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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퍼큐버 Mar 10. 2023

2023 WBC 1차전 호주전 총평

홈런, 홈런, 홈런...

피홈런에 무너졌던 호주전이었습니다. 8회 끝까지 따라갔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무조건 이겨야 했던 경기지만 이 경기에서의 패배로 8강 진출 가능성은 매우 크게 떨어졌습니다. 호주가 중국이나 체코에 모두 져 주기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호주에게 2배 이상의 볼넷을 얻어냈지만 다득점을 할 수 있는 타점을 만드는 안타는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박병호의 2루타로 2루 주자를 불러들이며 득점에 성공했지만, 강백호의 2루타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죠.


투수진은 피홈런을 신나게 허용하며 무너졌습니다. 예상대로 고영표가 선발등판 했지만 4.1이닝 2실점으로 그렇게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평균자책점을 계산해 보면 4.39니까 그렇게까지 못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퀄리티 스타트 최소 기준이 6이닝 3실점, 평균자책점 4.5니까 말이죠. 그리고 6회까지는 추가 실점이 없었습니다. 그다음이 문제였죠. 7회 올라온 소형준이 장작을 쌓았고 김원중이 피홈런으로 3점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고 8회에는 양현종이 혼자 주자 쌓고 홈런까지 맞으며 고영표가 맞았던 솔로홈런 포함 홈런으로 내 준 실점이 무려 7점이었습니다. 감독의 투수운용 문제인지 단순히 선수들의 제구난조로 인해 공이 중앙으로 몰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우리가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데에는 큰 걸림돌이 되겠죠. 욕은 강백호가 가장 많이 먹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투수진입니다. 투수진이 이렇게 피홈런을 많이 허용한다면 절대 경기를 이길 수 없습니다. 호주전에 올인하는 거 아니었나요. 호주전을 이겨야 다음 라운드 진출할 수 있는 거 아니었나요. 괜히 투구 수 제한에 맞추겠다고, 일본전 대비한다고 투수 아끼다가 이런 끔찍한 결과가 나온 건 아닌지 물어보고 싶은 대목입니다.


타선 또한 4회까지 퍼펙트로 막히는 등 답답한 모습이 이어졌습니다. 8회 제구난조를 틈타 역전을 노려볼 법도 했으나 결국 역전을 하지 못했죠. 메이저리거 에드먼과 김하성과 KBO MVP 이정후 모두 단타 하나와 볼넷 하나가 전부였을 뿐 뭔가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예상 밖 부진은 점수를 내는데 어려움을 주었습니다. 국대만 가면 날아다니던 김현수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하기 어렵고 최정이나 나성범은 이 경기에서도 삼진을 남발하며 내수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다양한 의문점과 이해 불가한 플레이가 이어졌습니다. 펜스 상단을 때리는 2루타를 직전 타석에서 기록했던 박병호를 대주자로 교체하거나 멀티히트를 기록했던 양의지를 대타로 교체하면서도 영 타격감이 좋지 않았던 나성범은 그대로 두는, TV로 경기를 시청하는 입장에서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수를 자주 두었습니다. 투수 또한 오릭스와 연습경기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던 소형준을 굳이 등판시키는 데다 승부처에서 양현종 등판 등 투수운용에서도 다소 의아한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투수 운용은 세 타자 의무 상대 룰 때문에 부진해도 끌고 가다가 실점을 허용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올리지 말았어야 하는 선수를 올렸다가 홈런을 허용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졌다.

