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타자들 몸 풀렸나?
8회 들어서야 타자들 몸이 풀렸던 홍콩전입니다. 분명 10:0 콜드승인데 뭔가 찝찝합니다.
7회까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타선은 출루 자체는 꽤 했지만 점수는 잘 내지 못했습니다. 첫 경기, 약팀과의 대결이라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처음 보는 구속에 당황한 것일까요. 홍콩의 투수들이 던지는 100km/h대의 직구에 타자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느릴 거면 아예 느려야 한다는 것이겠죠.
주루도 문제였습니다. 논란의 3회 말 판정도 그렇고 5회에 나온 문보경 견제사 등 뭔가 주루에서 잘 풀리지 않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한 베이스 더 얻어내는 주루플레이도 많이 나왔지만 주자로 나온 상태에서는 보여줘서는 안 될 모습들이 조금씩 보였습니다.
투수진은 괜찮은 느낌입니다. 원태인의 4이닝 8K를 포함 8이닝 동안 15K를 합작했고 피안타 2개, 볼넷 하나만을 내줬습니다. 이 정도면 투수진은 할 만큼 한 느낌입니다. 타자들 몸이 늦게 풀려서 투수를 몇 명 더 쓴 느낌은 있습니다만 투수들은 나올 때마다 1이닝씩을 무실점으로 막아줬습니다.
논란이 될 장면이 많습니다. 전체적으로 운영 미숙이 너무 많이 드러났습니다. 문제의 3회 말을 보죠.
무사 1,2루. 1루에 노시환 2루에 최지훈. 타자 강백호가 친 공은 우익수 호수비에 우익수 뜬공으로 둔갑했습니다. 그다음이 문제였죠. 저는 중계화면을 통해 제대로 보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이후 중계진이나 언론의 설명으로 보면 1루 주자는 2루 주자를 추월했고 2루 주자의 베이스태그는 늦었습니다.(최소한 저는 그렇게 봤습니다.) 정상적이라면 1루 주자는 주자 추월로 아웃, 2루 주자는 베이스 태그를 늦게 해서 아웃, 타자 플라이아웃 트리플플레이입니다. 처음에는 심판이 그렇게 판정을 했습니다. 주자들의 단단히 잘못된 본헤드플레이입니다. 하지만 비디오판독도 없겠다 뭐라도 해 보는 게 당연하겠죠? 한국 코칭스태프는 2루에 주자가 살아있다며 항의를 했고 어이없게도 그게 받아들여졌습니다. 태그업은 헷갈릴 수도 있을 테니 그렇다고 치자고요.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트리플플레이가 오심으로 날아가게 생긴 홍콩 코칭스태프도 당연히 항의를 했고 그 상황에서 심판은 다시 한번 판정을 바꿔 1루에 주자 '최지훈'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경기를 진행하려 했습니다. 이거야말로 능력 부족이고 이런 판정을 할 거면 심판을 하면 안 되는 거죠. 2루 주자가 갑자기 1루를 왜 가요. 이걸 1루 주자 노시환으로 정정하는데 등번호까지 확인을 했고 결과적으로 2사 1루 주자 노시환인 상태로 경기를 재개하는데 20여분이 걸렸습니다. 심판들의 상태가 영 말이 아닙니다.
거기에 자막에 표시되는 구속의 문제가 매우 컸죠. 어디를 잡아주는 건지 모르겠는데 구속 자체가 적어도 5km/h는 느리게 표시되는 듯했고 견제나 포수의 송구에도 구속을 다 표시해 주더니 1km/h라거나 194km/h라는 말도 안 되는 극단적인 속력이 계속 표시되었습니다. 주최 측의 역량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트라이크 존도 오락가락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변화구가 너무 느려서 스트라이크 존 위로 넘어간 건가 싶을 정도로 스트라이트가 나올 공에 스트라이크가 선언되지 않거나 뜬금없이 볼에 스트라이크가 선언되는 느낌이 드는 공도 많았습니다.
저는 여기서 강백호 이야기를 해 보고 싶습니다. 마지막 타석 볼넷 전까지 4타수 무안타 3삼진. 삼진 당하지 않은 타석은 위에서 설명한 플라이아웃이고요. 왜 삼진을 3개나 먹은 걸까 생각했을 때 단순히 공이 너무 느려서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른 선수들보다 강백호 선수에게는 부담감이 훨씬 컸을 겁니다.
도쿄 올림픽부터 시작된 언론의 강백호 죽이기를 야구팬들은 다 알고 계실 겁니다. 그리고 WBC를 거쳐 강백호는 이제 뭐 하나 사소한 것만 잘못해도 언론의 표적이 되어 집중사격의 대상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죠. 멘탈도 많이 무너졌을 거고 한국에서 성적도 예전만 못한 상황. 이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내가 큰 거 하나를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요? 그 때문에 가만히 놔두면 볼넷일 공에 방망이가 크게 헛돌았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물론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하는 스트존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심리적 요인이 크다고 봅니다. 그나마 마지막 타석에 볼넷을 얻어낸 건 다행이네요.
전체적으로 그렇게 마냥 쉽게 이기기만 한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콜드승은 콜드승입니다. 콜드승을 무슨 1:0 진땀승인 것처럼 이야기해서는 안 되겠죠. 어제의 타격감을 오늘 대만전에서도 보여주길 바랍니다. 대만을 이기지 못한다면 금메달도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