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암과 엄마의 암

by 새벽달

2022.7


아빠는 내가 외국에 가기 며칠 전 응급실에 갔다. 내 평생 아빠가 아파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꽤나 아팠나보다 생각했다. 병원에서는 어떻게 이제서야 왔냐고, 대장이 협착되어 있어서 조직검사를 하기도 전에 암인 것 같다고 했다. 미안하지만 그 소식을 듣고도 별 걱정은 없었다. 난 가족들의 배웅 없이 비행기를 탔고, 도착하고 나니 아빠가 대장암 3기랬나.


그러게 평소에 술담배 좀 줄이고 야식 먹지 말지. 대장암은 요새 잘 고쳐지니까. 괜찮아.


다만 문제는 대장 제거 수술 후였다. 한국에서는 코로나때문에 극성이었고, 아빠의 배에 달린 주머니를 비우고 간병을 하기 위해서는 가족 중 딱 1명만(코로나 음성 확인 후) 병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안 봐도 푹푹 찌는 그 더위에, 엄마랑 둘째가 매일 번갈아 코를 찔러가며 하루씩을 보냈다. 엄마도, 둘째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하루는 간병을 하고 그 와중에도 물류 주문을 받으면서 다음날 트럭으로 배달을 다녔고, 동생은 나는 상상도 못할 아빠의 주머니를 수시로 갈아주며 아빠 옆에서 시간을 보냈다.


친구의 죽음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던 와중에도, 참 내가 간사해보였다.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저 교대에 함께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외국에 나와있다는 핑계가 있어서 호적에서 안 파일 수 있었을까. 온 가족이 더위에 고생을 하는 와중에 난 좋은 집에서 새 차를 타고 고작 우울해하고 무료해하고 있다니.


그래도 눈에 보이지 않는 현실은 외면할 수 있었다. 아빠는 예후가 좋아 별로 걱정이 되지 않았다.


아빠가 퇴원한지 한달이나 되었을까, 엄마가 조심스레 전화를 걸어 수술을 한다고 한다. 처음엔 담담하게 갑상선암이 임파선까지 전이가 되었다고, 그래서 부분 수술이 안되고 목을 다 절개해서 수술을 해야한다고 한다.


엄마는 나에게 이 사실을 말하기 전에 목에서 혹을 발견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걱정하고, 의사 소견을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을 거다. 무서웠다고 했다.


내가 엄마한테 힘든걸 내색하지 않은만큼, 엄마도 엄마의 그것을 혹시나 홀로 해외에 나간 내가, 친구가 죽었다고 전하던 내가 스트레스 받을까봐 끝까지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괜찮아, 갑상선암은 요새 돈 버는 암이라잖아..

하면서도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엄마의 목소리가 축축해지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정말 바보같이, 니 아빠 간병한다고 이 더위에 혼자 배송다니고 죽도록 고생하다가 정작 나 아픈건 모르고오...진짜 억울해 엄마는...너무 억울해..


심장이 답답했다. 울고 싶었지만 여기서 나까지 울 순 없었다. 잘 될거야, 지금 발견한 게 어디야..

그리고 오후 업무시간동안 미친듯이 갑상선암 예후, 수술 후기, 피해야 할 것들, 이후 치료 방법들을 검색해보고 집으로 오니 또 내 집은 너무 좋다. 눈물이 그제서야 쏟아졌다.


내가, 내가 이렇게 바라던 게 다 이뤄졌으면 뭐해, 나만 여기서 이러고 있는게 죄스러워 버리면 난 그럼 뭐가 돼, 엄마는 왜 아픈거야 그렇게 고생만 해놓고, 이제 좀 여행도 오라고 하고 싶고 이제야 내가 자리잡았는데, 바보같이 왜 고생만 하다가 자기 아픈것도 모르는거야...


엄마의 수술날, 시차가 얼추 맞아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는데 수술이 당최 끝나질 않았다. 함께 해외로 발령온 또래 동료는 여름휴가 시즌이라 부모님이 오셨고, 그날 무슨 기차를 타고 옆나라를 간다고 신이 나있었다. 참지 못해 한 마디가 나왔다.


'우리 엄마는 지금 수술 중인데...'


눈물을 멈추기 힘들었지만, 그 가족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내가 그 앞에서 울 수가 있겠나. 인생의 타이밍은 참 잔인하다. 그 해엔 특히나 더 그랬다.


어쨋거나 수술은 끝나고, 동생이 보내준 사진에서 엄마 목은 단두대에 머리가 한번 잘렸다 붙은 거마냥 길게 꿰매져있었다. 수술이 잘됐다니 다행이야. 앞으로 계속 경과는 봐야하지만, 응 엄마 고생했다고 전해줘. 다행이야. 엄마 목 어쩌니, 저거 피부과 계속 다니면 많이 없어질 수 있대.


엄마도 서러웠고 무서웠고 억울했고,

나는 참. 이거 뭐 다들 죽을 고비를 넘고있는데 내가 이렇게 사는 것도 아무 의미 없는 것 같고, 지금 이게 무슨 천덕꾸러기같은 짓인지, 하필이면, 하필이면 내 인생에서 바라던 모든 조건이 이루어졌을때 그게 아닌 모든 것들이 무너지는데 이제 난 뭘 바라야하는지, 어떻게 삶이 이럴 수 있는지, 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며 하루는 코로나 검사 하루는 배송을 다녔을 엄마가 나한테 말하는 건 얼마나 망설였을지, 젠장 내가 그렇게 걱정됐는지, 그냥 무섭다고 억울하다고 진작 말하지.


내가 뭐라고.

내가 뭐라고.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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