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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선열 Oct 25. 2024

어제는 고칠 수 없고 내일은 알 수 없다

오늘은 처음

 쏘아 놓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 마음은 아직 17세건만 어느새 종심에  이르러 세월의 무상함이 새삼스럽다. 숨 가쁘게 살아왔건만 무심한 세월만 흘러버리고 서 있는 건 늘 제자리, 오늘이다. 보다 나은 삶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열심히 살았건만,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다람쥐 쳇바퀴 돌듯 그 자리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듯하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수도 있다. 열심히 살기 위해 앞뒤 좌우 살필 겨를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저 뛰어야 하는 줄 알았다 빨리  뛰어야 남보다 앞서는 줄 알았다. 왜 앞서야 하는지 앞에 서서 무얼 해야 할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달리다 보면 무엇이든 되어 있을 줄 알았다


그렇기는 하다. 65세가 되어 어르신 카드를 받았다. 국가 공인 노인이 된 것이다.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노인이라 한다."노인 10계명""노인이 하지 말아야 할 것", 수많은 말들이 떠돌고 있다.대부분 삶을 정리하고 조용히 뒤로 물러서 있으라 한다. 젊은 시절 꿈꾸던 노인의 모습이기는 하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온화한 미소를 띠고 흔들의자에 앉아 쉬는 것',

노인에게도 똑같이 하루 24시간이 쥐어지건만 할 수 있는 일은 10분, 길게 잡아도 30분이면 족한 흔들의자이다. 젊은 시절에는 해야 하는 것도 많고 하라는 것도 많더니만 하루아침에 무장해제된 포로처럼 무얼 해야할지 오리무중이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했다. 65세였다, 나쁘지만은 않다.해야 하는 일을 놓고 나니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젊은 시절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정도는 아니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는 문제는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따라다니는 인간의 숙명이며  나이 듦은 한 과정이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인정하고 나니 내려놓을 수 있었고 찾을 수 있었다. 의무와 책임에서 놓여났으니 상실감보다는 여유를 찾는 계기가 된 것이다.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걸 내려놓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다른 세상이 시작되는 것 같은 낯 설움이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힘들었지만 벗어나고 나면 홀가분해진다. 이제껏 나는 없어지고 새로운 나, 노인이다


어느새 종심, 마음이 가는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나이이다. 하고 싶은 걸 하면 된다. 미래가 아니라 현재가 보인다. 오늘, 나이 70에도 오늘은 처음이다. 내일은 알 수 없고 어제는 고칠 수 없다지 않은가? 오늘만이 내 앞에 주어진 과제이다. 주어진 오늘에 충실해야 한다.아이도, 어른도, 노인도, 자기 앞의 삶에 충실할 수 있을 뿐이다. 

시작이 반이라 하지 않는가? 처음인 오늘, 시작되었으니 반쯤 온 것이다.세월이 그냥 지나간 것만은 아니란 말이다. 세월이 오늘 앞에 우리를 내려놓았으니 반쯤은 와 있다. 나머지 반이 내 몫, 처음이라는 낯 설움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오늘을 살아 내야 한다. 오늘 나의 삶은 뒤따라 오는 젊은이들의 오늘에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 . 처음인 오늘, 첫 발자국이 중요하다.  길이 될 수도 있고 길이 되지 못하면 길이 되지 못하는 방법 하나가 생긴다. 누구에게나 처음인 오늘이 중요한 이유이다.  내게는 처음 늙어 가는 시간들을 기록할 수 있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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