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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알 Apr 18. 2020

총선유감-3

21대 국회는 여지 없이 식물국회? 

(이어서)

6.     21대 국회는 식물국회


국회법 상 2, 4, 6, 8월 짝수달에 임시국회를 열도록 의사일정을 합의하게 돼 있다. 이 임시국회가 지연되거나, 본회의 자체가 열리지 않는 경우를 ‘국회 파행’이라고 한다. 국회사무처에서 그렇게 본다. 16대부터 19대 국회까지 이 국회파행 횟수가 계속 많아졌다. 16대 국회 5회, 17대 국회 4회, 18대 국회 7회, 19대 국회 10회. 역대 최고의 식물국회라는 20대 국회이니 못해 10회는 넘었을 것이다. 20대 국회에서 임시회가 열리지 못했던 이유는 야당이 의사일정을 합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사일정 비합의는 사실상 야당이 쓸 수 있는 유일한 정치적 카드였다. 그래서 그에 더 매달리게 된 것이다.


총선 이후 국회가 출범할 때 관례상 법제사법위윈회의 장은 제 1 야당에게 주어진다. 따라서 여당이 상임위에서 다수결 표결로 어떻게든 법안을 올려도 야당을 설득하지 않으면 법사위 단계에서 다 막히게 돼 있다. 이를 우회하는 것이 패스트트랙이다. 5분의 3이상의 동의가 있다면 법사위를 뚫고 바로 본회의에서 법안 표결을 부칠 수 있는 것이다. 여야 4당이 공수처/검경/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렸을 때 이는 곧 야당의 게이트키핑이 무력화됨을 의미했고, 이 때문에 다른 방법이 없었던 야당은 임시회 자체를 막는 식으로 대응했다.


패스트트랙의 관건인 5분의 3, 180석을 넘는지 여부가 이번 총선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여당은 단독으로 180석을 이뤄냈고, 이는 곧 정의당이나 민생당, 국민의당 등 인접 야당을 설득할 필요 없이 원하는 법안을 바로바로 본회의 표결에 부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래통합당은 더욱 더 국회파행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협상력을 잃게 된 야당은 다시 식물국회와 동물국회를 반복할 것이며, 이는 우리가 야당을 외면하게 됐던 그 광경을 또 다시 목격해야 한다는 뜻이다. 비호감의 악순환에 빠지게 될 텐데 제도적으로 이를 극복할 방법이 21대 국회 중간에 있을 대선뿐이다.


여당이 다른 당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아도 국정을 진행할 수 있다는 말은 무섭게 들린다. 민주당 역시 비합리성이 이미 차고 넘치지 않나? 이를 견제할 세력이 없다는 건 민주주의에서 상당한 문제다. 이미 민주당은 지난 국회에서 견제가 어려운 구조로 여러 권력장치들을 삽입하지 않았나? 또한 지난 국회와 다르게 군소정당들은 이제 거대 정당에 영향을 미칠 방법을 상실하게 됐다. 위성정당이 본 정당을 배반하지 않는 이상, 혹은 내부 계파분쟁이 발생하지 않는 민주당은 평탄이 원하는 바를 다 이룰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5년 내내 원하는 바를 다 이루고 임기를 마치게 될 것이다. 민주화 이후 최초로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다 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권력에 대한 견제를 오직 민주당에게 맡겨야 하는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한 예로, 위성정당으로 이렇게 이득을 본 민주당이 다음 국회에서 위성정당을 없애는 법을 통과시킬 것인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게 된 게 아닌가? 여러모로 21대 국회는 그다지 생산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생산적이라면 '민주당의 입장에서만' 생산적일 것이다. 


민주당이 수적 힘을 발휘해 중대한 법안을 통과시킬텐데, 토지공개념, 동일노동 동일임금, 부동산 정책 등이 핵심이 될 것이다. 시장, 종교, 언론 등 사회는 민주당이라는 단일 정당 중심으로 개편될 것이다. 이 같은 급격한 변화가 이에 공산주의 딱지를 붙이며 입에 게거품을 물고 졸도할 세력을 다시 불러 모으게 될까? 이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 3분의 1에 해당할 것이다. 또 다른 3분의 1로서 중도층은 이에 어떻게 반응할까? 민주당은 상대가 ‘좀비’라서 손쉽게 승리했다. 유권자들은 결국 계급적, 사회적, 젠더적 면에서 자신의 지위를 강화하는 정책을 취하는 쪽으로 갈 것이다. 22대 총선을 준비하며, 각 정당들이 이번엔 이들을 제대로 유혹할 수 있을까? 다음 총선에서는 제대로 된 정당끼리의 제대로 된 결투를 볼 수 있을까? 30년 간 주류의 위치를 누려온 보수는 너무 오만했다. 이제 세대, 이념 등 모든 측면에서 누가 대한민국의 진짜 주류일까? 보수가 얼른 스스로를 재창조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보여줬으면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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