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책상을 갖는 건 소망이자 이상이었다. 오래전, 작가들이 작가의 말 말미에 적은 ‘20xx년 스위스 시골 마을에서’와 같은 말을 동경하던 것처럼, 큰 책상은 실현되지 않을 무엇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크기가 큰 책상이라면 이전에 쓰던 책상도 충분히 컸으나 모양과 재질, 주변의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그것은 ‘나의 큰 책상’이 아니었다.
사실 큰 책상을 가지면 그 위에서 뭘 하고 싶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소설 쓰던 시절엔 ‘숨이 끊어지는 순간 글을 쓰고 있었으면 한다’는 어느 작가의 말을 멋지다 생각하며(지금은 과로사라고 생각한다) 큰 책상 위에서 소설이 쓰고 싶었을 테고, 그림을 취미로 깨작대면서는 색연필과 물감을 진열하듯 촤르륵 펼쳐놓고 싶다는 생각도 했을 거다. 한 가지 명확한 건 큰 책상 위에서 논문을 읽거나 쓰는 것은 상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쓰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아, 지금 이건 저기가 아니라 소파 위에서 휴대폰으로 쓴다. 큰 책상을 갖게 된 지금은 큰 책상에서 로망이 아닌 현실이 펼쳐지는 순간을 주로 마주하고, 그건 때로 큰 책상을 등지게 만들고 싶기도 하기 때문. 그래도 무엇이든 쓰러 다시 저기 앉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