플레이에서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 두 번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모두가 분노했던 세리머니 주루사. 왜 하필 이런 일이 강백호에게 일어나는 걸까요. 2루타를 치고도 세리머니 도중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진 틈에 태그아웃을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온 국민을 실망시켰습니다. 다른 선수들에 대한 비판은 없이 강백호 혼자 집중포화를 받는다는 비판도 있고 실제로 경기 전체 내용을 생각하면 그다지 틀린 말도 아니지만 도쿄 올림픽에서 껌을 씹었다고 비난을 받았던 그때와는 달리 이건 프로의 경기에서 다시는 나와서는 안 될 역대급 본헤드플레이라 비난을 아예 안 받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비난의 결이 약간 다르다고 봐야겠죠. 나머지 선수들은 야구를 못해서 욕을 먹은 거라면 강백호는 '어떻게 저따위 정신상태로 프로선수를 할 수가 있냐'는 비난인 겁니다. 이다음 바로 양의지의 안타가 나왔기에 더욱 아쉬운 상황이었고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지는 걸 놓치지 않은 호주 수비진의 집중력도 돋보였습니다. 프로의 경기에서 다시는 나와서는 안 될 역대급 본헤드플레이였습니다.


두 번째는 8회 말 호주 투수진의 볼질로 차근차근 득점을 올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호주 포수가 홈을 비우고 투수는 홈 커버를 들어와야 하는 상황에서 투수가 멀뚱멀뚱 서 있는 동안 홈이 비어있는 절호의 득점 찬스가 왔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3루 주루코치는 2루 주자 박해민의 추가진루를 막았습니다. 박해민 또한 홈에서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죠. 2루에서의 상황이 중요하지 않음에도 주루코치와 박해민 모두 2루 상황을 파악하느라 추가진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습니다. 뒤늦게라도 이정후가 들어오라며 손짓하지만 타이밍은 늦었고 결국 추가점의 기회를 날려버렸고 이는 8-7을 8-8로 만들 수 있는 어마어마한 기회였다는 점에서 더욱더 아쉬운 결과입니다. 


저는 경기 시작 전부터 충분히 질 수 있는 경기라고 생각은 했습니다. 최소한 당연히 이기는 경기라고 여기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기의 내용은 호주가 잘해서 진 느낌이 아니라 우리가 호주보다 더 못해서 진 느낌이었죠. 그나마 좋은 점을 뽑아보자면 원태인의 1.1이닝 무실점과 이용찬의 1.2이닝 무실점 피칭, 그리고 내수용이라고 비난받던 양의지의 홈런과 박병호의 1타점 2루타 정도가 있겠네요. 양의지의 3점 홈런은 역전을 불렀고 박병호의 2루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날 수 있었죠. 정철원도 무실점이긴 합니다만 견제로 잡아낸 0.1이닝이고 안타 출루도 허용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잘 던졌다 아니다를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봅니다.


참 이상합니다. 분명 여론은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인성이 안 좋은 선수는 뽑으면 안 된다였는데 지금 여론을 보면 살인범도 실력이 있으면 뽑아가라고 난리를 칠 것 같네요. 생각이라는 걸 하고 이야기하는 건지 잘 모르겠고요. 덤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선수는 아예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듯한 모습까지. 뭐 다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어설프게 아는 사람들이 훨씬 목소리가 큰 법이고 뭐 하나 사건만 있으면 이리저리 자기가 과거에 무슨 말을 했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손바닥 뒤집듯 입장뒤집는 법이죠. 저도 엄청 잘 아는 건 아닙니다만 댓글로 의견을 표현하는 사람들 중에는 저보다도 모르는 사람들이 수두룩 빽빽하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이 경기 하나로 호주가 대한민국보다 훨씬 야구를 잘하는 국가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같은 멤버로 몇십 경기씩 치르다 보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죠. 하지만 약팀도 승률이 3할이 되고 강팀도 질 확률이 3할이 되는 스포츠가 야구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인지하고 있었다면 이 정도의 플레이를 보였을까요? 너무 당연하게 이길 거라고 생각했던 건 아닌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던 건 아닌지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오늘 오후 7시에 한일전이 열립니다. 하지만 정말 극적인 확률로 한일전을 이긴다고 해도 자력 8강 진출을 확정할 수 없는 뒤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 몰렸습니다. 김광현, 양현종을 불펜으로 쓸 계획이라는 말을 뒤집고 김광현을 한일전 선발투수로 확정한 이강철호. 과연 한일전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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