤 힘에 작용을 받아 악마적으로 변했다는 설정에 영화적 모티브를 두고 있다. 인간이 만든 기술이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다. 그 블랙홀 속에 악마가 도사리고 있는 것일까? 인간이 그 악마를 불러낸 것일까?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화이다. 


다중우주론에 따르면 우주가 공간을 따라 평면적으로 펼쳐져 있을 것이라는 것은 우리의 상상일 뿐이다. 우리 주변에는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 그것도 수많은 우주가 존재한다. 또 다른 나가 존재하고 수많은 우주가 공간을 채우고 있다.


보이저 2호가 태양계를 벗어 나는 놀라운 과학기술을 이룩했지만, 과학은 우주를 구성하는 4%만 겨우 인지할 수 있다. 그 나머지 96%를 그냥 암흑물질(dark mater)이라 부른다. 그 암흑물질이 무엇인지 과학은 아직 알지 못한다. 물질일까, 에너지일까, 공간일까, 아니면 다른 차원일까? 그 어둠에는 과연 악마가 살고 있을까? 아마도 인류가 영원히 풀지 못할 난제 일지도 모르겠다.


과학: 이벤트 호라이즌, 사건 지평선

과학분야에서 "사건 지평선"은 상대성이론의 일반 해 중 하나로, 슈바르츠실트 반경(Schwarzschild Radius)이라고도 부른다. 천체가 슈바르츠실트 반경보다 작게 수축하게 되면, 더 이상 어떤 힘도 천체의 중력을 이겨내지 못하게 되어, 천체의 모든 질량이 하나의 특이점에 위치하게 된다. 블랙홀이 되는 것이다. 그 슈바르실트 반경 너머를 이벤트 호라이즌이라고 부른다.


블랙홀 주변에서 빛은 블랙홀로 들어갈 수 있지만, 안에 있는 빛은 다시 블랙홀 밖으로 나올 수 없다. 사건 지평선 너머에서는 블랙홀의 중력에 대한 탈출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커지므로 빛은 원래 있던 곳으로 다시 되돌아 갈 수 없게 된다. 


일반 상대성 이론이 그리고 있는 지구 주변의 중력장. 그런데 어떤 장치가 이 중력장을 종이처럼 구부릴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가 평평하게 보는 공간자체가 이미 꼬깃꼬깃 구겨진 종


일반상대성 이론을 넘어서....

일반상대성 이론만으로는 사건 지평선의 설명이 불완전하다. 이러한 불완전성을 보완하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일반상대성 이론과 함께 양자역학을 도입하여 좀 더 정교한 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에서는 일반상대성 이론이 예측하는 사건 지평선보다 좀 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양자효과(quantum effect)의 1차적인 영향은 사건 지평선 너머 블랙홀에 온도를 가지게 한다. 온도를 가지므로 필연적으로 복사가 생겨난다. 이를 호킹 복사라고 하는데, 블랙홀이 어떻게 열을 가지게 되는가라는 블랙홀 열역학으로 논의가 옮겨 간다. 사건 지평선의 완벽한 설명을 위해서는 양자중력 이론도 필요한데, 이런 설명을 제공하는 이론 중 하나가 M-theory이다. 또 다른 하나는 고리양자중력(loop quantum gravity) 이론이다.


사실 이 글을 쓰는 나도 알고 쓰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요상한 이론을 만든 물리학자 보다 더 적게 알지는 몰라도 사실에서 아주 먼 것은 비슷해 보인다. 갈 길이 참 멀어 보이지만 하나씩 발전해 나가는 것을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다. 과학이나 영화나 상상력이 필요한 것은 마찬 가지이다.


리메이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는데 그게 물리학 이론의 불완전성과 이해의 어려움 때문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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