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의 낭독 예찬
나는 비디오형 인간이었다.
젝키가 DJ 할 때를 빼곤 라디오를 챙겨 듣지 않았다.
라디오의 장점이 멀티태스킹이라는데
나는 소리만 들으면 더 집중을 하게 돼서
도무지 멀티태스킹이 되지 않기에
해당사항이 없었다.
대신 TV를 줄창 틀어놨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나는 내 목소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십 대 때는 좀 더 높고
꾀꼬리 같은 목소리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타고난 목청이 좋은 사람이 그렇게 부러웠다.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해서
만화 대사를 연기하듯 읊는 걸 좋아해서
성우가 될까 잠깐 생각해본 적도 있지만
그럴 목소리는 아니라는 객관적인 판단으로
금세 포기했다.
PD 지망생이었지만 방송 3사 채용 시즌이 아닐 때는
기자 시험도 연습 삼아 봤는데
그 덕에 방송 기사 리포팅 카메라 테스트도 몇 번 해봤다.
연습하다 보니 꽤 재밌었다.
아나운서 할 목소리와 외모는 아니지만
방송기자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잠깐 상상해보기도 했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꿈별이를 낳고
갑자기 홀린 듯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 속에서 말이, 생각이, 글이
마구 쏟아져 나와서 쓰지 않고 견딜 수가 없었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든가,
많이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든가,
그런 것들을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철저히 나를 위해서
글을 썼다.
매우 거칠고 미숙했지만
격월간 교육잡지 <민들레> 편집장님이 넓은 마음으로 받아주셔서
감사하게도 1년 동안 초보 장애아 엄마의 부모일기를
연재할 수 있었다.
연재가 끝나고도
넘쳐흐르는 글을 쓸 곳이 필요했고
브런치에 가입해서 올린 첫 글이
운 좋게 브런치와 EBS가 공동으로 주최한 공모전에
당선되었다.
그 덕에 EBS 방송국에 가서
직접 내 글을 낭독하는
라디오 녹음을 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라디오는 아니지만 TV PD로 일을 하면서
녹음을 연출해본 적이 있다.
연예인이나 성우가 방송에 필요한 멘트를 읽으면
좀 더 빠르게,라든가 느리게,라든가
어느 부분을 조금 더 강조해달라든가
하는 식의 연출을 종종 했었다.
그런데 내가 녹음 부스 안에 들어가서
마이크 앞에 선 건 처음이었다.
긴장되고 떨렸지만
장비가 잘 갖춰진 라디오 부스에서
내가 직접 쓴 글을
내 목소리로 낭독하는 건
정말 짜릿하고 설렜다.
내 방송분이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함께 공모전에 당선된
다른 작가들의 낭독 팟캐스트를 들어보았다.
발음이 부정확하고
목소리가 성우나 아나운서처럼 좋지 않더라도
자신이 쓴 글을 작가가 직접 낭독하는 건
매끄러운 낭독과는 또 다른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직접 쓴 글이기에
낭독에 혼이 실린 것 같았다.
진정성이 느껴지며
온전히 그 내용에 몰입하게 되었다.
나는 마침내 낭독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그 후로는 팟캐스트를 자주 찾아 듣게 되었다.
아이를 재우면서 귀에 에어팟을 끼고
팟캐스트를 들으며 아이 등을 토닥인다.
아이들이 잘 때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 있을 때
고양이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막고
마이크 앞에 앉아
내 글을 낭독한다.
“낭독시간, 울림의 에세이”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되었다.
처음에 지인빨로 구독자가 많이 늘어서
지금은 재생수가 그리 많지 않지만
내가 너무 즐거워서
계속하게 된다.
어느새 내 목소리도 좋아하게 됐다.
내 글을 소리 내어 낭독하는 것도 좋고
편집하는 작업도 재밌고
섬네일 그리는 것도 즐겁고
내 팟캐스트 채널에
에피소드가 하나씩 차곡차곡 쌓이는 것도 신난다.
나는 이 작업을
앞으로 아주 오래 하게 될 것 같다.
머릿속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것도 희열이 있지만
그걸 내 목소리로 낭독하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낭독은 참 좋다.
*“낭독시간, 울림의 에세이”는 오디오클립과 팟빵 중 편한 방법으로 들어주세요^^
팟빵
http://podbbang.com/ch/1779320
오디오클립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6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