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에 있었던 KBO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키움 히어로즈가 LG 트윈스를 1:4로 제압하여 정규리그 3위 팀이 2위 팀을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업셋이 일어났습니다. 2019년부터 4년째입니다. 정규시즌 역대급 2위로 불렸던 강한 전력의 LG였으나 키움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다 깨부수고 한국시리즈에 제 발로 진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동점홈런 후 포효하는 임지열
키움 히어로즈는 준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가는 혈전 끝에 맞이한 플레이오프라서 체력과 집중력 저하 우려가 있었으나 이를 감독의 용병술과 특유의 타격에 힘입어 집중력을 회복하여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하였습니다. 특히 타자들 중에서 정규시즌 1할대의 타율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2차전 데일리 MVP까지 차지했던 이용규의 활약, 정규시즌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이정후, 후반기 타격감을 잃지 않은 푸이그 등의 활약이 인상 깊었습니다. 3차전 임지열의 초구 동점 투런 빼놓으면 섭섭하겠죠.
플레이오프 최고의 명장면
투수진의 경우 정규시즌 그다지 뛰어난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애플러의 호투가 빛났으며, 안우진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당한 물집 부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6이닝 2실점으로 제 몫을 해냈습니다. 불펜에서는 최원태가 가을에 약하고 LG에 약하던 징크스를 깨고 좋은 투구를 보여주었습니다. 김동혁, 김재웅 등이 분전해주었습니다. 특히 3차전에서 보여준 김재웅의 번트 다이빙 캐치 이후 2루 송구로 병살을 만들어내는 건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애플러 3일 휴식, 최원태 불펜 기용, 3차전의 김재웅 6아웃 세이브 등 좀 과감한 투수 운용이었지만 모두 맞아떨어지면서 홍원기 감독의 용병술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단 지나친 양현 사랑은 키움 팬들에게도 비판받는 요소이긴 합니다.
LG 트윈스에게는 악몽과도 같았습니다. 2022년은 LG에게 있어 2002년 이후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한 최상의 조건이 갖춰진 해였기 때문이죠. 정규시즌 2위를 일찌감치 확정 지어 팀을 추스를 여유가 충분했고, 상대 키움이 피타고리안 승률이 5위에 불과한, 운이 따른 정규시즌을 보낸 팀인 데다 준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르고 오느라 체력상으로도 지쳐 있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이 높았습니다. 게다가 주전 대다수가 요 근래 몇 년간 LG가 가을야구를 가면서 가을야구 경험도 충분했고요. 하지만 이렇게 유리한 조건에서 LG는 PO 1차전 승리 시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19.4%에 기가 막히게 들어가 버렸음은 물론 켈리 등판 시 전승 공식과 LG의 5전 3선승제 시리즈 1차전 승리시 시리즈 승리 공식도 이번 시리즈로 깨졌습니다. 심지어 켈리는 1차전 95구 투구 후 3일만 휴식하고 나와 5이닝 2실점으로 제 몫을 해 줬는데도 말이죠.
정규시즌부터 이닝 자체는 적어도 등판 빈도가 높았던 주요 불펜들이 무너져 내린 것은 패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해수, 김대유, 이정용, 정우영 등 정규시즌 적지 않은 등판 횟수를 소화한 필승조들 중 고우석을 제외한 대부분이 시리즈 초반부터 너무 자주 등판했고 결국 불펜진은 피로를 버티지 못하며 3차전부터 차례로 무너졌습니다. 이걸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은 아마 이정용의 3차전 2구 2피홈런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실책으로 인해 이닝이 종료되지 않고 계속 이어지다 실점한 경우도 많긴 하지만 3, 4차전에서 나온 그 실책들이 투수 실책이라는 점에서 투수진에게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많은 부담이 실렸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갑니다.
감독의 경기 운영에서도 문제점이 많이 드러났습니다. 리그 최상위권의 타선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번트를 사랑하다가 날려먹은 게 한두 번이 아니죠. 심지어 그중 하나는 결과가 병살이었고요. 투수 교체 또한 성공적이었던 적이 없고요. 플럿코 6실점 또한 너무 기다렸다는 평가가 많고 아직도 3차전의 김윤식 교체는 다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광용의 옐로우카드는 플레이오프 1차전이 끝나고 진행한 녹화에서 한국시리즈 예측 방송을 했습니다. 하지만 키움 이야기를 대놓고 하지 않고 사실상 LG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고 선언하다시피 한 상태로 녹화를 진행했고 이 녹화분이 4차전이 시작하기도 전에 올라왔습니다. 그때부터 논란이 있었고 결국 한국시리즈에는 키움이 올라가면서 댓글창은 폭발했죠. 진행자인 이광용 아나운서가 직접 댓글로 사과문을 올렸지만 여론이 죽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플레이오프는 정규리그에서 보여준 전력차가 얼마인지, 승차가 얼마인지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감독의 용병술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해 준 시리즈였던 것 같습니다. 키움은 선수들의 집중력과 감독의 용병술로 승리했고 LG는 감독의 용병술로 패배했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전력 차이만으로 승패가 결정된다면 그것이 스포츠일까요. 이런 게 있어야 정말 재미있는 스포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11월 1일 오후 6시 30분부터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의 한국시리즈가 시작됩니다.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준플레이오프부터 9경기를 다 치르고 올라온 키움 히어로즈냐, 한국시리즈에 직행하여 팀명 변경 이후 첫 우승 및 통합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도전하는 SSG 랜더스냐. 여러분 모두 지켜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