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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May 15. 2016

산업혁명의 진짜 주인공은 누구?

화학비료를 위한 변명

학생들에게 산업혁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물으면 열이면 아홉은 증기기관의 발명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직접적으로는 증기기관이 만들어지면서 인간이나 동물의 힘이 아니라 화석연료를 에너지 원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증기기관은 18세기 초 영국의 발명가 토마스 뉴커먼에 의해 발명(1905년)되었고, 1769년 제임스 와트에 의해 개량되었다. 증기기관은 역사를 증기기관의 발명 이전과 이후로 나눌만큼 혁명적인 변화를 세상에 몰고왔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화학비료의 발명이다.


1908년 독일의 과학자 프리츠 하버(Fritz Haber)가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할 수 있는 '하버-보쉬 법'을 개발하면서 인류가 본격적인 산업사회로 접어들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현대 문명을 견인한 화학비료


화학비료가 발명되기 전에 사람들은 식량을 생산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촌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다. 하지만 화학비료가 이용 가능해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식량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더 적은 사람들이 농업에 종사해도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할 수 있었다. 농촌의 잉여 인력들은 도시로 이주하기 시작했고,  잉여 생산자원은 새로운 문화와 산업이 싹트는 계기가 되었다.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의 엔진이 되어 본격적으로 달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불과 5%만이 농민이고, 미국은 1.4%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량은 넘쳐난다. 이게 엔진을 달고 있는 트랙터 덕분만은 아니다. 만약 식량 생산이 늘지 않았다면 지구의 인구는 아직도 수억 명 선에 머물고 있을 것이그, 그랬다면 산업혁명이라는 것도 가능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증기기관 하나가 세상을 바꾸었다고 학교에서 가르치지만 이는 진실의 일부만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남해화학에서 생산하는 비료( 홈페이지에서 가져옴)

화학비료가 부족한 아프리카는 아직도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 경지 면적당 식량 생산량이 적으니 더 많은 산림을 훼손해야만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에 매달려야 한다. 산업이 생겨나기가 힘든 구조이다. 만약 화학비료가 충분하다면 아프리카의 식량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아프리카에서 근무한 옛 선배들의 경험담을 들으면 화학비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


작고 빈약하게, 자라지 않는 옥수수 밭에 화학비료를 한 줌만 뿌려줘도 정말 무럭무럭 잘 자란다고 한다. 화학비료 한포 대면 한 집안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북한의 식량난 역시 화학비료 부족에 기인하는 면이 많다. 북한이 요청하는 원조목록에 화학비료도 포함된다.


아프리카에 근무했던 농화학자인 원로 연구원은 유기농업이라는 말을 싫어했다. 그분에게 유기농업은 배고픈 농업이었기 때문이다. 유기농업을 할 수밖에 없는 대부분의 나라는 가난하고 굶주린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그렇고 북한이 그렇다.


하지만 요즈음은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농산물이 친환경농산물로 각광받는다. 화학비료가 인류의 현재 문명을 견인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표면적으로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취급받고,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실 화학비료 덕분에 이 정도의 인구가 먹고살 수 있는 식량이 생산됨에도 말이다. 아마도 화학비료가 없었다면 훨씬 더 생태적인 환경이었음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인구가 이렇게 많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적은 수의 사람들이지만 아직도 세계는 식량을 놓고 전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요즈음은 유기질 비료가 많이 생산된다. 땅이 필요한 유기물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기물을 공급하는 대부분의 자원은 가축분뇨이다. 가축분뇨에 톱밥을 섞어서 만든 퇴비가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 가축이 먹는 사료는 대부분 화학비료를 사용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화학비료가 없으면 밭에 뿌릴 충분한 유기물질도 구하기 어렵다.


영양이 충분히 공급된 덕분에 인간의 평균수명은 70세를 넘겼다. 불과 한 세기 전에는 40세에 불과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괄목할만한 개선이다. 반면에 화학비료를 사용한 농산물이 건강을 해쳤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화학물질들을 물에 타서 공급하는, 온실에서 수경 재배되는 채소들은 친환경 농산물로 인식된다. 화학비료나 양액재배에 사용되는 원소들이나 구성 성분에서 큰 차이는 없다.


화학비료가 없는 문명은 상상할 수 없다. 현재 기술로는 가능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생산된 유기농산물을 좋아하겠지만,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크게 차이 날 것도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좋으냐 나쁘냐의 문제이기보다는 선택의 문제이고, 가치의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일 따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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