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치열하게 살기

by 새벽달

오늘 또 작은 실패가 트리거가 되어 자기객관화-자기비하-자기합리화-자기객관화-...의 악순환 굴레에 갇혀버렸다.


<자기객관화>


이직 준비를 치열하게 하고 있는 게 맞나. 하루에 몇 군데를 지원하는데?

영어 불어 더 공부하라고 했잖아. 서점가서 시집이나 읽고 있잖아?

애초에 올해 더 흠잡힐 거 없도록 회사 다녔어야 했잖아. 내가 일을 잘하는지보다 근태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너 수시로 아팠지?

너가 더 나아지려면 술이랑 담배 중에 하나는 끊어야지. 왜 못하니?

휴직하고나서 무슨 알바던 돈 되는 건 다 개같이 할 거라고 했잖아. 발로 뛰며 구하고 있니?

걔가 너 이제 블로그 이웃도 끊었더라. 섭섭하기 전에 너가 어떻게 했는지부터 생각해봐야 되지 않니?

마음먹으면 다 할 수 있어. 그만큼 절실하지 않아서 다 핑계인거야. 넌 뭐가 절실하니?

이렇게 시간 많을 때 할아버지 자주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잖아. 왜 아프다고 안나갔니?

너 싫어하는 사람들한테 굳이 마음써봤자 나만 병신되는 거 알잖아. 왜 계속 죄송하다고 하니?

너 이럴때 자격증이라도 준비하고 혹시 모르니까 공부도 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하는 거 아니니?


<자기비하>

다 내 잘못이고 내가 게으른 것이 사실인 것 같아서 모두 내 잘못인 것 같다.

한심하고 한심하다. 노력도 안하고 요행을 바라는 것 아닌가.

이러니까 내가 올해 회사에서 왕따당하고 평판 망했지. 새로운 회사에서 평판조회라도 하면 당장 내가 있던 팀에서 누가 날 좋게 말해줄까?

운전면허도 못 따고 있는데 하다못해 유튜브 영상이라도 미친듯이 봤어야지.

유튜브한다고 동네방네 떠들어놓고 막상 무관심도 악플도 겁나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지?

옛날처럼 운동이라도 매일 하면 멘탈도 건강해질텐데 맨날 술마시니까 아프기만 하고 점점 멍청해지지?

이게 치열하게 사는거야? 절실하면 다 할 수 있는데 게을러서 핑계대는거지?


<자기합리화>

마음같아선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데 그래도 매일 씻고 나가서 지하철 두 정거장 떨어진 서점에 걸어서 왔다갔다 하고있잖아. 시집이라고 읽고있잖아.

지금까지 경력 이도저도 아닌 것 알면서 그래도 계속 하루에 한번은 구직사이트 보고 지원하고 있잖아, 얼마나 기가 빨린다고.

술이라도 안마셔서 생각을 덜 하지 않으면 저녁 시간을 견딜 수가 없는데, 술이랑 목숨이랑 둘 중에 뭘 끊을까.

내가 허술하게 산 것처럼 보여도 남들 생각보다는 정말 치열하게 살았는데, 늬들 부모님집에서 월세걱정 없이 공부할 때 나는 시급 4,500원 시대에 어둠의 유혹을 물리치며 개같이 일하면서 공부했는데.

나는 씩씩한 모습 보여주려고 너무 오래 많이 애썼는데.

내가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다 지난 일 아니냐고 말하는 너네가 살면서 무슨 상실감을 겪어봤는데.

그간 그렇게 미친듯이 일하고 단물만 쪽쪽 빨아먹고 크레딧은 자기들이 다 가져갔던 건 뭔데 나한테 이제 일에 대해 말하는데. 나때매 좋은 자리 간 그새끼들이


<자기객관화>

체력 관리도 능력이지. 내가 개같이 일해도 병가 1번 내면 당장 그냥 없는 사람이지.

아무리 남의 뒷담을 들어줬어도 나 자신이 힘든 건 절대 말하지 말았어야지 걔네가 친구라고 생각했니.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하게 내버려두면 된다고 쿨한척하면서 왜 혼자 마음만 질척대니.

언제까지 약 먹으면서 살거니. 술담배 다하고 우울증 불면증 다 있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니.


.

.

.

.

술담배를 끊을 의지가 없는 것은 빠른 병사-돈이 너무 많이 들기 전에 뭔가 할 수 있는 명분-를 원하기도 하고 뭐 술과 수면제 조합으로 자연스러운 사고사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또 부정적인 쓰레기 글로 어쩌다 이 글을 클릭한 사람들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고


그냥 이제 막 살고 싶은데.




작가의 이전글기다리는 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