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의 날에 바란다
오늘은 체육의 날, ' 걷기, 하루 두 시간 이상', 이렇게 자신 있게 큰소리치고 싶습니다만 지금은' 하고 싶어요'를 붙여야 합니다. 하루 두 시간 이상 걷기가 목표입니다. 욕심이 과한 것 같다고요?, 그렇긴 합니다. 요즘은 30분 걷기도 힘들거든요, 물론 한번 걷기 시작하면 한 시간 이상, 거의 두 시간 가까이 걷기는 합니다, 문제는 운동화 끈 매기가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한번 운동화 끈 매는 데 일주일쯤 걸리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운동 부족이지요. '이래서는 안된다, 걸어야 한다' 생각만 매일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리적 압력이 들어가야 억지로라도 걷기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한번 걷기에 재미가 들리면 누구보다 열심이긴 합니다. 헬스클럽에서 잘 걷는 사람으로 소문난 적이 있고 석촌호수에서 걷기를 하다가 젊은이들 동호회에서 박수갈채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이만하면 큰소리가 아니라 '정말 걷기에 열심이었구나' 인정할 수 있겠지요?. 걷기에 열심일 때는 정말 좋았습니다. 하루라도 걷기를 안 하면 입에 가시가 돋는 듯했습니다. 무슨 일보다 걷기가 우선이었는데 한번 소홀해지기 시작하니 이건 운동화 끈 매기가 이리 힘들어집니다. 한번 매면 한두 시간 이상 거뜬히 걸으니 언젠가는 다시 걷기가 생활화될 수 있을 거라고 자신을 다독이고는 있습니다. 조금 집착이 심한 것 같지요, 은퇴 후 생긴 집착입니다.
사회생활을 할 때는 출퇴근을 하니 당연히 생활 속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신체활동이 어느 정도는 이루어지는 거지요. 억지로 운동화 끈을 맬 필요도 없었습니다 출 퇴근길에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었으니까요, 은퇴 후가 문제입니다. 따로 할 일이 정해지지 않으면 하루 종일 칩거하게 됩니다. 직장에서처럼 많이 움직일 일도 없습니다 좁은 집에서 화장실 갔다 오는 정도가 움직임의 전부일 수도 있습니다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던가' 움직이는 것보다는 안 움직이고 뒹굴뒹굴하는 게 쉽더라고요, 내게 게으름의 유전자가 있나 봅니다, 하루 종일 리모컨 사수하며 뒹굴어도 지루하지 않은 겁니다, 휴대폰을 보며 길 낄 거리거나 친구와 수다를 떨고 노트북 앞에 앉아 두어 자 끄적이다 보면 어느새 하루해가 지고 맙니다. 은퇴 후의 여유 자작한 삶이라고 눙쳐 보려 하지만 명백한 게으름이겠지요, 결과가 나타납니다. 비만과 성인병. 건강한 유전자를 타고 태어났다고, 부모님 두 분이 모두 90세 후반까지 사셨다고 큰소리쳐 보아도 눈에 보이는 증상들을 무시할 수는 없는 거지요, 역류성 식도염, 척추관 협착증 증세 가 나타나더라니까요, 혈압도 높지 않고 당 수치도 안정되었고 관절염도 없으니 각종 성인병에서 안전하다고 자부하고 있었거든요, 건강에 소홀한 대가는 정확하게 돌아오더라고요 ''운동해야겠다, 그동안 늘어난 체중을 봐서라도 하루 두 시간은 걸어야 해" 염불 외 듯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운동화 끈매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억지로 하는 건 누구나 싫은 법이거든요, 재미있게 하는 게 아니라 억지로 끌려가는 것 같습니다. 혼자 걷기를 할 때는 그 시간이 제일 좋았거든요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요? 지금 이렇게 어렵기만 한 운동화 끈매기가 그때는 가장 즐거운 일이었으니까요,
운동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나를 힘들게 하나 봅니다. 운동하는 즐거움을 잊을 만큼 강하게 작용하고 있나 봅니다. 다시 운동하는 즐거움을 찾아야 하는 데 말입니다. 내년 체육의 날에는' 운동화 끈 매기가 제일 쉬웠어요' 이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추워지면 더 밖으로 나가기가 힘들어질 텐데 말이지요. 과연 '하루 두 시간 이상 걷기를 하고 싶어요'가 아니라 하루 두 시간 걷기를 했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이 다시 올 수 있을까요. 출퇴근을 하듯 밖으로 나갈 일이 생기면 조금 쉬울 듯은 합니다
.독거노인 문제가 이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은 늙고 한동안은 혼자 살아야하는기간이 생길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학교라는 울타리가 있듯 늙어가는 사람들에게도 변화하는세상에 적응할 수 있는 터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택시 타기도, 음식 주문하기도 힘든 노인으로 방치하지 말고 의무교육 하듯 늙은이들에게 새로운 문화에 적응할 기회를 제공한다면 칩거하는 노인들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적당한 운동으로 건강한 몸을 유지하며 남은 인생을 즐겁게 사는 노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우리는 모두 한번은 늙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나이들어 행복한 모습을 그릴 수 있다면 '이생망'이라는 이상한 신조어는 만들지 않을 것도 같습니다. 뒷방 늙은이가 아니라 노인이 기꺼이 밖으로 나오는 세상, 운동화 끈 매기가 쉬워지는 세상, 체육의 날에 소망해 봅니다.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