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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탕국 Oct 09. 2022

<명랑한 은둔자>를 아주 조금 읽고도 기분 좋아진 아침


졸업생 신분으로 대출을 할 땐 세 권 밖에 빌리지 못했는데 석사 과정생이 되니 스무 권이나 빌릴 수 있게 됐다. 대여 기간도 기본이 한 달이다. 예약자가 없어 연장까지 활용하면 무려 한 학기 동안이나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하니 이미 척척석사 타이틀을 딴 친구는 말했다. 그게 소설책 읽으라고 그렇게 해주는 건 줄 알아?


그렇다. 나의 대여 목록엔 한 달 전만 해도 내가 볼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책들만 있다. 그러나 개중 한 권에 헛된 기대-취미 책을 이렇게 많이 빌릴 수 있다니!-를 살짝 반영해보았는데 이것도 펴본 것이 2주 만이다. 오늘 아침엔 클래식 FM을 배경으로 냉라떼 한 잔을 홀짝거리며 옮긴이의 말부터 천천히 읽었는데, 고독과 고립에 대한 첫 글부터 좋다. 이건 영어 논문에 허덕이던 내가 이번 주 논문 중 한글 논문이 포함되었다는 걸 알고 내용도 모른 채 단순하게 행복해하던 것과 같은 선상의 행복일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잘 읽힌다.


공부를 시작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내가 생각했던 막연한 것에 대해 누군가가 이미 연구를 해뒀다는 점, 그래서 표현할 말이 생겼다는 점이다. 물론 밑 빠진 독을 건네받은 콩쥐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지만.


어젯밤엔 맑스 팬(이라 내가 명명한) 사회학도 친구에게 맑스에 대한 얘기를 꽤 길게 들은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건 맑스는 생전에 잘 나간 학자는 아니었다는 것. (그래서 사회과학계의 망령으로 남아계신 것인지?) 그걸 듣고 국문학도인 나는 윤동주를 떠올리면서 괜히 헛헛해졌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기말 페이퍼 때문에 선행연구 찾아야 하는 내가 더 헛헛해서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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