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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Feb 18. 2021

기형아 검사와 안정기

[다운 천사 꿈별 맞이]

일주일 남짓 병원에 유산방지제를 맞으며 입원해 있다가 양수 흐르는 게 멎어서 퇴원을 하기로 했다. 기형아 1차 검사를 위해 피를 뽑았다. 지금 당장은 양수가 멎었지만 매우 위험한 상황이니 앞으로 두 달간 꼼짝 말고 누워있으라는 주의를 들었다. 육아 휴직 중이던 남편이 첫째 등 하원을 챙기고 어린이집에 보낼 점심 도시락도 쌌다. 남편은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다가 점심때 집에 와서 같이 밥을 먹고 다시 나가서 공부를 하다가 첫째가 하원할 때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의사 말대로 밥 먹고 화장실 갈 때 말고는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지냈다. 입원을 해서 유산방지제를 맞으며 누워있던 게 너무 힘들었기에 다시는 입원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이었다.  


TV도 없고 컴퓨터 앞에 앉을 수도 없었기에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나 웹툰을 보면서 낮 시간을 보냈다. 첫째를 키우면서 TV를 없앴고, 아이 앞에서는 영상물을 전혀 보지 않았기에, 혼자 집에 누워서 보고 싶던 콘텐츠들을 실컷 보는 게 몇 년 만의 일이라 신이 났다. 아이돌 무대 영상이나 <쇼미더머니>를 보면 배 속 꿈별이가 신이 나서 태동을 했다. 엄마가 기분 좋은 걸 느껴서인지, 꿈별이도 그 음악이 좋았던 건지 모르겠지만 발을 뻥뻥 차면서 즐거워하는 게 느껴졌다. 혼자 누워만 있으면 답답하고 심심할 법도 한데, 꿈별이와 교감을 하면서 지냈기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첫째 고래를 낳고 정신없이 육아를 하다가 돌이 지나자마자 남편이 2년 동안 해외 근무를 했기에 우리 세 가족이 함께 지낸 것도 오랜만의 일이었다. 비록 내가 거동이 불편하긴 했지만 아침저녁으로 고래와 남편과 셋이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 늘 엄마랑만 지내던 고래는 아빠랑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게 되자 몸을 실컷 쓰면서 원 없이 놀았다. 나와 꿈별이가 이 시기만 잘 버텨준다면, 우리 네 식구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꿈꿨다. 남편 회사는 자주 해외 근무를 해야 하는 직종이기에 더 이상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아서 이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무사히 둘째를 낳아서 넷이 함께 새로운 곳에서 새 출발을 하길 기대했다.


한 달쯤 누워서 지내다가 기형아 2차 피검사를 위해 다시 병원을 찾았다. 중간중간 잠시라도 앉거나 서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또 하혈을 했기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의사는 태아 상태는 괜찮아 보이지만 한 달 더 꼼짝 말고 누워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기형아 검사 결과는 다운증후군과 에드워드 증후군 두 가지에서 고위험군인 것으로 나왔다. 특히 다운증후군은 1:6으로 확률이 매우 높게 나왔다. 걱정하는 나와 남편에게 의사는 양수가 흐른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지금 양수검사를 위해 양막에 바늘을 찌르면 유산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불안하면 산모 피로 하는 검사 방법 중 조금 더 정확한 니프티 검사라는 방법도 있다고 알려주었다. 의사는 내가 35세 이상인 노산이기 때문에 고위험군으로 나온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집에 돌아와서 고민을 했다. 아이가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다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피가 흐르고 양수가 흐를 때 아이를 잃을까 봐 그렇게 걱정을 하고 무서워했으면서 더 정확한 기형아 검사를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나는 이 아이를 이미 사랑하게 되었는데, 이 아이를 잃을까 봐 두렵고 꼭 지키고 싶은데, 기형아인 것으로 밝혀지만 어떻게 해야 하지? 인터넷에 기형아 검사 후기를 찾아보기도 하고 다운증후군 고위험군이라고 검색을 해보기도 했다. 입덧이 조금씩 괜찮아져서 이제 막 밥을 먹기 시작했고, 조금만 버티면 안정기가 되는 상황이었다. 임신 16주였던 나는 양수검사도, 니프티 검사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꿈별이가 다운증후군일 수도 있지만 사랑으로 낳아서 키우고 싶어."


남편도 추가 검사를 하지 않는 것에 동의했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사실 정말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이일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고래 때 임당 재검을 하긴 했지만 결국 모든 검사에서 정상이라는 결과가 나왔고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기 때문에 꿈별이도 그럴 거라고 믿었다. 기형아 검사에서 고위험군으로 나온 건 지나고 보면 해프닝일 뿐일 거라고 여겼다. 초음파에서 목 투명대도 정상 범위로 보인다고 했기에 더욱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유산 위험만 잘 넘기면 모든 게 다 잘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한 달을 더 누워서 지냈다. 두 달 넘게 누워지낸 후 20주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초음파를 보는데 꿈별이가  누가 봐도 알 수 있게 "난 남자다!"라고 알려주었다. 아이도 건강하고 자궁 상태도 좋아졌다고 했다.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그동안 고생했다고, 다시 천천히 일상으로 돌아가도 된다고 의사가 웃으며 이야기했다. 이제는 산책도 조금씩 해도 된다고 했다. 성별도 확인했고, 아이가 건강한 것도 확인했고, 일상생활을 해도 된다니 모든 게 완벽했다. 햇살도 눈부신 가을의 어느 날이었다. 가족들에게 기쁜 소식을 알렸다. 다들 고생 많았다고, 축하한다고, 함께 기뻐했다.


첫째 하원 차량 내리는 곳에   만에 나갔더니, 엄마가 나온  보고 고래가 햇살처럼 웃으며 반가워했다. 그동안 집안에 누워만 있었기에 전혀 둘러보지 못했던 새로 이사  동네도 조금씩 구경했다. 고래는 엄마에게 놀이터를 소개해 주겠다며 앞장서서 뛰어갔다. 며칠 뒤엔 차를 타고 코스모스를 보러 가기도 했다. 오랜만에  식구 함께 차에 타자 남편이 조수석에 내가 앉아서 떠드는  너무 그리웠다며 기뻐했다. 아직 오래 걷는  힘들어서 나는 벤치에 앉아있고 남편과 고래는 코스모스 밭을 이리저리 신나게 뛰어다녔다. 가슴이 벅차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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