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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Feb 26. 2021

인생을 바꾼 정밀 초음파 결과

[다운 천사 꿈별 맞이]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오던 임신 22주, 정밀 초음파를 보러 다시 병원을 찾았다. 20주에 시도했지만 꿈별이가 자고 있었는지 중요한 장기들을 보여주지 않아서 다시 예약을 잡은 터였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었기에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정밀 초음파 검사실 침대에 누웠다. 첫째 때는 모든 검사를 혼자 받았는데 남편이 육아 휴직 중이라 산부인과 검진에 함께 올 수 있어서 든든하고 좋았다. 오늘은 꿈별이가 초음파 검사에 잘 응해줄까 이야기를 나누며, 태동을 잘하고 있다고 담당 선생님한테 이야기를 하며, 우리는 한껏 들뜬 표정으로 검은 화면을 바라보았다.


평소 여기가 머리고, 여기가 팔이고, 다리라고, 잘 크고 있다고 이야기를 건네던 초음파실 선생님이 그날따라 아무 말 없이 내 배 이곳저곳에 초음파 기기를 갖다 대었다. 점점 얼굴이 굳어지셨다. 귀엽다며 아이의 움직임을 보던 나와 남편도 차츰 이상한 분위기를 느끼고 입을 다물었다. 정밀 초음파 검사실에는 세 사람의 숨소리와 검사 기기 소리만 간간이 들렸다. 그는 평소보다 많은 초음파 사진을 출력하더니 황급히 검사실을 떠나며 복도에서 대기하라고 말했다. 담당 의사 진료실 앞에 앉아 기다리는데 문이 살짝 열린 틈으로 “문제가 있다”는 문장이 날아와 내 귀에 꽂혔다. 의사도, 간호사도, 모두 굳은 얼굴로 나와 남편을 맞이했다.


“여기 이 주머니가 태아의 위장인데 하나가 아니라 두 개가 보이죠. 양수를 삼키면 소화가 되어서 소변으로 나오면서 순환이 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버블이 두 개로 보이는 건 십이지장이 막혀있기 때문이에요. 콧대도 낮아 보이고 심장과 뇌에도 이상 소견이 보입니다. 여러 징후를 종합해 보았을 때 다운증후군일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의뢰서를 써줄 테니 큰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해보세요.”


첫째를 자연출산 전문 병원에서 낳은 나는 둘째는 집에서 낳을 계획이었다. 동네 산부인과에서 검진을 받다가 막달이 되면 조산사에게 출장을 의뢰해서 가정 출산을 할 생각이었다. 병원 도착 40분 만에 너무나 순조롭게 첫째를 낳았기 때문에 둘째 때는 병원에 가지 않아도 잘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그런데 대학병원에 가라니,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할 장기 기형을, 하나도 아닌 여러 개를 가진 아이라니, 앞이 깜깜했다. 다니던 산부인과가 신촌 세브란스의 협력 의료기관이라 바로 예약을 잡아줄 수 있다고 했다. 그 와중에도 나는 자연출산을 지원하는 다른 대학병원으로 가야 하나 잠깐 고민했다. 아이의 기형 소식 앞에서도 자연출산을 하지 못할까 봐 걱정하다니,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닥친 일이 무엇인지 전혀 실감을 못하고 있었다.


세브란스에서 며칠 내로 외래 진료를 볼 수 있다는 말에 예약을 진행해 달라고 부탁했다. 기형아 검사 결과 고위험군이었던 게 맞았구나, 정밀 초음파를 보기 전까지는 왜 계속 태아가 건강하다고 했던 거지? 목 투명대는 정상 범위라고 하지 않았나? 온갖 생각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지금도 태동을 활발히 잘하고 있는데 꿈별이 몸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믿기지가 않았다. 이제야 유산 위험을 넘겼다고 안도하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한껏 행복에 겨워 정밀 초음파실에 들어섰던 나와 남편은 대학병원 진료 의뢰서와 예약 날짜를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분명히 기형아 검사에서 가능성이 높다고 했고, 꿈별이가 다운증후군일 미래도 상상해 보았으며, 나는 각오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정밀 초음파 검사 결과를 듣는 순간 그 모든 각오는 착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진정으로 꿈별이가 다운증후군일 거라고 생각했던 게 아니었다. 유산 위험을 넘겼듯이 기형아 검사 고위험군도 지나가는 짧은 위기일 뿐이라고 여겼던 거였다.


집에 돌아와 ‘십이지장 폐쇄라고 인터넷 검색창에 쳐보았다.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들이 나왔지만 십이지장이 막혀 있어서 식도--십이지장-소장-대장으로 연결되는 소화기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산전 초음파에서  개의 공기 방울이 보이는 것으로 미리   있다고 쓰여있었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이에게서 나타날  있는 증상이라는 말도 보였다. 기형아 검사, 정밀 초음파, 십이지장 폐쇄, 다운증후군, 양수검사이런 검색어들을 입력하면서 글을 찾아서 읽고  읽었다. 양수검사에서 다운증후군이라고 나왔는데 막상 아이를 낳았더니 ‘정상이었다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뭔가 잘못된  거야.  병원에 가보면 아니라고 할지도 몰라. 막상 낳아 보면 ‘멀쩡할지도 몰라. 나는 꿈별이의 상태를 알리는 신호들을 애써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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