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울음

by 새벽달

나의 울음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번째는 소리내어 흐엉엉 엉엉 우는 울음 베개로 입을 막아야 하는 울음, 이것은 주로 구체적이고 단기적인 슬픔에 대한 메커니즘이다. 소리내어 울어도 누구 하나 달래줄 사람 없다는 것, 옆집 사람이 들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하면 주로 그치는 편.


두번째는 무력감과 서러움과 모든 것이 밑바닥을 쳤을 때 흘리는 조용한 울음으로, 때때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또 시작이네' 하며 눈물이 주륵 흐르기도 하고 어떤 날은 참고 참았다가 풍선처럼 부푼 울음 케파(capacity)가 누군가와 말만 해도 멈추지 않는 조용한 울음이다. 이 울음은 소리없이 눈물만 주륵주륵 흘리며 8시간 10시간씩 이어지고 내 몸에 이렇게 많은 수분이 있었던가, 눈물도 노폐물이라면 지금 나는 디톡스 중인가 생각할 정도로 하염없이 눈물만 떨어진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보여주지 못하는 것, 마음 둘 곳 하나 없는 것이 서러워서 웃긴 영상을 보면서 입은 웃는데 눈에선 눈물이 나는 것이다.


10시간 내내 울며 목을 매달 수 있는 곳을 찾은 적이 있었다. 적당히 길고 튼튼한 리본을 찾아 걸어두기도 했었다. 그래도 기왕이면 예쁜 새틴 허리끈이 낫겠지. 속옷은 새걸로 입고 조금은 그럴듯한 옷을 입어야겠지, 라고 생각하다가 죽고나면 남들이 어떻게 보든 무슨 상관인가, 생각하다가 그래도 마지막이 조금은 깔끔하길 바랐지만 물만두처럼 퉁퉁 부은 눈에 무력감에 멀끔한 모습으로 차려입을 기운이 없었다. 우리집 고양이들이 걱정되어 누구에게 얘네를 부탁하는 예약 메시지를 보내야하나 하다가 혹시나 죽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웃음거리가 될까봐 보내지 못했다.


또 방 안을 서성거리다가 종국적으로 회사는 이 나라는 세계는 나라는 존재 없이도 굴러가고 있으며 언젠간 어차피 죽을 것, 남은 생에 어떤 행복이 있을까 생각해보고, 술을 끊을 수 있을까 정신과 약을 언제쯤 끊을 수 있을까, 안 될 것 같은데, 나는 이제 너무 지쳤는데 라고 생각한다. 미움도 서러움도 씩씩한 척하는 것도 이미 한계를 넘어서서 영혼이 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 옛날 일기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 처리가 곤란하다고 생각했는데 전부 모아놓고 샤워기로 물을 뿌리면 아무도 알아볼 수 없을 것이고 오늘은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날이니까 마침 잘됐다 라고 생각했다.


컴퓨터를 포맷하려고 하는데 아, 이직 폴더에 자격증과 증명서와 이력서들이 가득했다. 혹시 죽지 않게되면 이것만은 날리지 말 걸 하고 후회할 것이다. 이것만 빼고 어딘가 폴더 안 폴더 안 폴더에 숨겨놓은 내 일기장과 인터넷상 기록을 지우기엔 너무 번거롭고 아직도 맑은 눈물이 흐르는 눈이 뻐근했다.


술과 수면제를 먹고 기어코 잠에 들었고 다음날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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