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by 새벽달

괴리감


사람 개개인이 타자에게 이방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가 물리적으로 속한 어떤 집단에도 소속감을 가져본 적이 없다.


가족들끼리 모이는 날에도 나는 뭔지 모를 괴리감에 방에서 쿵쾅거리는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어느 순간에 낯낯이 아는 친척들이 전부 완벽한 타자로 보이면서 겁이 나곤 했다.


친구들과의 관계같은 인간 대 인간의 경우가 아니라면 언제나 의식적으로 소속집단과, 무리와, 모든 것에서 겉돌고 있었다. 아니 지금도 겉돌고만 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모든 국민이 축구경기에 미쳐있을 때, 엄마가 데리고 간 응원현장에서 군중이 단체로 노래를 부르고 응원하는 모습이 갑자기 '너무나 이상하다'고 느꼈고, 빨리 집에 가고 싶을 뿐이었다.

학교 운동회같은 단체행사에서도 마찬가지, 나만 별개의 행성에 동떨어져 있는 기분이 들어 외로웠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남들이 기대하는 첫 축제에서는 그 많은 인간들이 학교 티셔츠를 입고 응원송을 부르고 가수에 열광하는 모습에 극심한 피로감을 느껴 5분도 못 버티고 집에 돌아왔다.


어떤 목적으로든 한가지 목적을 위해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면 항상 낯설다.


국제 스포츠 경기가 있을 때마다 갑자기 관심없던 종목에서도 우리나라 선수를 왜그렇게 응원하고 개인의 실책에 그토록 아쉬워하는지, 어차피 경기가 끝나고 하루 뒤면 다 잊어버리고 자기의 삶으로 돌아갈 것 아닌가.


회사에서 돈을 주니까 일할 뿐이지 이 회사가 욕을 먹든 뭐가 안되든 내가 속상할 일은 아니다. 어차피 내가 없어도 회사는 잘 굴러갈 것이고 내가 월급이 필요한 것이지 회사가 날 필요로 하진 않으니까.


해외에서 일하거나 살다가 들어오면 한국의 빽빽함에 답답했다. 지금도 당장 서울 어느 거리를 가도 사람이 너무 많은 것, 지옥철, 평일에도 막히고 주말에도 막히는 도로, 어딜 가도 조용한 곳이 없는, 뭐가 유행하면 우르르 몰렸다가 맛집이라고 우르르 줄서서 기다리고, 불친절한, 내가 알던 인간관계의 무용함과 실망감에 숨이 막힐 것 같다.


국가가 있어야 내가 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애국심이 있는 사람을 존경할 뿐이지 나는 내가 우연히 태어나고 자란 이 나라에 합법적으로 세금을 내며 살아가고 있으며 복지는 조금 덜 받고있을 뿐이다.

해외에 있으면 어차피 말그대로 이방인이라 외로웠지만 한국에 돌아오는 것은 또 싫었다. 아무도 모르는 외국의 이국적인 거리에서 그 누구도 나를 알지 못했으면 하지만 또 누군가는 날 속속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내가 선택할 수 없었던 집단도 있고, 선택권을 가지고 들어간 집단 모두에서 난 이상하게 겉돌며 어느 곳을 가도 '집'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서울에서 혼자 이고지고 이사를 아무리 다녀도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라는 안도감을 받은 적이 없고, 부모님 집은 더더욱 내 물건 한 점이 없는 몇 번 가보지도 않은 집이고, 해외에서 살던 집도 에어비앤비에 장기투숙하는 느낌이었다.


이런 감정은 어떤 벌을 받는 것처럼 어느 순간 순간 나를 짓누르고 작아지게 한다. 타자로 가득한 세상이 공허하기만 한 것 같이 느껴진다. 나라는 사람이 발 붙일 곳 하나 없는 건 여기나 저기나 마찬가지라 마음을 어디에도 붙이지 못하는 것인지.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해도 난 계속 도망치지 않고서는 못 버티는 숙명을 타고나서..

조만간 한국을 다시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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