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2차전 대만전 총평
질 수 있다니까...
질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습니다. 정확히는 진정한 야구팬이라면 모두 경계를 했겠죠. 대만의 최정예부대라면 우리가 최정예부대를 가져와도 100% 이긴다는 보장이 없는데 지금의 우리는 최정예부대가 오지도 않았죠. 그걸 안다면 경계를 했을 겁니다. 설마 대만 정도는 당연히 이기겠지 라면서 보지는 않았겠죠?
투수도 문제점을 찾을 수는 있지만 투수보다 이번 대회에서는 타자의 부진이 뼈아픕니다. 이때까지 국대에서 타격성적은 좋았던 강백호와 김혜성의 부진은 예상 외였고 나머지 타자들 대부분 또한 딱히 타격이 좋아보인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안타로 출루를 해도, 볼넷으로 출루를 해도 다음 타자가 제대로 쳐 주지를 못하니 득점을 할 수가 없었죠. 질 수는 있지만 영봉패라면 문제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투수들도 사실 문제가 좀 있습니다. 저는 문동주의 4이닝 2실점도 솔직히 잘 막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6이닝 3실점이 퀄리티스타트라고 따로 불릴 수 있는 이유를 저는 이닝 수에서 찾거든요. 많은 이닝을 막아줬다는 점이 특별한 건데 4이닝 2실점이라면 평균자책점이 같더라도 크게 잘 막은 느낌은 없어요. 적당히 할 만큼 한 느낌이죠. 개인적으로는 의문이 듭니다. 대만을 상대하기 위해 강속구 투수를 배치한 것 같긴 해요. 문동주 외에 선발 후보로 거론되던 선수가 곽빈 선수니까요. 하지만 정작 국내 성적이 더 좋은 건 원태인인데 원태인을 홍콩전 선발로 쓰는 게 개인적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대표팀이 진행한 전력분석에서 뭔가 나왔기 때문이겠죠? 그런 전력분석 저는 못 하니까요.
박세웅의 부진도 의외였고 고우석... 이미 국대 고우석의 문제점을 여러 번 봤지만 이번에도 큰 일을 저질렀습니다. 리그에서도 최근들어 부진하면서 무려 8패를 떠안은지라 우려가 조금 있었을 수 있는데 그 부진이 여기까지 오는 걸까요. 8회에 2실점 2자책을 추가하면서 희망을 완전히 꺼트려버렸습니다.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은 오늘도 중구난방이었고 탁구 본다고 제대로 보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오심으로 1점을 날리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호수비에 막힌 타구도 있었죠.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대표팀은 과하게 헛스윙을 남발했습니다. 이번에도 부담감일까 아니면 처음 보는 투수에 약한 걸까... 아니면 전날의 홍콩 투수들의 느린 구속이 문제인가...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칭찬할 선수는 있습니다. 윤동희, 박영현. 이 선수들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본인의 몫을 200% 이상 해 줬습니다. 대표팀이 이번 경기에서 친 6개의 안타 중 3개를 윤동희 선수가 4타석만에 해냈고 그 중 하나는 2루타였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얻은 6개의 탈삼진 중 3개를 박영현 선수가 4타자만을 상대하면서 잡아냈고 탈삼진은 모두 삼구삼진이었습니다. 2003년생 두 선수가 똑같이 대표팀이 얻어낸 전체의 절반인 3개를 4번의 기회 속에서 얻어낸 묘한 상황입니다. 국대의 핵심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하나 이야기하고 싶은 건 언론의 행태입니다. 충격패라고요? 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완패라는 말은 쓸 수 있어도 충격패는 아니에요. 1위팀이 꼴찌 팀한테 4:0으로 졌다고 그걸 충격패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충격을 받지 않는거죠. 아는 사람들은 이렇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이나 당연히 이기겠거니 하는 거죠. 이걸 충격패라고 하면서 야구 대표팀 깎아내리고 그걸 보면서 모르는 사람들은 동조하고... 언론이 돈 버는 방법이 그거라지만 야구팬의 입장에서 정말 꼴보기 싫습니다.
이제 전승만이 유일한 경우의 수입니다. 태국전이 남았는데 태국전에서 최대한 빨리 콜드승을 거둬야 투수들 힘을 아낄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더 힘을 뺀다면 이후 일정도 좋을 게 없겠죠. 참 아쉽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전승해서 금메달 따 와야지. 이제 더 어려워졌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태국전은 제가 그때 일정이 있어 보지 못할 것 같습니다. 분석글을 적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큐브 이야기도 해야 하는데...