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국영
눈길을 확 끄는 재치 있는 제목만큼이나, 책의 한 문장 한 문장이 통통 튀고 너무 재미있다.
읽는 내내 재미있는 사람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책을 읽으면서 피식거렸다.
유쾌하게 후루룩 읽히는 문장들 속에 작가 본인이 스스로를 얼마나 아끼고 잘 대해주려고 노력하는지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일이 없어도, 돈이 없어도 스스로를 놀아주는 방법을 알고, 지금 나에게 딱 맞는 음식을 스스로에게 기꺼이 대접하면서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다정한 사람이다. 남들에게도 얼마나 다정한지, 본인의 행복을 위해서 주위 사람들이 모두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런 마음을 '지독한 내 이기심'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참 사랑스럽다.
나도 친구들이 신나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순간에 ' 아 지금 저 친구 참 반짝인다. 좋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작가는 그것을 " 마음의 땅에 심어놓은 좋아하는 것들의 정원"이라고 표현했다. 정원이 가득 차있는 친구들은 진짜 항상 반짝반짝 빛이 난다.
자기 자신을, 그리고 주위 사람들을 다정하면서도 유쾌하게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과 에피소드들이 참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아니 뭐라도 해야지. 직업이 없다고, 당장 돈 좀 못 번다고 모든 생활을 포기해 버리면 그럼 나란 존재는 노동자일 때만 가치가 있단 뜻이야? 그러면 안 되는 거지. 훌륭한 사람들이 그랬잖아. 인간은 존엄하다고. ‘수입이 있는 노동자는 존엄하다’가 아니라 인간은 존엄하다잖아. (42p)
나는 원하는 직업을 뚝딱 가지는 능력은 없어도, 허허벌판에서도 놀 수 있는 재능을 가졌다. 나는 세상 누구보다 나를 구박하고 괴롭히지만 제일 열심히 달래주고 놀아준다.(44p)
아무래도 글자인 것이 문제였다. 글자는 늘 거기에 있으니까. 영화처럼 흘러가거나 라디오처럼 지나가버리지 않으니까. 늘 종이 속 같은 자리에 다소곳이 앉아 아무 데도 가지 않는 글자를, 난 영원히 기다리도록 내팽개치곤 했다. (57p)
그러니 나는 그저, 오롯한 주체로서 내 시간을 살아가며 그때그때 만나는 인연들과 당시 상황에 가장 걸맞은 관계를 선택해 갈 뿐이다. 수단으로서의 결혼도, 그 자체가 목적인 결혼도 내게는 좀처럼 설득력이 없었다. 그러고 보면, 내가 제일 로맨티시스트 같다. 혼자서도 온전히 살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고 싶어야 가치 있는 결합이라고 믿는, 수단이 아닌 결과로서의 결혼만을 인정하는. (100p)
일하는 도중이나 마친 후, 그 순간 내가 딱 먹고 싶은 음식을, 딱 먹고 싶은 맛으로, 딱 먹고 싶은 만큼 만들어 먹는 것은 무척이나 명확하고 직접적인 쾌락이다. 나는 이 쾌락을 포기할 이유를 찾을 수 없어 매일 나에게 밥을 차려준다. 원할 때 재워주는 것과 함께 스스로에게 다정해지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믿는다. 가끔 느슨한 옷차림으로 내가 좋아하는 영상을 틀어놓고 오직 내 입맛에 맞춘 음식을 천천히 씹어먹다가 ‘아, 나는 이러려고 재택근무 프리랜서가 됐어. 잘했네, 정말’이라며 스스로를 대견해한다. (169-170p)
살면 살수록 좋아하는 대상을 샅샅이 찾아내 꼼꼼히 즐길 줄 아는 것도 재능이라는 확신이 생긴다. 그것도 삶의 만족감에 직결되는 고귀한 재능. 그래서 나는 이 재능을 발굴하고 키우는 일에 무척 관심이 많다. 무디지 않은 감도, 폭넓은 관심, 적당한 정보력과 능동적 태도가 있어야 새롭게 좋은 것을 찾아내 생생하게 좋아할 수 있고, 무엇보다 세상을 향한 긍정적인 시선을 유지해야 보물을 발견할 수 있으니 좋아하는 마음은 어쩌면 건강함과도 이어지는 것 같다. (204p)
아무래도 속담을 만든 사람은 그 사촌과 충분히 친하지 않았거나, 나만큼 계산적이지가 않았던 모양이다. 주변에 웃는 사람이 많으면 반드시 나도 웃을 일이 많아지는데. 성미가 착하지 못한 나는 이렇듯 지독한 이기심으로 내 주변의 행복을 기원한다. (217p)
주변인들이 마음의 땅에 심어놓은 좋아하는 것들의 정원에 대해 말할 때면 나는 안도한다. …. 책이든, 영화든, 춤이든, 게임이든, 동물이든, 신발이든, 사람이든,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는 건 현실에 치이고 쫓기다가도 그 대상과 관련된 것을 보면 반사적, 즉각적으로 기분이 나아지는 무기를 지녔다는 뜻이다. 그런 사람들은 짧은 시간에 에너지를 채워줄 급속 충전 보조 배터리를 추가적으로 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덕분에 쉽게 꺼지지 않고, 오랫동안 쌩쌩하여 상대적으로 강해진다. (218p)
자신 없는 일들이 있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 없는 일도 하며 사는 것이 어른이잖아. 적어도 난 자신감 없는 나를 인정하고 어찌어찌 살아나갈 자신감은 있으니 최악은 아닐 거야. 그렇게 믿자. … “야, 다 괜찮을 거야. 내가 아는 너는 울면서도 뚜벅뚜벅 걷는 사람이야.” (28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