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병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운전대를 잡으면 사고가 났으면 하고 은근히 바라게 될 때부터였다.
내가 먼저 들이받아서 타인의 인생과 가족을 파괴할 생각은 없고, 뭐 눈길에서 어디 절벽같은 데에 우연히 쳐박는다거나, 누군가 내 차를 들이받거나.
내가 스스로 죽자니 겁도 나고, 병사하자니 큰 병은 걸리지도 않고 주변에 민폐만 끼치게 될 것이고 병원에 갇혀있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순간의 고통으로 끝나는, 내가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즉사가 가장 좋지 않을까.
가족들은 슬퍼하고 억울해하겠지만 날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고, 다들 '젊은 나이에 안됐네' 정도로 생각하겠지. 그 소식을 들은 사람 중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몇 명 안될 것이고, 기꺼이 부조금을 낼 사람은 그보다 조금 많겠지만 곧 쉬이 잊혀지겠지. 그 소식에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고, 사실 사람이 타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은 길지 않으니까. 아무 감정 없이 부고 문자 공지를 볼 사람들. 어쩌면 회사에선 잘 됐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그래도 가해자가 아니라 보험금은 나올테니 몇푼이나마 남기고 갈 수 있을 것이니 죽음의 형태로 선택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것이 아닌가.
희망해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