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에서 2주를 보냈다. 원래 이 여행의 시작은 스리랑카에 대한 흥미 때문이었지만, 기약 없는 백수인데 2주만 놀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몰디브는 스리랑카와 가깝다. 비행기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몰디브로 가는 항공편 중 직항은 아직 없기 때문에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경유하기도 한다. 그리고 인접국인 스리랑카에서 공항 관련 일도 같이 담당한다고 한다. 그래선지 스리랑카에서 몰디브로 갈 때 몰디브 이후의 항공 티켓도 같이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몰디브는 1000개가 넘는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공화국으로, 각 섬엔 고급 리조트가 들어차 있다. 섬 하나에 리조트 하나, 이런 식이어서 천혜의 풍경과 낭만적인 휴양을 즐길 수 있다.
몰디브 공항 밖으로 나가면 바로 선착장이 있다.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나라이기 때문에 이동은 배 아니면 비행기로 해야한다. 그간 동남아의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 유명지들도 여럿 가봤지만 이처럼 맑고 청아한 물 색은 처음이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확실히 부부나 커플, 혹은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았다. 도시 여행에선 동성의 친구나 가족끼리, 혹은 혼자 여행 오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는데 몰디브에선 쉽게 볼 수 있는 조합은 아니다. 일단 신혼여행지로 너무 많이 알려져 있는 데다, 섬에는 식당과 카페도 없이 리조트만 있는 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일이 하루 늘어날 때마다 천정부지로 솟는 비용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나 또한 몰디브에 오는 걸 고민하기도 했다. 스리랑카와 가까운 나라인데 너무 아름답다곤 하지만 초호화 휴양을 할 경제적 여력은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결국 난 배낭을 지고 몰디브에 오기로 했다.
이번 글에서는 조금이나마 경제적으로 몰디브를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만약 섬 안의 리조트에 머문다면 이동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공항 안에 해당 리조트의 부스들이 있고 그곳을 찾아가면 해결된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보트나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면 끝. 자체 운영 교통편의 경우 스피드 보트 이용가격이 보통 편도 150달러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휴양만을 위한 섬이 아니라 현지인들도 꽤 거주하고 있고, 상업 시설도 있다는 마푸시 섬으로 가기로 했다. 현지인들이 일을 하고 거주하는 곳이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1박 10만원 대의 호텔이나 리조트가 몇 곳 있어서 그 중 구미에 맞는 걸 선택하면 된다. 나는 하루에 12만원 정도 하는 카니 계열의 호텔에 묵었다. 섬을 단독으로 차지하는 리조트들이 1박에 30만원부터 수백만원까지 호가하는 것과 비교하면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공항에서 마푸시 섬까지 가려면 두 번 배를 타야 한다. 공항에서 말레 시티까지 한 번, 말레 시티에서 마푸시 섬까지 한 번. 공항에서 말레까지 가는 배는 자주 있지만 마푸시 섬으로 들어가는 배는 하루에 한 번 혹은 두 번 뿐이니 반드시 사전에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말레엔 선착장이 두 곳 있는데 한 곳은 공항에서 온 배가 정박하는 곳, 그리고 마푸시 섬으로 가는 배가 출항하는 곳이다. 도시는 작지만 짐을 가지고 가기에는 가깝지 않은 거리이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하면 좋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선착장->선착장까지의 요금이 우리나라 돈 3천원 정도 했던 것 같다)
말레 시티에서 마푸시 섬까지 걸리는 시간은 총 1시간 반 정도. 공항에서 말레, 말레에서 마푸시까지의 총 배 삯은 30루피야로, 달러로 환산하면 2달러 정도 된다.
도착하니 일몰 시간이 다 된 마푸시 섬. 현지인들이 소소하게 장사도 하고 거주도 하는 곳이다 보니 레스토랑도 몇 군데 있고, 나는 가보지 않았지만 여행자들만 오는 바도 있다고 하고, 기념품 샵과 작은 슈퍼도 있다. 가자마자 샤워를 대강 하고 호텔 앞의 투어리스트 비치로 나갔다. 투어리스트 비치 외에 다른 곳에선 수영복을 입을 수가 없도록 되어있어서 마푸시 섬에서는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수영을 할 수 있다.
마푸시 섬은 휴양섬이 아니라 생활 섬이기 때문에 풍경은 몰디브의 섬 중에서 가장 별로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도 물 색이 워낙 맑고 푸르러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힐링 그 자체다.
하지만 몰디브까지 왔다면, 아무리 돈이 없더라도 TV에서 보는 더 맑고 더 푸른 바다를 보고 즐기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 그런데 그런 바다를 보려면 앞서 말했듯 섬 하나를 다 차지한 리조트에 가야 가능한 일이 아닌가.
물론 그런 리조트의 독채에서 일출부터 일몰까지 즐기면서, 아침부터 저녁, 간식, 술까지 다 제공되는 올인클루브시브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은 환상적일 것이다. 그야말로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 아니냐구.
하지만 보다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바로 마푸시 섬에 있는 대부분의 호텔이나 리조트에서 판매하는 고급 리조트 반일 이용권을 구입하는 것이다. 이건 고급 리조트들에서도 가능한 서비스라고. 가령 5박 6일을 한다 치면 5일 동안 같은 풍경을 보기보다는 다른 섬에도 놀러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호텔이나 리조트마다 책정한 금액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 같고, 예약한 사람이 몇 명이냐에 따라 이동하는 배 삯에도 차이가 있다고 한다. 내가 묵었던 카니 계열 호텔에서는 총 다섯 군데 리조트의 이용권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내가 묵던 때 이용 가능한 리조트는 바두 리조트 뿐이었다. 검색했을 때 바두 리조트 평이 좋아서 가보고 싶었는데 운때가 잘 맞았던 것 같다. 가격은 리조트 이용권 75달러에 배삯 30달러, 총 105달러.
리조트 반일 이용권은 숙박 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리조트 내부 시설만 이용할 수 없을 뿐, 해변은 리조트 숙박객과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침 9시쯤 출발해 일몰 전인 5시 반 경까지 놀 수 있고, 점심 부페 1회와 술과 음료 무제한 이용권이 포함되어 있다.
내가 묵던 호텔에서 바두 리조트 반일 이용을 신청한 사람은 나를 포함해 총 6명. 그 중 2명은 커플이었고 4명은 혼자 여행객들이어서 넷이 모여 술 마시고 수다 떨고 놀았다. 근데 혼자여도 상관없을 듯. 어차피 나중엔 각자 수영하고 책 읽고 사진 찍고 태닝하느라 흩어지게 된다.
그렇게 몰디브에서의 2박 3일. 2박 숙박 + 식사 (도착 당일 저녁, 다음날 저녁 / 둘째날과 셋째날 조식은 호텔 예약에 포함, 둘째날 점심은 리조트 반일 이용권에 포함), 자잘하게 커피값과 교통비, 유심 카드 비용까지 다 하면 대략 40~45만원 정도 쓴 것 같다.
항공권은 각자 여정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금액 계산에서는 제한다. 다만 참고로 스리랑카에서 몰디브 갈 때 항공권은 17만원 정도 (두달 전 예약), 몰디브에서 말레이시아로 가는 비행편도 20만원이 조금 안 됐다.
이 정도면 혼자 여행자여도, (돈을 아껴야 하는) 장기 여행자여도 서남아나 동남아 여행 갈 때 몰디브 한 번 거쳐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